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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 Jul 08. 2018

연애, 그리고 롤러코스터 @이별한 사람들

연애만 하면 행복할 줄 알았다. 내 불완전한 마음이 완전해질 거라고 생각했다. 한 피스가 모자라 완성하지 못한 내 퍼즐을 완벽히 채워줄 방법은 연애이고,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손잡고 지나가는 연인들을 볼 때, 카페에서 다정하게 꽁냥 거리는 연인들의 모습들을 볼 때, 지하철 문이 닫힐 때 끝까지 손을 흔들어주는 남자 친구와 그 남자 친구를 보는 여자 친구의 사랑스러운 눈빛을 볼 때, 기념일이 되면 어떤 데이트를 할까. 고민하는 사랑스러운 커플들의 모습들이 내 눈엔 참 좋아 보이고 예뻐 보였다. 사실 엄청 부러웠다. 그리고 그런 모습들만 내 눈에 보였다. 나도 그렇게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었다. 


우리도 그럴 때가 있었다. 그렇게 환히 빛날 때가. 근데 절대로 사라지지 않을 것 같던 너와 내 모습들이 서서히 사라져 갔었다. 믿을 수 없었다. 아닐 거야. 생각했다. 오래된 친구와도 이야기할 수 없었던 나의 모습들을 공유하고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갔던 우리인데, 그럴 리 없다고 믿었다. 무슨 일이 있더라고 내 편이었던 사람인데 이렇게 자질구레한 일들로 끝이 난다는 걸 인정할 수 없었다. 고작 이런 일로 멀어지고 헤어진다고.


돌이키고 싶었다. 어떤 문제로 우리가 이렇게 서로의 눈치를 보고 멀어진 건지. 왜 자꾸 같은 문제로 싸우고 마음 상해하는 건지. 분명 서로에게 멍이 들었던 상황을 차근차근 설명하고, 이해했는데 집에 돌아와 침대에 누워 생각해보니 또다시 울화가 치밀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갔다. 이해가 가지 않았다. 생각처럼 내 마음이 잘 풀리지 않았다. 왜 그럴까. 내가 무엇을 잘못했을까. 너만 잘못한 것 같은데? 수도 없이 생각했던 밤들이 있었다.

살얼음판 걷는 기분이라고 해야하나? 불안함 같은거.어떤 싸우지 말아야한다는 강박관념같은거 / 영화 연애의 온도


같은 문제로, 똑같이 피 튀기게 이야기하는 우리의 지금 모습은 내가 처음에 생각하고 그려왔던 연애가 아니었다. 그래서 슬펐나 보다. 형식적으로 뭐해? 라고 묻고 나도 사랑해. 라고 말하고, 우리 기념일에 뭐하자. 라니. 사실 내 마음은 그게 아니었는데. 하나도 안 궁금하고 하나도 안 사랑했을 때도 있었는데. 그렇게 날 속이고 있었다. 우리의 관계를 회복해보려 노력하고 있는 내가 낯설어 보였다. 어떤 상황에서도 내 감정에 솔직하다고 생각했던 나인데, 어느 순간 내 감정을 속이고 있었다. 우리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했다. 왜냐면 우린 친한 친구보다도, 가족보다도 가까운 사이였고 그 누구도 우리 관계에 금이 가도록 만들 수 없었으니까. 근데 혹시나 했던 나의 노심초사는 역시나 기어코 현실이 돼버린다.


이별 후에는 너무 많이 우울해 버려서 밥 먹을 때도 갑자기 눈물이 나려 했다. 내 감정은 이런데 배는 고프네. 하면서. 내 배를 원망했다. 이 간사한 배야. 이러면서. 엄마가 "요즘 힘든 일 있어?" 라고 흘리듯 물었을 때도 갑자기 혼자 엄청 많이 슬퍼져 버렸다. 어..나 지금 엄청 슬픈 일 있어.라고 말할 수도 없고, 밥 먹다가 울 수도 없고. 내 감정을 내가 모르겠고 그런 상태이니까. 그러다 방에 들어가 울기도 했다. 이럴 리가 없어. 우리는 그럴 리가 없어. 아. 이 비련의 여주인공아.


그 감정을 컨트롤하고, 받아들이고, 우리의 관계가 어떻게 돼가는지는 한참 뒤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알 수 있었다. 우리가 그리고 네가 이런 사람이었고 내가 이런 사람이었기에 이렇게 된 거구나. 난 이런 사람이었고, 넌 그런 사람이었구나. 그래서 우리의 모습은 이랬었구나. 하고. 요약하자면, 그냥. 너와 난 딱히 잘못한 게 없었다. 그 상황에서 너의 이런 태도, 나의 그런 행동은 잘못된 게 없었다. 그저 너와 나의 모습을 뒤늦게 알게 된 거지. 자기 자신에 대해 잘 몰랐다. 우린. 우리가 잘못한 게 아니다. 자책할 필요도, 우리가 잘못한 행동을 찾아낼 필요도 없었다.


그냥 '썸머'는 '썸머'다 / 영화 500일의 썸머


그저 연애는 롤러코스터였던 게 아닐까. 

좋은 날이 있으면, 

그 좋았던 날만큼 한없이 슬펐던 날도 있고, 

그렇게 항상 행복하진 않은 것. 

그게 연애의 모습. 

실체. 민낯. 


어쩔 땐 행복해 보이려 노력할 때도 있었고, 내 안 좋은 모습들을 여과 없이 보여줄 때도 있었다. 제일 빛났을 때의 모습들을 보여줄 때가 있던 만큼 한없이 바보 멍청이 같은 모습을 들킬 때도 있었다. 나에게도 이런 면이 있었구나. 하고 깨달았던 순간들.


나의 연애는 그랬다. 

돌이켜 보면 나를 더 잘 알게 해 준 고마운 시간들. 

그래서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 해도 

똑같이 선택하고 슬퍼하고 행복해했을 것 같다. 

모두 내 선택이었고,

또 모두 내 감정이었기에. 


그래. 내 이별 이야기도 이 정도로 아름답게 모셔두자. 어차피, 이건 나만의 기억이니까. 이 정도면 아름답게 포장 잘했어. 기특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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