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공기업 과장의 부부 동시 육아휴직 일지 - 8]
4화에 언급했듯이 나의 MBTI는 INTP 이다. MBTI가 어떻고 저떻고 하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고 그저 내가 계획형 ― J의 일반적 성향이라고들 한다 ― 인간이 아니란 변명을 하고 싶어서 쓸데없이 MBTI를 꺼내어 보았다. 계획형은 아닌데 또 호기심은 많다. 즉흥적이기도 하고 감성적이기도 하다.
여하튼 아내의 임신 소식을 듣고 난 후 동네 백화점을 갔다가 마침 백화점 안에 있던 서점을 아내와 같이 간 적이 있었다. 문득 '아, 미리 임신육아 관련 책을 좀 사서 공부해 봐야겠다'란 생각이 들어서 후루룩 검색하고 별생각 없이 샀던 것이 사진 제일 왼쪽에 보이는 대백과랑 삐뽀삐뽀다.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몰랐던 사실인데, 저 임신출산육아 대백과와 삐뽀삐뽀 119 소아과는 이 업계의 스테디셀러였다.
대백과는 정말 대백과였다. 임신부터 출산, 육아에 이르기까지 차례차례 기본기를 다질 수 있게 정리되어 있었다. 임신과 관련된 기본적인 정보들, 임신 개월별 신체변화, 임신 중 관리 포인트, 출산 준비 및 분만 정보들과 산후조리 정보, 신생아 관련 정보 및 육아 개월별 발달/돌봄 포인트 등 임신/출산과 육아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부분들이 망라되어 있다. 아내의 임신 기간 중에 잠 안 올 때 저 책을 두 번 정도 정독 했는데 그때 훑어보고 전체적인 프로세스를 익혀놨던 것이 꽤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엄청 크고 두꺼워 읽는데 꽤나 시간이 걸렸었다.)
삐뽀삐뽀는 조금 다르다. 제목이 '삐뽀삐뽀 119 소아과'인 것을 보면 알 수 있듯 실제 아플 때/아프기 전에 알아야 할 것들이 가득하다. 다만 책이 좀 두껍고, 목차가 ― 내가 생각하기에는 ― 찾기 쉽게 편제된 것은 아닌 것 같다. 이 책은 처음 펼쳤을 때 좀 충격적(?)이었던 것이 있었는데, 바로 책 앞부분에 가득한 '컬러 아기 똥 사진들'이었다. 여러 형태와 색깔의 똥들은 처음 봤을 때는 조금 거북스러웠는데, 실제 우리 애기가 응가를 하고 난 것을 사진 찍고 냄새도 맡아보고 이게 정상적인 건지 아닌지 긴가민가 했을 때, 삐뽀삐뽀를 펼쳐 들고 저 컬러풀 똥들과 비교해 보고 나서야 '아 우리 아기 응가가 정상인거구나'하고 안심을 한 적이 있다. 정말 실용적으로 특정 아픔 포인트들에 대해 상세히 기술되어 있었다.
다만 삐뽀삐뽀는 조금 호불호가 갈릴 수가 있을 것 같다. 저자는 유튜브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하며 영상을 많이 올렸는데, 모유수유가 중요하다는 것에 꽤 많은 힘을 실어서 강조하고, 전통적인 육아방식과 부모의 권위가 중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한다. 물론, 해당 내용에 일견 동의하는 측면도 있지만 어떤 이는 좀 불편하게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 같다. 나는 그저 책에서 필요한 부분을 찾아보는 방식이 뭔가 나랑 좀 맞지 않아서 자주 손에 든 책은 아니었다.
몬테소리는 내게 또 다른 측면에서 충격이었다. 내 유년시절 기억에는 분명 '몬테소리'는 피아노 학원으로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몬테소리가 사람이름이었다니! 그것도 육아/어린이 교육 철학의 대명사였다니! 처음엔 이게 뭔가 했다. 내가 상식이 그리 부족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사실 이제껏 아내가 임신하기 전까지는 육아라는 것에 관심을 둔 적이 없었으니 말이다.
