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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여든 여덟

우울은 수용성

by 주원

'우울은 수용성'이라는 수영 콘텐츠를 보고 피식 웃고 말았는데 일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불편한 감정이 오가는 예민한 통화 후 마음속에 검은 잉크가 걷잡을 수 없이 퍼져갔습니다. 거친 생각과 불안한 마음이 씨줄과 날줄로 현재를 옭아매 눈앞에 놓인 일에 집중이 되지 않았습니다.


수영 가방을 들고 나섰습니다. 샤워실 따뜻한 물줄기가 몸에 닿으니 마음이 한 꺼풀 누그러들었습니다. 수영장에 들어서 발차기 연습을 할 때에도 마음이 복잡했습니다. 강습시간에 하듯 발차기 뒤에 자유형, 배영, 평영을 차례로 연습했습니다. 숨 들이쉬다 물 먹고, 가라앉는 다리를 끌어올리려 발버둥 치고, 뒤에서 오는 사람에게 쫓기고, 시작하는 순서를 알아내려 눈치를 살피고, 유려하게 평영하는 고수를 넋놓고 보다 보니 수영하기 전에 복잡했던 머릿속이 단순해졌습니다. 머릿속에는 오직 한 가지 생각만 남았습니다. '나도 저렇게 매끄러운 평영을 하고 싶다'


마음에 퍼졌던 검은 잉크도 많이 희석됐습니다. 앞으로 안 좋은 감정이 들 때 물속에서 다 녹여 버려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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