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ip to Vienna, 준비 과정 1

아기와 한 달 살기. 제주도? 호주? 음,,, 유럽?!

by 그냥 하자


한달살기 0.jpg "신혼여행으로 다녀왔던 포르투, 그냥 다시 봐도 좋아서 넣어봤어요."


십 몇 년 전 회사 입사한 이래로 가장 길게 쉬었던 때는 신혼여행이었다. 휴양지를 가지 않고 스페인과 포르투갈을 자유여행으로 다녀왔고, 휴대폰을 잃어버리는 등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그 아름다운 시간들은 여전히 힘들 때 가끔 꺼내서 들춰보는 소중한 추억이 되었다. 회사 다니면서 장기간 휴가 가는 것을 즐기며 살진 않았던 터라 '언젠가 또 길게 휴가 써서 여행을 가야지'라는 생각 자체를 크게 해 본 적이 없었다.


육아휴직도 마찬가지였다. 쉬기 위해서가 아니라 정말 말 그대로 육아와 가정을 위해 휴직을 선택했기에, 그 이외에 다른 목적은 사실 애초에 생각지도 않았다. '아기가 있으니 어디 멀리 가긴 쉽지 않겠지'가 아니라, 그런 욕구 자체가 없었다는 말이다. 그런데 육아휴직을 구체적으로 동시에 내기로 아내와 이야길 나누고 난 이후, 아내가 제주도 한 달 살기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솔깃했다. 그래, 이렇게 길게 가족과 같이 쉴 수 있는 시간이 언제 또 오겠어?라는 생각도 했고, 제주도는 갔을 때마다 그나마 편안하고 즐거운 추억을 많이 가져와서 좋은 느낌으로 남아 있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어떻게 해서 해외로 눈을 돌렸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육아휴직을 4월쯤, 브런치 글쓰기는 6월쯤부터 시작했는데, 육휴를 시작한 직후부터 아내와 이런 이야길 나눴고, 6월 중순경 그러니까 브런치를 쓰기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오스트리아 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던 기억이 난다. 처음엔 동남아, 호주, 터키, 스위스 등 다양한 곳들을 제시되었다. 4~5시간 범위 내에서 갈까? 하다가 그냥 뭔가 느낌이 오지도 않고, 이 정도 거리는 언제든지 갈 수 있지 않을까 해서 기각하고, 호주는 뭔가 좀 아쉬운 느낌이었다. 거리는 먼데 한 달 동안이나 할 게 있을까 싶었다. 다음으로 미국은 어떨까? 이러면서 범위가 넓혀지자 우리는 아예 전 세계를 대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


드디어 유럽으로 시각이 넓혀지자 나는 한 도시에 꽂혔다. '로마'였다. 3천 년 유럽사의 중심지, 유럽 문명의 근원. 앞으로 또 언제 이런 장기간 숙박의 기회가 주어질까 싶었을 때,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런데 문제는 아내가 이미 가 봤다는 것이다. 이제 웬만한 도시들은 다 제각기 다른 이유로 기각되었고 남은 곳이 없다 싶을 때쯤 아내가 오스트리아 빈Vienna을 이야기했다. 기실 아내가 가보지 않았던 유럽 국가 중에 하나였기에 던진 제시안이었는데, 서부 유럽쪽 보다는 그나마 비행시간이 좀 짧고, 다양하게 즐길거리도 많고, 날씨도 비슷하고 한 달쯤 푹 눌러앉아 살기에 적합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내가 '로마'안을 접고 극적 합의한 끝에 우리는 오스트리아 빈에서 아기와 함께 한 달 살기를 시도하기로 결정했다.


*물론 이후 여행일지들을 보면 알겠지만, 이 시기 나는 '육아'라는 현실보다 '여행'이라는 낭만에 살짝 더 정신이 팔려 있었던 것 같다. 인터스텔라의 쿠퍼에 빙의해서 한마디 해본다. "정신 차려 이 자식아!! 여행 따위는 없어!! 육아라고, 육아!!"


