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의 행방
흙을 두봉 샀습니다. 흙은 제가 다이소에서 가장 자주 사는 품목 중 하나입니다. 어디에 쓰냐면요. 성장한 식물을 큰 화분으로 분갈이할 때, 가지치기하고 버리기는 아까워 흙에 꽂아 두었던 줄기에서 단단한 뿌리가 내려 새 화분에 옮겨 심어줘야 할 때, 호기심에 심은 카라향 씨, 방울토마토 씨가 진짜로 싹을 틔워 제대로 심어줘야 할 때 등등.
새 화분을 채울 때 말고도 기존 화분 안에 흙이 계속 사라져서 표면에 새 흙을 채워줄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면 흙이 어디로 갔을까 궁금해집니다. 식물이 흙속에 양분을 먹어서 사라진 부분이 있을테고, 나머지는 햇볕에 분해되면서 잘게 쪼개져 부피가 줄어든 걸까? 공기 중으로 날아간 것도 있겠지? 그럼 어느 정도는 내가 숨으로 마셔버린 걸까?
무거운 흙을 짊어지고 집에 오는 길에 흙의 행방을 상상해 보았습니다. 그 많던 흙은 다 어디로 간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