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공기업 과장의 부부 동시 육아휴직 일지 - 2]
아내가 집을 나갔다. 아기는 울었다. 그리고 나는 폭발했다.
첫 글 제목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였는데, 그다음 글이 '그만 좀 울어, 제발!!'이라니, 그것도 느낌표가 두 개나 붙었다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아직 아기는 모유와 분유를 같이 먹는 혼합수유 중이었던 때 ― 아마도 생후 2개월 차 정도 ― 였다. 아내는 잠깐 짬을 내어 산책도 할 겸 마트에 장을 보러 나갔고, 나는 아기와 같이 집에 있었다. 둥가 둥가 안아주다 손목이 아파 아기를 침대에 눕히고 사랑스러운 눈길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평화는 잠시, 아기가 울기 시작한 그 순간, 나는 패닉에 빠졌다.
당황하지 말고 프로토콜을 떠올려본다. 우선 기저귀부터 확인한다. '쉬'는 분명 조금 전에 했다. 그래도 다시 확인해 본다. 기저귀 앞부분에 있는 소변 감지 라인이 노란색에서 아주 조금 파란색으로 바뀌었지만 거의 하지 않았다. 옆을 살짝 열어본다. '응가'도 없다. 그럼 밥은? 분명 아내가 나가기 전에 같이 분유를 먹였고 아직 1시간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다. 그럼 트림은? 분명 아까 내 어깨 위에서 '꺼억'하고 크게 한번 했다. 최근 경험에 비춰보면 분명 이 정도면 가스 배출이 되었을 상황이다. 더 이상의 체크리스트는 없었고 나는 처음 마주하는 상황에 침착함을 잃어버렸다.
도대체, 왜 우는 거지? 아기띠를 하고 집안을 돌아다녀도, 어깨 위에 올리고 둥가둥가를 해보아도, 무릎 위에 앉혀서 등을 토닥여도, 그녀는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아기 울음소리가 이렇게 큰 것이었나? 살면서 처음 깨달았다. 어깨 위에 얹히고 있다 내 귀 옆에서 빼액 하고 우는 아기 울음소리는 정말 머리가 띵해지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을 정도로 크고 날카로웠다.
아내에게 카톡을 보내어 상황을 알렸다. "힘들어, 빨리 와." 아내가 바로 답 한다. "응, 얼른 갈게!" 자, 이제 곧 아내가 올 것이고, 아기는 아내의 품 안에서 안정을 찾을 것이다. 조금만 기다리면 된다. 하지만 아기는 계속 울었고, 나는 결국 폭발하고 말았다. "그만 좀 울어! 제발!!" 나는 평소 내가 화를 잘 내지 않는 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경기도 오산이었던 걸까, 내 인내심이 이렇게도 얄팍한 것이었는지 나는 그전까지는 알지 못했다. 엉덩이를 더 세게 토닥였다. "그만 울어, 그만!" 분명히 아내가 전에 말했던 것이 있었다. 아기가 울어도 절대 같이 세게 반응하면 안 되고, 작게 말하고 작게 토닥여 줘야 한다고 했다. 분명히 들었는데, 그 순간 내 몸은 그렇게 반응하지 못했다.
아내가 집에 왔다. 아기는 울음을 그쳤다. 그리고 나는 죄책감에 사로잡혔다.
이 작은 아기가 무슨 잘못이 있다고 나는 소리를 질렀을까? 당연히 무언가가 불편했겠지, 그게 무언지 나는 알 수 없었지만, 무언가 불편하고 힘들었으니 울었겠지. 그 당연한 상황을, 조금만 견디면 되는 그 순간을 왜 나는 견디지 못했을까? 우습게도 이런 게 쌓이면 산후우울증이 되는 거겠구나 싶었다. 겨우 이거 한번 못 견뎠다고 이런 나약한 생각이라니. 그런데, 경험해보지 않은 자 내게 돌을 던질 수 없으리. 아무 이유도 모른 체, 머리가 띵해지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을 정도로 계속 우는 아기와 같이 10분, 20분, 30분을 같이 있어보라. 나는 침착함을 유지할 수 없었다.
위 사건 이후로도, 한번 더 위기가 찾아왔었다. 일주일 정도 전이었는데, 똑같은 상황, 분명 내가 경험했고, 다시는 그러지 않으리라 다짐했는데도 나는 또 폭발했다. 그래도 지난 경험이 있기에 이번에는 짧게 폭발하고 짧게 후회했다. 죄책감에 휩싸이지 않으려 노력했다. 나도 사람인데, 그럴 수 있지. 아가야, 아빠를 이해해 주렴, 미안하고 고맙다.
지금은 모든 상황을 점검해도 아기가 울면, 당황하지 않고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부터 귀에 꽂으려고 노력은 하지만 정작 정신없을 땐 잘 안된다. 여하튼 음악은 틀지 않고, 백색 소음을 들으며 너의 울음소리를 저 멀리로 보낸다. 처음엔 무조건 어깨 위, 그다음은 수유 의자에 앉아서 너를 품에 앉는다. 가볍게, 무심하게 등을 토닥인다. 아무리 길어도 5분이면, 울음소리가 잦아든다. 이어폰을 뺀다. 다시, 평화가 찾아온다. 덕분에 아빠도, 조금은 성장했어. 고마워 아가야. (물론, 그래도 울음을 안 그칠 때가 있다. 삶에는 그런 순간들이 있는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하느냐고? "자갸! 자기야!!" 이러라고 동시 휴직을 한 거 아닐까? )
P.S. 어제도 너는 낮잠에서 깨어 울었다. 얼른 달려갔는데, 눈물 한 방울 눈가에 달고 나를 본 순간 환하게 웃어주는 너를 보며 나는 전율했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더 할 수 없을 정도로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