아내가 바로 항공권을 준비했다. 대한항공에 빈 직항이 있었기에 항공권은 큰 장애물 없이 속전속결로 진행이 되었다. 항공권이 준비되자 숙소를 서치하기 시작했다. 장기간 숙박에 따른 할인율을 고려하고, 교통편이 편리하면서도 치안이 좋은 곳을 고르려고 노력했다.


빈은 서울의 약 2/3 크기이며, 인구는 1/4 수준이다. '구'로 나뉘는 행정구역이 총 23개 있다. 그중 가장 유명한 곳은 1구이며, 이곳이 가장 유명한 링슈트라세 구역이다. 이곳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이다. 2~9구가 1구를 둘러싸고 있으며, 우리 숙소는 5구 마르가르텐Margareten으로 잡게 되었다. 숙소 인근에는 U4(지하철 4호선을 의미한다) 필그람가세역Pilgramgasse station이 있고, 도보로 5~6분 거리이다. 바로 옆엔 경찰서가 있고, 유치원이 있다. 치안은 충분히 확보 가능하다는 판단이 들었고 지하철역도 가깝고 링슈트라세로 가는 경로도 나쁘지 않았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것은 당시 검색할 때만 해도 지하철역에 엘리베이터가 있었다고 확인했는데, 현재는 환승역 공사 때문에 일정기간 엘리베이터 운행이 중단되어 조금 불편해진 점이다. 여하튼 에어비엔비 장기 숙박 할인으로 꽤 할인을 받았고 이제 항공권과 숙박이 완료되었기에 커다란 항목들은 완료가 되었다.


다음으로 시급했던 것은 빈필하모닉Vienna Philharmonic(독일어: Wiener Philharmoniker) 공연 예매였다. 빈에서의 공연이라면 어디서든 좋겠지만, 특히 놓칠 수 없었던 것은 무지크페라인Musikverein(공식 명칭은 Society of Friends of Music in Vienna)의 황금홀Golden Hall(공식적으로는 Großer Musikvereinssaal, 별칭 Goldener Saal, 보통 "Golden Hall of the Musikverein")에서의 빈필 공연이었다. (*참고로 무지크페라인은 거의 고유명사로 굳혀져 사용되는 듯하다.)(**이 글을 적는 시점은 Vienna, Day8이다. 공연 관련 내용은 Day6 참고 부탁드린다.) 아내와 나의 빈필 공연을 각기 예매하고, 오페라도 국립오페라극장에서 하나씩(둘 다 Tosca) 예매를 했다. 또 아내가 빈소년합창단을 보고 싶어 했기에 그것까지 하나씩, 총 6개의 공연을 예매하고 주요 공연 예매 항목도 마무리가 되었다.


그런데 나와 아내를 위한 공연은 이것저것 준비를 했다만, 우리 둥이를 위한 공연은? 사실 이제 6개월 차이기에 실제 음악 공연을 관람하는 것은 무리가 있는데, 그래도 진짜 '아기'들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들이 있지 않을까 해서 이것저것 또 손품을 팔았다. 그래서 결국 찾아낸 것이 Day5에 적은 유아 체험용 공연이었다. 이것 말고는 찾기가 쉽지 않아 하나밖에 못 했지만, 그래도 나름 뿌듯했다.


그리고 음악의 도시이기도 하지만, 더 큰 범주의 예술의 도시이기도 한 빈. 인구 대비 박물관 밀도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약 250여 개의 박물관이 있다고 한다. 우리는 장기 체류자이기에, 그 특성을 십분 활용키로 하고 이래저래 검색해 본다. 처음에는 그냥 동선을 잘 짜봐야겠다는 생각에 서치를 하다, 미술사 박물관의 연간회원권을 찾아내고, 그렇게 찾다찾다 결국 분데스뮤지엄 카드Bundesmuseen Card를 발견했다.


