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하루하루, 괜찮을까?

[40대 공기업 과장의 부부 동시 육아휴직 일지 - 7]

by 그냥 하자
Screenshot_20250702_150724_BabyTime.jpg "안정된 패턴 형성 중, 낮잠만 좀 더 자볼까!!"


요즈음 나의 하루 (육아) 스케줄에 관해서는 1화에 아래와 같이 적었었다.

여하튼 지금은 모유수유를 하지 않고 분유수유만 하기에 아이의 하루 스케줄 관리가 어느 정도 가능하고,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현재는 아내와 나 모두 일정 시간 1인 케어가 가능한 수준이 되었다. 그 말인즉슨, 하루에 일정시간은 아내 혹은 남편이 혼자 아이를 보고, 다른 이는 개인시간을 가질 수가 있게 된 것이다. 그래서 요즘 아내는 필라테스를 다니기 시작했고, 나는 러닝을 하거나 카페에 가서 글 쓰기를 시작하게 되었다.

지금도 저 때 글을 적은 시점과 비교하여 약 한 달 여가 지났는데, 지금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위 사진 참조) 우리 아기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밤잠을 잘 잔다는 것이다. 물론, 최근엔 재우기가 무척 힘들어졌고 시간도 많이 걸리지만또 여전히 자다가 깨기도 하지만 ― 대체적으로 통잠을 잘 자는 편이다. 그래서 아기를 재우고 육퇴를 한 시점에서 아내와 나는 각자 개인 시간을 보내고 잠에 든다. 나는 보통 이 시간에 유튜브를 보거나, 인터넷을 떠돌며 시간을 보내거나, 가끔, 글을 쓴다.


저 위 1화 내용에는 '카페에 가서 글 쓰기를 시작'했다며 너스레를 떨었지만, 실제로 낮에 카페를 간 것은 육휴를 시작하고 딱 한 번 뿐이었다. 그마저도 실상은 아내의 친구가 애기를 데리고 우리 집을 방문하여 내가 자리를 피해줄 겸 카페를 가게 되었던 것이다. 의도와 의지를 가지고 했던 것도 아닌데, '시작하게 되었다'며 글을 쓴 것을 보고 새삼 '인간은 포장을 잘하는 존재구나'라고 생각을 했다고 글을 쓰려는데, 인간이 웬 말, 그냥 내가 그런 것이다. 괜히 글을 이쁘게 보이려고 ― 있어 보이려고 ― 포장을 한 것 같아 부끄럽다.


말만 번드르 했던 '카페에 가서 글 쓰기' 말고 그나마 육휴를 하면서 조금 자주 하게 된 것은 달리기다. 어찌 보면 가장 시간 투자 대비 효과를 보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4개월 전만 해도 몸무게는 77~78kg을 유지했고 달리기는 평생 제대로 뛰어본 적이 없었다. 그나마 오래 했던 운동이라면 과거 서울에 혼자 살 때 자전거를 좀 탔던 것과 등산을 다녔던 것이다. 이외에는 헬스장을 혼자 다니다 말다 한 것이 다였다. 사실 달리기를 꼭 해야겠다 생각했던 것은 아니다. 육휴 중에 할 운동을 찾다 보니 가장 만만한 것이 달리기였을 뿐이다. 그렇게 해서 동네 숲길에서 걷다 뛰다로 시작한 게 3월 말이었다.


처음엔 숲길 자체가 좋아서 그냥 자주 갔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걷지 않고 끝까지 뛰게 되었다. 그래서 좀 더 편히 운동할 곳을 찾다가 동네 운동장 트랙을 발견해서 거기서 또 뛰기 시작하고, 그러다가 또 우연찮게 수변공원 달리기 코스를 알게 되어 어느 날 10km를 뛰게 되었고 그날 체중계는 요 몇 년간 최저치인 72kg을 선명하게 표시하고 있었다. 지금은 10km가 조금 무리인 것 같아 8km 정도만 뛰지만 그래도 주 2~3회는 뛰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체중은 73kg에서 왔다 갔다 한다. 물론 아직 뱃살은 손에 가득 잡히는 것 같지만 그래도 전보다는 훨씬 나아진 것 같다.


