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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일흔 아홉

어둠과 꽃눈

by 주원

저녁이면 창가에 있는 카랑코에 화분을 실외기실로 옮겼다가 아침이면 다시 창가로 가져다 놓기를 3주째, 새로 올라오는 잎사귀가 전과 달리 작고 뾰족해졌습니다. 꽃화분은 처음이라 몰랐는데, 카랑코에 꽃을 피우려면 하루 10시간 이상 어둠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일정시간 빛을 차단하는 단일처리를 거쳐야만 꽃눈이 생기고, 그 뒤에는 빛을 충분히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화사한 꽃을 피운다고 하더라고요.


꽃은 환한 빛과 따뜻한 기온으로 피우는 건 줄 알았는데, 어둠으로부터 시작된다는 게 새로웠습니다. 어쩌면 가장 아름다운 순간은 어둠 속에서 잉태되는가 봅니다. 앞으로 어두운 동굴에 갇힌 것 같이 막막할 때, 카랑코에 눈꽃을 떠올려야겠습니다.


화사한 꽃이 피어나는 걸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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