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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st D Jul 27. 2022

016.얼굴

집 근처 작은 마트에 장을 보러 갔는데

누군가 내게 아는 척을 하며 친근하게 인사를 해 왔다.

누구인지 알 수가 없어서 약간 멍 하게 쳐다보고 있었는데

그분께서 자기 아이가 예전에 우리 아이들과 같은 유치원 같은 반이었다며

먼저 알려 주셨다.

두어 번 마주쳐 인사도 했었다는데 나는 도통 기억이 나지 않았다.

기억 못 해 죄송하다고 좋은 저녁 보내시라고 말하고 돌아섰다.

다음에 만나게 되면 기억해서 꼭 인사해야지.. 하는 다짐을 하면서.


얼굴이 생각나지 않는 사람들이 간혹 있다.

사실 얼굴이라기보다 그 사람에 대한 전체적인 이미지를 기억 못 해서

그 사람 자체를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다.

친근하지 않아서, 신경을 쓰지 않아서 기억에 남지 않았던 상대가

날 기억하고 알아보면 참 당황스럽다.

대부분 그러면 자신이 누구라고, 언제 우리가 본 적 있다며 알려 주시는데

가끔은 어떻게 기억을 못 하냐며 서운해하거나 비난하기도 한다.

예전엔 그런 일이 생기면 스스로도 비난하며 하루가 우울했었는데

이젠 그러려니 하며 넘어가고 있다.

지금까지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얼굴들은 내 인생에서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그런 사람들이 대부분이었고

나도 그들에게 어쩌면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사람일 테니

나를 스쳐간 이들을 하나하나 모두 기억하려고 애쓰지 않기로 했다.

자주 보고 친근해지면 내가 일부로 기억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스미듯

내 기억 어딘가에 그 얼굴은 자리잡지 않을까.


그러니,

나에게 소중한 얼굴들에게

나 역시 그들의 소중한 얼굴이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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