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 제7곡 전반부_나누며 사는 삶
1. Read Me & Note Me
부를 관장하는 로마 신화의 플루토(그리스 신화의 하데스와 같은 신)가 쉰 목소리로 이렇게 외친다. “오, 사탄! 오, 사탄! 지옥의 신이여!” 플루토의 야수같이 으르렁 거리는 말에 단테는 두려워 떨고 있다. 베르길리우스는 이렇게 말한다. “두려움이 너를 압도하게 하지 마라. 이 악마가 가지고 있는 힘은 이 절벽으로 내려가는 우리를 방해하지 못한다” 이해할 수 없는 말로 짖어대는 굶주린 늑대, 플루토는 단테를 두렵게 했다.
원래 로마 신화에 나오는 플루토는 하데스(지옥) 전체를 관장하고 있지만 단테를 그를 네 번째 지옥의 관리자로 축소하고 있다. 그러나 하데스는 부의 신이므로 네 번째 지옥의 신으로 설정한 것으로 생각된다. 플루토는 그리스 로마의 신이지 기독교의 전통와는 직접적 관계가 없다. 기독교적 세계관에서 그는 지옥 전체의 신이 아닌 것이다. 베르길리우스는 자신들이 지옥으로 여행하고 있는 이유가 사탄의 오만한 반역에 대해 벌을 내렸던 대천사 미카엘이 있는 곳으로 가는 것이라는 것을 주지 시키는 것으로 보아 지옥의 중심에는 미카엘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미카엘(희브리어:אלכמ)은 ‘신과 같은 자’라는 뜻이다. 라틴어의 서술 용법으로는 "누가 하느님 같으랴(Quis ut Deus)?"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이름 그대로 유대교, 그리스도교를 통틀어 가장 강력하고 위대한 대천사이다. 그의 설화는 신약성경 요한계시록 12장에 나온다. 미카엘과 그의 사자들은 사탄으로 상징되는 큰 용 즉 사탄(온 천하는 꾀는 존재)과 싸운다.
그러나 미카엘을 다루는 성경의 본문은 요한계시록 12장 정도에 불과하다. 그와 관련된 대부분의 이야기는 루시퍼나 다른 설화와 같이 다른 전승이나 예술 작품을 통해 전해진 것들이다. 그래서 성경 중심의 신학을 강조하는 개신교에서는 미카엘, 루시퍼와 같은 존재에 대해 잘 가르치지 않는 것 같다. 어쨌든 단테 일행이 미카엘이 있는 곳으로 가는 이유는 그가 지옥의 권세에 맞서서 하나님의 군대를 이끄는 천국 군대의 지휘관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당시 사람들은 사람이 죽은 다음 악마들이 인간의 죄를 고발하면은 반대로 미카엘이 인간을 변호하여 죽은 사람들이 구원받을 수가 있게 돕는다고 믿었다.
단테가 네 번째 고리로 내려갔을 때 그는 수 많은 인간들이 마치 파도와 파도가 심하게 부딪치는 것처럼 서로 부딪히며 가슴으로는 무거운 짐을 굴리고 있는 장면을 목격한다. 그들은 어두운 원을 그리며 맴돌고 있다. 그들은 생전에 비뚤어진 마음을 가지고 절제 없이 자신의 부를 사용한 자들이었다. 그들은 각각 반대되는 죄, 즉 인색과 낭비를 저지른 자들이었다. 단테는 특히 교황들과 추기경들이 지나친 물욕에 빠져 이곳에 오게 되었다고 비꼰다.
58 Mal dare e mal tener lo mondo pulcro ha tolto loro, e posti a questa zuffa: qual ella sia, parole non ci appulcro. 61 Or puoi, figliuol, veder la corta buffa d'i ben che son commessi a la Fortuna, per che l'umana gente si rabuffa; 64 ché tutto l'oro ch'è sotto la luna e che già fu, di quest' anime stanche non poterebbe farne posare una.'(Inferno 7:58~67)
지나치게 쓰고 지나치게 모으는 자들은 천국을 빼앗기고 이 분쟁의 자리에 있다. 그들의 벌에 대해서 다른 말은 하지 않겠다. 오, 아들아, 지금 너는 볼 수 있을 것이다. 운명에 딸린 부의 기만이 얼마나 짧은가! 이것을 갖기 위해 인간들은 다투어 싸운다. 달 아래, 항상 있었던 세상의 금 전부를 주어서라도 이 지친 영혼들 중 하나를 잠깐이라도 쉬게 할 수 있는가!(지옥 7:58~67)
이제 지나치게 쓰고(낭비), 지나치게 모은(인색) 자들의 부는 거대한 바위로 변해 그들을 짖누른다. 그들은 그것(부)을 끌어당기거나 밀어내야 하는 영원한 형벌 속에서 고통받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바위가 서로 부딪힐 때마다 서로에게 비난과 저주를 퍼붓고 있다. 스승은 부가 우리를 기만했고, 인간은 이것을 가지고 위해 얼마나 다투고 살아왔는지를 깨달아야 한다 말한다. 달 빛 아래 반짝이던 세상의 금 전부를 준다고 한들 이 지친 영혼들 중 하나라도 쉬게 할 수 없다고 역설한다.
