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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기자 Jan 10. 2021

새벽 기상 도전기

번번이 실패하지만 그래도 다시


나는 저녁형 인간이다. 밤 12시 전에 자는 일이 거의 없다. 그래서 아침에 일어나는 게 늘 힘들다. 알람이 울리면 끄고 10분 정도 더 잔다. 아침은 먹지 않는다. 자는 게 더 좋기 때문이다. 2년 가까이 아침 시사프로 앵커를 하면서 방송 준비만큼 힘들었던 게 새벽 기상이다.


퇴근 후엔 저녁을 먹고 집안일을 한다. 설거지, 청소, 빨래, 정리 등을 하고 나면 비로소 자유시간이다. 대개 TV, 유튜브, SNS를 보며 쉰다. 체력이 된다 싶으면, 책을 읽고 브런치 글을 쓴다. 저녁 약속이 있거나 퇴근이 늦은 날엔 씻고 잠들기 바쁘다.


그러던 어느 날, 유튜브에서 매일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는 김유진 변호사의 영상을 보았다. 대단하다는 말 밖에 나오지 않았다. 고요한 새벽에 자신만의 시간을 갖는 그녀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 이후 그녀의 유튜브 채널을 들락날락했다. 새벽 기상이 부러웠지만 따라 할 엄두는 나지 않았다.



그러다 그녀가 책을 냈다는 소식을 접했다. 처음엔 영상과 같은 내용이겠지 싶어서 시큰둥했는데, 연말이 되고 새해가 다가오자 마음가짐을 새로 하고 싶었다. 결국 책을 사서 그날 저녁에 다 읽었다. 책을 읽으니 새벽 기상에 대한 의지가 생겼다. 그래서 도전해보기로 했다.


첫 도전일은 작년 11월 29일이었다. 일요일이었지만 새벽 5시에 일어났다. 방송이 있거나 당직이 아닌데도 일찍 일어난 건 초유의 일이었다. 의욕이 넘쳐 크게 힘든 줄도 몰랐다. 그날 아침, 시간을 알뜰하게 썼다. 새벽 미사에 다녀오고, 유산균을 먹고, 일기를 쓰고, 책을 읽었다. 그리고 여유롭게 아침식사를 차렸다. 여느 때와 다른 일요일 아침이었다.


탄력을 받은 나는 다음날에도 새벽 5시에 일어났다. 유산균과 홍삼 스틱을 챙겨 먹고, 일기를 쓰고, 영어공부를 하고, 책을 읽었다. 그래도 시간이 남아 정성스럽게 화장을 하고 출근했다. 기분이 좋았다. 내가 나에게 최선을 다하는 기분이랄까. 새벽 기상을 이어가야겠다고 다짐하며 잠들었다.


하지만 다음날... 아침 7시에 일어났다. 평소보다도 늦게 일어난 것이다. 이틀간 일찍 일어난 게 무리였는지, 의지가 약해진 건지, 둘 다 작용한 건지... 정신없이 출근하면서 스스로를 자책했다. 그리고 다시 원래대로 돌아갔다. 그녀의 영상도 보지 않았고, 책도 다시 펼쳐보지 않았다.



연말에 TV 채널을 돌리다가 우연히 '유퀴즈' 프로그램에 출연한 그녀를 보았다. 마음이 뛰었다. 그래서 새해 연휴가 끝나고 1월 4일부터 새벽 기상에 재도전했다. 이번에도 둘째날까지는 순조로웠다. 새벽에 나만의 시간을 갖고 출근하니 자존감이 몰라보게 높아졌다. 그런데 셋째날이 또 문제였다. 마침 이날 휴가였는데, 출근을 안 해도 된다는 생각 때문에 마음이 해이해졌다. 결국 출근하는 남편 배웅도 못하고 아침 10시까지 자버렸다. 다음날엔 다시 원래대로 돌아갔다. 지난번과 똑같은 패턴이었다.


새벽 기상은 말처럼 쉽지 않았다. 나처럼 저녁형 인간인 사람에겐 더 그렇다. 문제는 퇴근 후 지친 몸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는 것. 이대로 회사만 꾸역꾸역 다닐 것인가, 아니면 나만의 시간을 갖고 발전을 꿈꾸며 노력할 것인가. 후자를 택하고 싶어졌다. 그리고 그 시간을 새벽에 갖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마음을 다잡고 김유진 변호사의 책을 다시 읽어보니 새롭게 눈에 들어오는 구절들이 있다.


늦잠을 잤다고 해서 새벽 기상에 실패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푹 자고 나면 몸과 마음의 부담이 덜어져 다음날 더 가뿐히 일어날 수 있다.


평소 잠자리에 드는 시간보다 30분 일찍 자고 평소 일어나는 시간보다 30분 일찍 일어나는 것도 새벽 기상에 성공하는 좋은 방법이다. 일주일 정도 이 루틴에 익숙해지면 다음 일주일간 30분씩 시간을 앞당겨보는 것이다.


매일 새벽 기상을 실천하는 나 역시 알람이 울리는 그 짧은 시간 동안 일찍 일어나서 하루를 시작하는 것과 달콤한 잠을 더 자는 것 중 무엇이 나을지 고민한다. 그럴 때 지금 기상하지 않으면 잃을 것, 기상하면 얻을 결과와 일어나기 힘든 이 순간을 어떻게 보상받을지 생각한다.


새벽 기상은 더 나은 삶을 만드는 하나의 도구일 뿐이다. 이것 때문에 너무 큰 부담을 느끼거나 일상에 방해를 받는다면 나만의 리듬을 다시 찾아야 한다.





김유진 변호사의 책을 사면서 플래너도 구입했는데, 시간 관리에 유용하다. 하지만 플래너만 좋으면 뭐하나. 가장 중요한 건 나의 의지인 것을. 이번엔 기상 시간을 조금씩 앞당기는 방법으로 새벽 기상을 다시 해보려고 한다. 새벽 기상을 통해 생각만 해오던 꿈들을 하나씩 실현하고 싶다. 인생은 리허설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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