한 달 넘게 체류하는 우리에겐 최고의 옵션 분데스뮤지엄 카드. 작년 7월까지만 해도 생각보다 혜택이 적은 카드였다. 8개 박물관 그룹의 박물관들에 1년에 1번씩만 방문이 가능했는데, 작년 7월 이후 1년 내 무제한 방문이 가능하게 바뀐 것이다. 그래서 오늘도 알베르티나 미술관에 오전에 후딱 갔다 왔는데, 이렇게 수시로 드나들 수 있기에 입장료 부담 없이 세계 최고의 박물관을 편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분데스뮤지엄카드도 구매해 놓고, 다음으로 교통편을 준비한다. 특히 빈에서 좋은 점 중 하나가 이것인데, 빈의 교통수단은 크게 지하철(U반)/트램/버스로 구분 가능하다. 이런 교통 플랫폼들은 개찰구나 교통료 수집 창구가 별도 없고 그냥 자유롭게 타고 내릴 수가 있게 되어 있다. 물론 실물 지류 티켓을 산다면 펀칭 기계를 통해 활성화하는 아날로그적 방식을 사용해야 하나 요즘은 대부분 스마트폰을 활용하기에 그럴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여하튼 우리는 한 달 살이이기에 교통권도 한 달짜리를 끊었다. 또 당시 마침 31일 교통권이 할인을 하고 있어서 1인당 단돈 18유로에 한 달 교통수단이 정리되었다.


이제 추가로 몇 군데 유명하거나 필수로 갈 식당들만 예약을 한다. 아시안들이 정말 많이 간다는 Rips of Vienna와 집 근처 맛집인 SIXTA라는 식당, 그리고 모짜르트가 방문했다는 그리헨바이슬Griechen Beisl을 미리 예약해 둔다.


이 외에 큰 포션은 짐 정리가 될 것이다. 나와 아내, 그리고 둥이 몫으로는 다음과 같은 수하물 규정이 적용된다. 위탁수하물로 23kg 2개, 10kg 1개. 이외에 기내 수하물로는 각자 짐 가방, 휴대용 유모차(기내용), 기타 아기 용품들이다. 그런데 집에서 체중계를 이용해서 캐리어 무게를 잰다고 노력하고 열심히 23kg에 맞췄는데, 막상 체크인 카운터에서 무게를 재어보니 1kg이 넘게 오버된 것이 아닌가. 살짝 당황했는데, 둥이를 안고 있는 모습을 보고 그냥 넘어간 건지는 모르겠지만, 다행스럽게도 별다른 제재 없이 수하물 수속을 완료할 수 있었다.


이제 웬만큼 준비는 끝났다. 이외에도 구글 지도에 120개가 넘는 장소를 저장해 뒀다. 관광명소/식당/카페/병원/약국/마트 등 등. 이 장소들과 상세한 여행 준비품 목록은 별도의 항목으로 글을 하나 더 써야겠다. 특히, 나무를 보기 위해서는 숲을 보는 것이 필수인 나의 성향상 오스트리아의 역사, 빈의 역사, 음악의 도시라는 이곳의 특성, 카페 문화의 역사 등등 수많은 읽을거리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고 이 것은 떠나기 직전날 밤 까지도 계속되었다. 그래도 여행은 계획을 짤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말이 있듯이, 힘들지만 재밌었다. 곰브리치의 '서양 미술사'라는 700페이지짜리 무기 같은 책을 가져갈까 말까 고민하다 아내의 레이저 눈빛에 결국 고이 집에 모셔 놓고 왔는데 조금 아쉽지만 짐 무게를 생각하면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준비하는 기간 동안 빈에 관련된 책을 2권 정도 읽을 수 있었는데, 이 도시가 어떤 곳인지, 어떤 역사를 품고 살아왔는지 조금은 느낄 수 있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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