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해 협박 메일의 발신자를 찾았습니다
살해협박 메일 사건을 고소한 후 가장 관건은 가해자를 특정해 찾아내는 것이었다. 한 달간 가해자는 구글 메일 아이디를 수시로 바꿔가며 수십 통의 메일을 보냈다. 아무래도 국내 포털에 비해 구글의 경우 찾기가 어려운 점이 있을 거라는 점을 이용한 것으로 보였다.
나 역시 실제로 구글 메일의 발신자를 찾지 못하면 어쩌나 걱정이 있었다. 변호사 상담에서도 “형사 고소 시 구글 등을 통해 상대방들의 인적사항을 특정 짓는 작업이 필요하므로 수사기관이 이와 같은 절차를 적극적으로 진행하도록 고소장 작성 및 고소인 진술 절차를 신중히 진행할 것을 권해드린다”는 코멘트가 있었다. ‘구글이라 못 찾는다’는 아주 옛날이야기였지만, 구글이라 좀 더 까다로운 것은 사실 같았다.
그러나 걱정은 기우였다. 가해자가 특정되고 내가 고소장을 제출한 경찰서에서 조회한 결과, 가해자는 이미 다른 경찰서에서 특정을 마친 인물이었다. 나 외에도 그 같은 협박 메일을 고소한, 내게는 한 없이 고마운 사람이 앞서 있었던 것이다.
메일 주소가 여러 개인 탓에 한 번 더 확인할 필요는 있었다. 해당 경찰서는 구글에 영장을 집행해 가해자의 IP주소를 알아내었고 곧이어 가해자를 특정했다. 다만 구글에서 협조하는 과정이 오래 걸려 여기까지 두 달 이상이 소요되었다. 마음이 까맣게 타는 듯했지만 누군가 이미 가해자를 밝힌 바가 있어 정보가 있었기 때문에 믿는 구석은 있었다.
두 달 여 만에 구글은 아이디 추적 결과를 내놓았고 그 사람은 앞서 다른 기자에게 고소된 자와 동일 인물이었다. 또 내가 고소한 여러 아이디는 그 단 한 사람의 소행으로 드러났다.
나는 드디어 살해 협박 메일을 보낸 사람을 찾았다는 생각에 가슴이 뛰었다. 이제부터 싸움은 시작이다.
나는 마음을 다 잡으며 크라브마가 수업에 나갔다. 내게 싸움의 기술은 곧 크라브마가였으므로 고소 과정을 진행하며 마치 수행을 하듯 수업에 나가곤 했다. 상대방의 움직임을 읽어 배로 반격하는 크라브마가의 법칙처럼 나 역시 상대방에게 받은 대로 갚아주었다.
경찰은 그를 불러내 가해자 조사를 진행했는데, 반성문을 받아달라는 요청을 깡그리 거절한 것이다. 사과를 받고 싶은 마음이 없지는 않으나, 이미 정신과에 가야 할 정도로 고통을 받은 것은 씻어 없어지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소통을 차단하기로 했다.
게다가 나는 구글 메일을 방패로 익명의 힘을 빌러 나에게 그 같은 저주를 퍼부었던 일을 되갚아주었다. 가해자에게 욕설을 되갚아 준 것은 아니다. 다만 나 역시 가명으로 사건을 접수해 그가 나를 찾을 수 없도록 했다. 막막함을 되 갚아 준 것이다. 이제 가해자는 나에게 연락할 수도 반성문을 전달할 수도 없었다. 경찰을 통해서 몇 번 요청했으나 내 연락처를 얻어낼 수 없었던 그는 반쯤 포기한 상태로 다음 절차를 받아야 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