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3. 용서 대신 견뎌야 하는 것
이제야 그때의 마음을 정의할 수 있게 됐지만, 그 무렵 나는 내게 상처를 준 회사를 손절 대신 익절 하기로 결심했다. 적어도 내가 피해를 떠안고 조용히 사라지는 방식 대신, 앞으로 홀로서기를 할 준비를 충분히 마친 후 떠나기로 한 것이다.
가장 먼저 한 것은 병가 신청이었다. 따지자면 내 일은 업무상 재해였지만 급여가 지급되는 인병휴가를 결재받기는 결코 쉽지 않았다. 특히 산재 승인 전인 시점이었기 때문에 더더욱 회사에서는 내 개인적인 문제를 치부하는 분위기가 남아 있었다.
어렵사리 한 달씩 승인을 받아 나는 총 두 달을 유급으로 쉬었고 마지막 한 달은 일 년치 내 연차를 소진하는 방식으로 유급으로 쉬었다. 연장하는 과정에서 회사에 몇 번씩 왔다 갔다 해야 했고 보기 껄끄러운 상사의 얼굴을 봐야 했지만 이것만 끝나면 퇴사한다는 생각에 용기를 마른행주 짜내듯 짜서 매번 회사에 방문했다.
동시에 퇴사 준비로 마음이 어렵던 내가 꾸역 꾸역이나마 철저히 알아본 것은 ‘질병으로 인한 퇴사’ 제도였다. 이 제도는 내 개인적인 경험담을 넘어, 회사에서 골병들어 퇴사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모두 추천하는 일이다.
(다음 글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