몬테소리가 피아노 학원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아기방 꾸미기'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을 때였다. 어느 블로그를 보게 되었는데 몬테소리 스타일로 아기방을 꾸미는 글이 있었고 그 '스타일'이 마음에 들었다. 그 글에서는 '적절한 자극과 서포트의 균형 / 아름답고, 잘 정돈된 공간 / 아이의 집중을 장려하는 간소함'이라는 컨셉을 제시하며 다양한 사례를 들었는데, 그때부터 몬테소리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나는 무언가를 처음 접하거나 시도하게 되면 우선 큰 그림을 파악하고자 한다. 그래서 우선, 몬테소리 박사에 대해서 공부를 했고 다음으로 몬테소리 교육철학을 설파한 책을 구매하게 되었다. 그것이 위 사진 세 번째, 네 번째 책이다.(세 번째 노란 책은 영유아 대상, 네 번째 분홍색 책은 베이비 ― 신생아부터 대략 2살 때까지 ― 대상) 그런데 구입하고 나서 초반에는 열심히 읽었는데, 막상 요즘은 실제 육아에 치이다 보니 다시금 책을 손에 잡기가 무척 힘들다.
몬테소리 교육철학은 그리 어렵지 않다. 우선 아이를 잘 관찰한다. 부모는 지시를 하는 것이 아니라 아기의 잠재력을 믿고 지원해 주는 역할을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환경을 준비하고, 스스로 선택하고 몰입하여 활동할 수 있게, 자기 주도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한다. 이것이 몬테소리 교육의 핵심이다.
아기를 잘 관찰하다 보면 잠이 와서 졸린 것은 이제 쉽게 파악이 가능하다. 하품은 너무 당연한 신호이고 그전에 살짝 눈꺼풀 깜빡이는 속도가 늦어지기도 한다. 아니면 아직 졸릴 때 스스로 잠드는 능력이 발달하지 않았기에 그냥 울기도 한다. 이것도 나름 쉽게 파악이 가능한데, 일단 분유 먹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울면 기저귀/아니면 졸린 것 두 개 중에 하나라고 찍으면 대부분 맞는 편이다. 그리고 눈 비비는 것도 요즘 자주 하는 행동이다. (그래서 손톱을 더 자주 깎아야 한다!)
그리고 보통 4개월 전후해서 바운서나 쏘서(Saucer)를 많이들 쓰는데, 몬테소리 철학에 따라(한다고 하기엔 좀 무리가 있지만) 저런 아이템은 구비하지 않았다. 대신 바닥에 충격방지 매트를 깔아놓았고, 혼자 아기 체육관을 가지고 놀거나 아니면 아기병풍 ― 세상에 이런 게 있는지도 처음 알았는데, 너무 좋은 것 같다 ― 을 보고 거기 달린 거울을 바라보며 놀게 한다. 아직은 뒤집기 전이지만 오늘 거의 뒤집기 직전까지 갔다.
몬테소리 책에는 이런 기초적인 것을 포함하여 실용적인 조언들이 무척 많다. 개월별 적정 놀이 교구 추천, 아기방을 꾸미는 방법, 목욕시키기, 차 탈 때 참고사항, 언어활동과 움직임 활동 등 실제 적용할 만한 것들이 무척 많다. 아내와 달리 계획적이지 못한 바, 아직 못 읽은 파트들도 많고 이미 기억에서 휘발되어 날아가 버린 것들도 많다. 시간 날 때 다시 또 펼쳐서 먼지도 좀 털고, 아내 앞에서 읽고 있다는 티도 좀 내줘야겠다.
P.S. 몬테소리 이후에 한 권 더 구매한 책이 있다. '베이비 위스퍼 골드'. 그런데 뭔가 이 책은 나랑 맞지 않아서 잘 읽지 않았는데, 오히려 아내는 이 책이 좋았던 것 같다. 밑줄까지 치면서 열심히 정독을 하다니! 어쨋든 이 정도만 읽어도 임신 초기 감을 잡고 출산과 육아까지 나아가기에 충분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