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치약이 자꾸 나한테 방귀를 껴

바쁜 아침, 아이의 치약이 선물한 무해한 웃음

by 소금라떼

텀블러, 개인 수건, 칫솔과 치약, 그리고 양치컵. 아이가 매일 아침 유치원에 챙겨가야 할 목록들이다.

처음에는 이 자잘한 것들을 매일 챙기는 일이 꽤 번거로운 숙제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생각이 바뀌었다. 매일 칫솔의 위생 상태를 점검하고 치약이 얼마나 남았는지 살필 수 있어 오히려 아이의 위생을 세심하게 챙길 수 있어 다행이라는 마음이 든다.


오늘 아침도 평소처럼 아이의 물건들을 챙기다 멈칫했다. '어라, 치약이 얼마 안 남았네. 그래도 오늘까지는 괜찮겠지?' 조금 더 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조금 납작해진 치약을 파우치에 쏙 집어넣었다.

잠에서 깬 아이는 기특하게도 스스로 밥을 먹고 양치를 하러 갔다. 그 사이 나의 시계는 긴박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새벽부터 일어났건만, 강의 준비에 몰두하느라 정작 나의 출근 준비가 늦어진 탓이다. 마음이 급해져 분주하게 옷을 챙겨 입고 있던 그때, 아이가 다가와 말을 건넸다.


"엄마, 오늘 내 치약 좀 바꿔줄 수 있어요?”
“왜? 엄마가 보기엔 조금 더 쓸 수 있을 것 같던데."


그러자 아이가 억울하다는 듯, 하지만 아주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유치원에서 내가 치약을 짜는데 잘 안나와요. 치약이 자꾸 나한테 방귀를 껴요!"

방귀를 뀐 아이의 치약

"뭐? 풋, 하하하하!"

치약 튜브 속 공기가 빠져나오는 '픽- 픽-' 소리를 방귀라고 표현하다니. 아이의 재치 있는 말솜씨에 긴장감 가득했던 아침의 공기가 순식간에 말랑해졌다. 바쁜 출근길, 쫓기듯 흐르던 집안 분위기가 아이의 무해한 농담 한마디에 환한 웃음으로 채워졌다. 내 딸한테 방귀를 뀐다는 데 안바꿔줄 수가 있나, 나는 부리나게 새 치약을 꺼내 방귀 소리 대신 부드러운 치약이 기분 좋게 나오는 통통한 새 치약을 넣어줬다.




사진: UnsplashRoman Marchen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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