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공기업 과장의 부부 동시 육아휴직 일지 - 1]
2025년 3월 아기가 태어났고 한 달 후, 나는 육아휴직을 했다.
아내의 요청도 있었고, 현재 재직 중인 회사에서는 남직원들의 육아휴직도 늘어가는 추세였지만 선택이 쉽지는 않았다. 공기업이라 해도 교사와 같이 육아휴직이 보편화되진 않았고, 나는 곧 승진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였기에 생각보다 많이 고민했다. 또한, 주변에서는 왜 그런 비효율적인 선택을 하려는 것이냐며 말들이 많았다. 순차적으로 써야 보호자가 아이를 돌볼 시간을 더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가장 효율적으로 시간을 투자하여 아기를 돌보기 위해서는 그 방법이 맞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이가 태어나서 첫 1년간의 돌봄이 가장 힘들다는 사실과 그 시간을 양가 지원 없이 오로지 아내 혼자 감당해야 하는 상황 그리고 가족사에 얽힌 개인적인 문제를 고려했을 때 내게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그리고 이제 겨우 두 달이 지났지만 '부부 동시 육아휴직', 그 선택에는 일말의 후회도 없다.
먼저 가장 좋은 점은 ― 무척 진부한 이야기겠지만 ―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 그 자체이다. 태어난 직후 며칠간은 병원에서, 다음 2주간은 조리원에서 보냈고, 나는 아기가 태어나고 21일째 되는 날부터 집에 같이 있었다. 집에서도 처음 2주간 산후도우미의 도움을 받긴 했지만 그 이후는 정말 아내와 둘이서 아이를 돌보기 시작했다. 당연히 힘들었다. 모든 것은 처음이었고, 낯설었으며, 이해 안 되는 상황들의 연속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아이가 밤잠을 길게 자기 시작했고, 분유를 200ml씩 먹기 시작했으며, 눈을 마주치며 웃어주기 시작했다. 그 모든 시간들이 행복이었다.
아내(혹은 내가) 혼자 아기를 돌보았다면 이런 행복은 누리지 못했을 것이다. 한 명은 하루 종일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아이와 씨름하며 피곤함에 절어가는 지루하고 우울한 하루가 반복되었을 것이고, 다른 한 명은 업무 퇴근 후 육아 출근의 일상이 더해져 더욱 어깨가 무거워졌을 것이다. 서로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거나 따듯한 눈길을 주고 받기 보다는 찡찡대며 우는 아이에게 상대가 먼저 움직여주길 은연중에 바랬을 것이다. 아무리 서로를 위해주는 부부라도 절대, 쉽지 않은 현실이었을 것임을 몸소 겪어보고 나서야 절절히 깨달을 수 있었다.
다음으로 좋은 점은 각자의 자유시간을 (조금은) 가질 여유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아기의 생활 패턴이 안정되고, 아내와의 합이 잘 맞아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붙지만 말이다.
요즘 일상은 이렇게 흘러간다. 먼저 아기가 잠에서 깨면 기저귀를 갈고, 분유를 먹이고, 트림을 시킨다. 여기까지 대략 30분이 걸린다. 다음으로 모빌이 설치된 휴대용 침대에 눕혀 놓거나, 바닥에 뉘어서 아기체육관을 가지고 놀게 하고 하루에 한 번은 간단하게 터미타임(Tummy Time, 엎드려서 놀게 해주는 것)을 갖는다. 그러고 나서 다음 수유시간까지 잠을 잔다면 제일 이상적이겠으나, 일반적으로는 안아서 달래는 시간이 꽤 생긴다.
여하튼 지금은 모유수유를 하지 않고 분유수유만 하기에 아이의 하루 스케줄 관리가 어느 정도 가능하고,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현재는 아내와 나 모두 일정 시간 1인 케어가 가능한 수준이 되었다. 그 말인즉슨, 하루에 일정시간은 아내 혹은 남편이 혼자 아이를 보고, 다른 이는 개인시간을 가질 수가 있게 된 것이다. 그래서 요즘 아내는 필라테스를 다니기 시작했고, 나는 러닝을 하거나 카페에 가서 글 쓰기를 시작하게 되었다.
물론 당연하게도 이 시간들을 위해 희생한 것 역시 많다. 우선 현재의 월급과 미래의 성장이다. 정부의 육아휴직급여가 많은 도움이 되지만 맞벌이 때보다는 확연히 지갑이 얇아졌으며, 공기업 과장인 나는 동기들보다 승진이 늦어질 가능성이 130% 정도 상승했을 것이다. 얇은 지갑은 줄어든 외식과 허리띠 졸라매기 그리고 미리 준비한 저축으로 어느 정도 메꾸고 살겠지만, 회사에서 승진이 늦어지는 것은 솔직히 많이 아쉬운 지점이다. 다른 것으로는 외부 활동/대인관계의 축소도 조금 슬프다. 아무리 일부 자유시간을 가진다 한들 아기가 밤에 잠들기 전까지는 계속해서 돌보아야 하기 때문에 저녁시간 활동이 줄어든 것은 당연한 수순일 것이다. 그래도 이미 그럴 것을 예상하고 선택한 현실이기에, 다시 말하지만 후회는 없다.
육아휴직을 한지 이제 겨우 두 달이 되었는데, 흘러가는 시간이 미워질 정도로 지금 이 순간이 너무 소중하다. 하루에도 몇 번씩 사랑한다는 말을 건넨다. 반짝이는 눈을 바라보고, 꼬물거리는 손을 마주 잡는다. 그러면 너는 세상 무해한 웃음으로 나를 마주 보고, 작은 손가락으로 내 옷을 부여잡는다. 고맙고 또 고맙다. 내게 주어진 육아휴직 시간은 내년 1월까지, 이제 8개월도 남지 않았다. 하루하루 감사한 마음으로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을 살아가겠다고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