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한 시부터 방해금지모드를 설정해놓았는데 간발의 차이로 열 시 오십구 분에 문자가 왔다.
지난 일 월 마지막 날, 이 년 육 개월동안 꾸준히 했던 요가등록을 취소하고 나오면서 같이 하던 요가반 멤버에게 전화번호를 주며 말했었다.
“요가 선생님 바뀌면 연락해주세요. 난 너무 힘들어서 못하겠어요.”
별 기대는 없었는데 그로부터 육 개월 후 정말로 요가 선생님이 바뀐다는 연락이 온 거다.
기대가 없었던 이유는 커뮤니티 센터 직원과 했던 통화내용 때문이었다.
오전반 선생님이라던데 새 강사가 올 때까지 임시로 하는거냐고 물었더니 이 선생님이 계속 수업할 거라고 했다.
수업이 너무 힘들다. 혹시 선생님이 바뀔 계획은 없냐고 물었더니
그럴 계획은 없다. 요즘 강사료가 너무비싸다. 그나마 강사가 입주민이라 지금 수준으로 해 줘서 가능한거다. 만약 강사를 바꾸려면 지금 내는 수업료로는 어림도 없다.
라고 답을 주었다. 이것이 말인지 방구인지 알 수 없었다.
외출할 일이 있으면 다른 일 모아 한 번에 보고 일단 집에 들어오면 어지간해서는 다시 밖에 나가는 일은 없다. 더구나 저녁시간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럼에도 일주일에 두 번을 저녁 여덟시 수업에 가기 위해 집을 나선다는 일은 나로서는 무척 큰 마음을 먹고서야 가능한 일이었다.
운동을 좋아하지 않으니 잘하는 운동이 있을리 없는데 나이가 들면 운동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하니 매일 만 걸음 걷기와 일주일에 두 번 요가를 하는 것은 나름 엄청난 노력이었다.
오래 전에도 몇 번인가 요가 수업을 해본적이 있었고 아직은 몸이 많이 굳지 않아서인지 수업은 따라하기 그리 어렵지 않았다. 요가는 다 이런거려니 했었다.
그런데 지난 연말, 지도하던 강사가 이직을 하게 됐고 일 월부터 새 강사가 왔는데 그는 이미 센터에서 오전 수업을 맡고 있다고 했다. 더러 들리는 얘기로 오전 수업은 너무 빡세서 오후로 왔다는 사람들이 몇 몇 있다고 했다.
요가가 다 그렇지 뭐 별일이야 있겠나 했었다.
첫 수업을 하고 앓아누웠다. 근육통이 일주일을 갔다.
두 번째 수업을 하는 동안 땀 잘 안나는 체질임에도 땀이 매트위로 뚝뚝 떨어졌다.
순간,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이 고생을 하고 있나.’싶은 마음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요가라기보다는 극기 훈련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으로 수업에 가기 싫은 마음이 생겼다.
두어번 결석하고나니 한 달이 갔다. 마지막 날에 다음 달 등록 한 것을 취소하겠다고 했다.
직원이, 새 달이 시작하면 취소가 안되는데 오늘이라 가능하다며 취소해주었다.
한동안 저녁시간이 무척 여유로워진 느낌이 좋았다.
한두 달은 그렇게 보냈는데 슬슬 운동을 안하고 있다는 죄책감이 들기 시작했고 더불어 한참 잊고 있었던 근육 뭉침이 여기저기 생기기 시작했다.
운동 중 그나마 좋아하는 수영을 해볼까 했다. 국제규모의 수질좋은 수영장을 비롯해서 지역에서 운영하는 수영장이 세 곳이나 있었는데 모두 꾸준히 일정 간격으로 오가기에는 거리가 멀었다. 행여 마음이 흩어질새라 수영복과 모자 물안경 찾아놓고 샤워도구와 스포츠타월까지 챙겨 놓았는데 도무지 몸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걸어가기는 물론, 자전거로도 대중교통으로 가기에도 모두 애매한 위치에 있다는 게 이유였다.
‘헬스를 할까? 아냐 나는 헬스가 제일 싫어, 세상 지루하고 재미없어.’
‘필라테스를 할까? 아냐 그건 너무 힘들어.’
그렇다고 사설 요가원에 가기에는 비용이 너무 비쌌다.
그러는동안 손목 손가락 팔꿈치 등 몸에 있는 관절들이 모두 존재감을 통증으로 과시하기 시작했고 다리에 쥐가 날 때도 있고 아침에 일어나서 목이 잘 움직여지지 않을 때도 있었다.
도수치료를 받아보기로 했다.
너무 아팠다.
이건 뭐 아파서 치료를 받는건데 치료를 받느라 더 아픈게 정상인가 싶었다.
더 하다가는 치료사가 미워질 것 같아 그만두기로 했다.
뭐가 됐든 결단을 내려야했다.
비싸더라도 요가원에 등록을 할까 하다가 커뮤니티 센터에 한 번 더 전화를 해볼까 생각을 하며 잠자리에 들려던 참이었다.
-연숙씨 희소식! 7월부터 쌤 바뀐대
자려고 누웠다 벌떡 일어났다.(근래들어 가장 민첩한 동작이었다.)
-우왓! 정말요?
그는 톡에 답을 하는 대신 전화를 해서는
자기도 너무 힘들어서 그만둘까 생각하던 터에 강사가 요가원을 개업하느라 그만두게 됐다고 해서 표정관리하기 힘들었다고 했다.
강사에게 개인적인 감정은 없다. 다만 그의 수련 방식에 내가 따라가지 못할 뿐.
부디 그의 요가원에는 그가 하는 운동방식을 좋아하는 수강생들이 많이 등록하기를 바란다.
새로 올 강사가 예전 선생님처럼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적절한 수준의 강도로 수업을 하게 될지도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지나고 나서야 소중했다고 여겨지는 상황이 비단 요가뿐은 아니다.
일찍이 글쓰기에 재능이 있다는 걸 알아봐준 초등학교 육학년 담임선생님이 있었고(그 때 귀담아 들었더라면 어쩌면 일찍 작가가 돼서 인세로 밥벌이를 하고 있으려나?)
데면데면하게 지내던 친구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기 전에 좀 더 관심을 가졌더라면 제주에 갈 때마다 어딘가 있을 것 같은 그를 안타까워하지는 않았을텐데.
오늘부터 다음달 강좌 등록기간이다.
서둘렀는데도 나는 두 번째로 등록을 했다.
어떤 강사가 오든 어떤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하든 결국은 겪어봐야 알 일이다.
이왕이면 오래오래 편안하게 운동할 수 있게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