약 800여 년 전의 인간도 오늘날의 인간도 부에 대한 끊임없는 탐욕은 다를 바 없는 듯하다. 현대인들 역시 돈 자체를 하나의 목표로 삼아 사는 사람들이 있다. 수많은 광고들과 블링블링한 신상들은 들끓는 욕구를 자극하며 탐욕적으로 소비하도록 부추긴다. 혹 불안한 미래를 강조하며 보험에 들게 하거나, 한 없이 많은 돈을 모아야 할 것처럼 공포를 조장한다.
하지만 삶에는 많은 가치들이 존재한다. 반드시 많은 것들을 소유하거나, 많은 돈을 가져야만 행복한 것은 아니다. 물론 돈이 없는 삶은 궁색하고 비루하기 짝이 없다. 그러나 어디 돈만 그러한가? 인간관계, 건강, 지식, 지혜, 정치 등 일상에서 만나는 많은 것들은 과하면 과한 대로,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저마다의 한계와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문제는 과도함이다. 특히, 부에 대한 끝없는 집착은 우리를 부의 노예가 되어 옴짝달싹 못하게 할 수도 있다. 나는 부를 삶의 ‘도구’로 사용하지 못하고 부의 노예가 되어 전전긍긍하는 경우를 자주 보아왔다.
경기 여주에 전 재산을 들여 여백서원을 짓고, 많은 사람들을 위해 자신의 공간을 내어주신 괴테 할머니는 이렇게 말씀하신다.
내가 늘 농담으로 그런 얘기합니다. 세상에 ‘치’ 중에서 음치도 뭐 해롭지 않고, 지 노래 못 불러서 답답할 따름이고…. 주치도 괜찮아요. 술 못 먹어도 괜찮아요. 근데 제가 굉장히 날카롭게 얘기합니다. 고통치는 정말 곤란하다. 남이 괴롭고 아픈 것을 모르는 것은 문제이고, 누가 힘드나 좀 보고 그냥 손 한 번 흔들어 줘도 엄청 도움이 됩니다. 그렇게 내가 지금 해야 돼요. 그거 제도가 해주기를 바라고... 나라에서 해주길 바라고… 나라에서 하긴 해야 하는데…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거 괴테의 말을 빌리면 잔돈을 지금 나눠주는 것… 나에게 내민 손에 지금 주는 것… 그게 지금 우리가 할 일인 거죠. <괴테 할머니 전영애>
우리는 왜 부자가 되려 하는가? 나만 잘 먹고 잘살면 끝인가? 그녀는 ‘고통치’는 정말 곤란하다고 말하고 있다. 남이 괴롭고 아픈 것을 모르는 것이 문제라고 하신다. 그냥 손 한번 흔들어 줘도 엄청난 도움이 된다는 말에 큰 위로가 되는 것은 왜일까? 잔돈을 지금 나눠주는 것, 나에게 내민 손에 지금 주는 것이 내가 할 일이라는 말에 용기를 얻는다.
어제 브런치에 처음으로 후원받은 돈이 정산되었다. 나는 작은 결심을 해 본다. 내 글을 후원해 주시는 분들의 정성을 모아 방황하는 청소년들, 특히 어려운 환경에서 고통받고 있는 ‘보호 종료 아동’의 자립을 돕는 일에 쓰겠다고.
https://brunch.co.kr/@justinryu/37
<보호종료 아동을 도와야 하는 이유>
이제 쓰고, 말해야 하는 더 명확한 이유가 생겼다. 나의 글도 팟캐스트도 흥했으면 좋겠다. 후원과 광고가 더 많은 나눔으로 연결되길 간절히 소망한다. 달 아래 항상 있는 금 전부를 주어 지친 영혼들 중 하나라도 쉬게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지옥의 네 번째 고리에서 황금이 비추는 작은 희망의 빛을 바라보고 있다.
2. Remember Me
#인색 #낭비 #괴테할머니 #나눔 #실천 #첫번째후원 #청소년 #보호종료아동 #샛별중
3. 참고 문헌
The Devine Comedy by Dante_Inferno, Dante Alighieri, the classic
La Divina commedia, Inferno, Dante Alighieri
신곡 지옥(인페르노), 단테(이시연 역), 더클래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