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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괜차나 Sep 07. 2021

자진 퇴사하면서 실업급여 받는법

아픈데 퇴사하고 싶을 때, '질병으로 인한 퇴사'

우리 사회의 실업급여 제도는 자진 퇴사를 하더라도 근로자에게 발생한 질병으로 인해 업무가 어려워 퇴사하는 경우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 질병은 업무상이든 그렇지 않든 상관없다.


또 산재와 실업급여는 모두 회사가 아닌 고용부에서 승인이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에 회사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된다. 나 역시 그 과정에서 스스로 보는 눈치는 어쩔 수 없었지만, 조금만 참으면 퇴사 후 ‘조금만 더 참을걸’하고 후회하는 대신, 그동안 고용보험에 가입해 일한 기간에 따라 주어지는 실업급여를 몇 개월간 받으며 새로운 시작을 준비할 수 있다.


필요한 것은 세 가지다. 먼저 자신의 주소지 근처 고용센터에 가서 두 가지 서류양식을 받는 것이다.


하나는 ‘질병으로 인한 퇴사 확인서’이며 인사팀이 문항에 답하고 마지막에 회사 직인을 찍어줘야 하는 A4용지 1장 분량의 서류다.


‘질병으로 인한 퇴사 확인서’는 사업장에서 병가를 줄 수는 없었는지, 업무 전환은 불가능했는지 등 이 근로자가 질병으로 인해 퇴사를 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묻는 문항이며, 내가 아니라 사업장 인사팀이 알아서 작성해야 하는 내용이니 걱정하지 말자.


또 하나는 퇴사 경위서인데 이것은 스스로 작성하는 것이기 때문에 회사에 낼 필요조차 없다.


마지막 하나는 내 질병을 증명하는 의사 소견서이다. 허리 디스크나 손목 염증으로 수술을 하는 등 명확한 질병이라면 더 수월하다. 주치의 선생님께서 ‘해당 질병으로 치료가 얼마 기간 동안 필요하다’는 내용의 진단서를 작성해주시면 이를 함께 고용센터에 내면 된다. 내 경우 정신적인 질병이었기에 조금 까다로울 것이라 예상했지만 중증 우울증을 앓고 있었기 때문에 생각처럼 어렵지 않았다.

이 제도를 설명할 때마다 주변 사람들은 망설이는 반응을 보이는데 대부분 병가나 퇴사라는 말을 회사에 꺼내가 껄끄럽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 역시 마지막 용기를 짜내어 ‘질병으로 인한 퇴사 확인서’를 사업장에서 받았고 퇴사 경위서는 내가 직접 작성했다. 퇴사를 하면서 제일 잘한 것이라면 미리 이 서류를 받고 나온 것이다. 그러니 비슷한 상황에 있는 사람이라면 잠깐의 용기로 더 큰 것을 얻기를 바란다.


회사의 직인이 찍힌 질병으로 인한 퇴사 확인서를 넘겨받은 후 나는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제 나는 업무 중 얻은 이 병을 이유로 산업재해 신고와 실업급여 수급 모두를 차례차례 할 수 있게 되었다. 산재와 실업급여는 동시 수급은 되지 않는다. 산재를 먼저 지급받은 후, 미리 고용센터에 가서 연기해 둔 실업급여를 잇따라 받으면 된다.


물론  과정에서 다시 한번 보이지 않는 정신적 질병을 꾀병 취급하는 회사 사람들을 설득하는 과정과 괴로움, 동료들의 외면까지 아픔을 겪어야만 했지만 결국은 원하는 것을 얻어냈다는 점은 나를 자유롭게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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