겨우 이 정도가, 지금 내가 보내는 하루의 풍경이다. 애를 보다가, 가끔 달리기를 하러 나가고, 밤에는 인터넷을 한다. 이것이 과연 최선인 걸까? 무엇이 최선일까? 나는 무엇을 원했던가?


처음 육아휴직을 하기 전에는 영어 공부도 하고, 항공분야(업무 관련) 기사도 매주 리뷰하고, 운동도 하고, 한국사능력검정 시험 1급 ― 그냥 개인적인 관심사 ― 도 따고, 애도 열심히 키우고, 블라블라 많은 것을 하고 싶었다. 그런데, 겨우 하는 것이 일주일에 달리기 몇 번 하는 게 다인 것이다.


현재의 월급과 미래의 성장을 희생하고 선택한 시간인데물론 사랑스러운 작은 생명체를 품에 안고 체온을 느끼며 환한 미소를 보는 그 순간은 세상 무엇도 부럽지 않지만나는 과연 이 시간을, 오늘 하루를 잘 보내고 있는 것일까 의문이 든다. 회사에서는 다들 열심히 일하고 있을 텐데, 다들 성장하고 있을 텐데, 나만 정체된 것은 아닐까, 오늘 하루 종일 집 밖으로 나가지 않고 집 안에만 있어서 더 그런 건지, 문득 불안감이 몰아치고, 두려움에 휩싸인다.


휴직 전 회사 동료들과 나누던 이야기들이 생각난다. 회사에는 아주 최소한의 에너지만 투자하고 재테크에 전념하라는 사람도 있었고, 또 어떤 이는 비슷하게 회사엔 최소한의 에너지를 투자하되 박사학위를 목표로 끊임없이 자기개발을 해서 연관된 분야에서 성장할 가능성을 키워나가야 한다는 사람도 있었다. 승진 적체가 무척이나 심한 공기업이기 때문에 저연차 직원들은 애초에 승진은 포기하고 워라밸을 챙기며 일하려는 사람들이 훨씬 많은 것 같고, 이미 3급 차장 이상의 직급으로 올라간 이들은 이도저도 크게 관심 없는 사람들이 더 많다.


그래서 나는 무엇을 원하는 것일까? 어떤 삶을 살고 싶은 것일까? 무엇을 이루고 싶어 하는 것일까? 매일의 내 일상의 선택은 결국 내가 지향하는 바가 이끌어 줄 것인데, 난 무엇을 지향하는 것일까? 이 질문에 망설임 없이 확실한 대답을 내놓을 수 있어야 하루하루의 내 일상에 대해 의문을 갖지 않고 잠들 수 있을 텐데.


이런 질문들, 망상들은 항상 비슷한 결론으로 수렴한다. '남들과 비교하지 않고, 어제의 나와 비교해서 하루하루 나아지는 것을 목표로 삼을 것'. 육퇴를 하고 나서 쓸데없이 인터넷을 유랑하지 말고,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면 참으로 좋으련만, 시원한 여름 밤바람에 절주의 다짐도 팔랑거리며 날아가버리는 나약한 의지의 소유자에게는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도 오늘도 글을 쓴다. 아니 썼다. 다른 카테고리 글들을 언제쯤 오픈하게 될지 아직 감감무소식이지만, 느리더라도 꾸준히 글을 써보려 한다. 달리기가 나름의 습관으로 자리를 잡았듯이, 글 쓰는 것도 어제보다 오늘 하루가 조금은 더 편안해지는 날이 올 것이다. 그렇게 두 가지 습관이 자리 잡으면 그다음에 또 다른 것을 시도해 봐야겠다. 아직은 육퇴 후 멍 때리기를 포기할 수가 없으니, 조금씩, 아주 조금씩 어제보다 나아지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겠다. 오늘 하루, 어제보다 나아진 우리 모두에게 박수를 보내며,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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