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면 다급한 어미의 소리가 나를 일으키려 하지만 굼벵이처럼 몸을 움츠리며 기어 들어가는 아침의 달콤한 수면을 이제는 느낄 수가 없다. 투정을 부린 들 누구 하나 가방을 챙겨 주고 밥을 먹여 주지 않는다는 책임의 자리에 있기 때문이다. 이유 없는 투정으로 아비를 오랜만에 대면하면서 나약하고 기운 없는 노인이 서 계신 것 같아 아비의 바람처럼 이마 가득한 주름을 당기듯 세월을 되돌려 놓고 싶은 심정이다. 처음 확신이 언제나 정답으로 나의 변심을 훈육하고 있는 결정의 시간에 선생님의 눈을 피해 창문 밖 고요 속에서 생명을 본다. 지금 내가 듣고 싶은 소리를 누군가도 그리워하고 있을 것 같고 가만히 아무런 움직임이 없어도 나를 찾아 올 인연이 언젠가는 종을 칠 것 같은 막막함이 줄어드는 계절이길 빌어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