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ust D Jun 28. 2022

011. 내 마음의 저울

내 마음 관찰일기


마음이 가야 눈이 가고 눈이  가야 생각이 나고

그렇게 내 마음에 닿는 사람들이 아프거나 슬퍼하면 위로해 주고 싶고

좋은 일이 생기면 같이 기뻐해 주는 게 맞는 것 같은데,

얼굴 좀 안다고, 같이 회사 다닌다고 같은 반이라고 맘에 없는 축하나 위로는 하고 싶지 않았다.

마음에서 우러나지 않는데 싫어도 주변을 챙겨야 사려 깊은 사람이 되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아 부러 더 모른 척하기도 했었다.

이런 생각을 드러낸다고 왜 이기적이고 철없는 사람으로 치부하는 건지.

그건 너무 내 감정의 소모 같은데.

직장생활을 잠깐 했었던 때

누군가 나에게 '너 같은 사람과 결혼하면 안 될 것 같다.'라는 말을 했다.

얼굴도 이름도 생각나지 않을만큼 감정적 접점이라고는 1도 없던 사람이 했던 그 말 한마디는

내게 아주 오래 남아 두고두고 생각나게 했다.

대부분 모든 걸 내 위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나는 남들 눈에 조금 별로였나 보다.

그렇게 누군가에게 내 마음을 꼬집힐 때마다 드러내고 아파하기보다는 외면하는 걸 선택했지만

괴로운 내 마음까지 외면하기는 힘들었다.

난 뭐가 잘못된 걸까 생각하고 생각하다가 심리학에 대한 책도 읽어보고 했지만

나를 정확하게 정의 내리지 못하는 공감되지 않는 넓은 범위의 틀은

하늘에 떠다니는 뜬구름 같은 말들이었다.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고

이런 나를 나까지 불편하게 느낀다면 내 존재 자체를 부인하는 게 아닐까 생각했었다.


그래서 사람들과 만남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나에게 집중하며 살았는데

아이들을 낳고 기르는면서  다시 전과 같은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내 나름대로 많이 사랑해주고 신경 써서 나에게 쏟아야 하는 에너지를 나눠

내 아이들에게 주지만 아이들은 부족하게 느끼는 것 같다.

'나는 나를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지만 너를 내가 아는 누구보다도 더 크게 사랑한다'

는 말을 아이들이 이해해 줄까?

나는 왜 '널 나보다 더 많이 사랑해'라는 말이 안 나올까?

엄마를 세상에서 제일 사랑한다는 아이의 말에

아니, 너는 너를 세상에서 제일 사랑해야 해.라고 말하는 내가 이상한 건가?


다른 이와 살아간다는 건

내 마음의 저울을 부지런히 움직이며

한쪽으로 기울어지지 않게 잘 중심을 맞춰가는 것 같은데

내 마음의 저울은 이미 그 중심이 너무 나에게로 치우쳐져 있다.

내가 상대에 대해 가지고 있는 애정에 따라 다르지만

아무리 내가 몰입 최대한으로 한다 한들 나를 1/100으로 쪼개도 나보다 가볍다.

나보다 가볍다고 소중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나보다 더 소중하게 느껴지진 않는다.

내 인생이고 내 마음인데 나를 중심으로 움직이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도대체 뭐를 중심으로 살아야 하는 걸까.


그래서 나는 매일

찾아질 것 같지 않은 그 0점을 찾아

수도 없이 저울 위에 나를 올렸다 내렸다 반복해 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010.밤의 얼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