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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보통 Oct 09. 2020

엄마는 전부 예뻐

첫째의 뜬금없는 고백에 심쿵



가짜 자존감의 권하는 사회라는 책을 보면

'무조건적 사랑을 받은 아이는

'나는 사랑받을 가치가 있다'라는

무의식적 신념을 갖게 된다.'라고 한다.


돌이켜보면 난 한 번도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어릴 때는 모든 순간

과연 내가 사랑받을 가치가 있는 사람인지 의심하며 살았다.


내가 공부 잘하고 착하고 이뻐야 사랑받으니

착하지도 않은데 착한 척을 엄청 했던 것 같다.


그렇게 한 번도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내가 잘 못해주거나 날 마음에 안 들어하면

이 사람이 날 떠날 거야 하는

불신과 불안이 언제나 있었다.

별날도 아는데 어느 날 남편에게서 받은 장미꽃

그런 내 인생에서 무조건으로 날 사랑해 준 사람은

우리 남편이 처음이었다.

내가 어떤 모습이든 이쁘다고 해주는 사람을

옆에 둔다는 것은 엄청난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남편이 얼마 전에 써준 결혼 8주년 한글 손 편지.

매년 변하지 않고

내가 행복하면 자신도 좋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게

물심양면으로 노력해 주는 사람이라서

나도 마음에 안정을 점점 찾았던 것 같다.


그런 남편과 더불어

이제는 나에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는 사람이 두 명이나 더 생겼다.


우리 아이들이다.

우리 아이들은 내가 정말 이쁜가보다.


이리 봐도 이쁘고 저리 봐도 이쁘고.

아이들이 나를 보는 모습을 보면

엄마는 너무 예뻐라고 온몸과 눈빛에서

그 사랑이 보인다.


얼마 전에 뭔가에 홀려서

호주에 진출한 홈쇼핑 오픈샵에서

3벌에 15불(배송비 포함) 짜리 티셔츠를 샀다.


15불이니까 하고 샀는데

역시 한국 옷이라서 그런지 생각보다 질이 좋다.


애들 돌볼 때 입으면 괜찮은 작업복 느낌으로

매일 잘 입고 있다.


그중에 하늘색 티셔츠를 입고 첫째에게

"이 티셔츠 이쁘지?"

하니까 첫째가 엄청 호응해 줬다.


"어, 엄마 티셔츠 너무 이쁘다.

그런데 엄마는 안 이쁜 곳이 하나도 없어."


기분 좋은 말 또 듣고 싶어서

"뭐라고?" 했더니

우리 첫째가 내 눈을 보면서 강조하며 말했다.


"엄마는 전부 다 이뻐."


이런 나를 이렇게까지 사랑해 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아이들은 온 힘을 다해 나를 사랑해 준다.


우리 아이들이 날 이쁘다고 하니

나도 나를 이쁘다고 생각하게 된다.


화장 안 해도 흰머리가 생겨도

얼굴에 여드름이 나도

우리 아이들에게 난 전부 이쁘다.


아이들과 남편 덕분에

드디어 난 내가 사랑받을 가치가 있는 사람임을

확신한다.


엄마가 되어서 행운이고

엄마가 되어서 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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