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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퍼퓸힐러 이주용 Feb 06. 2021

겨울 향기와 나와 이야기

두 번째... 여기서 나를 그리다...

픽사베이에서 찾아온 이미지입니다.

제법 추운 날이다, 지난 저녁 귀갓길의 차가움이 아직 남은 아침소리에 창을 열어 일부로 차가운 공기와 인사한다. 정리하다 보면 늘 늦어지는 시간이 그냥 어느새부턴가 즐기고 있는 나를 탓하면서도 더 느긋하게 시간을 확인한다. 공방을 한눈으로 확인하고 또 확인하고 세척한 유리병에 남은 물기는 조심스럽게 뒤집어 마르도록 두면서 하루를 그렇게 정리한다.


공기와 인사하며 어제의 일을 복기한다, 오후쯤 잠시 한가로운 시간에 짧은 산책은 분명 맑은 하늘이었는데 나 모르게 숨어서 던지는 아이처럼 눈송이가 어느새 어두운 길 위 그렇게 기다리고 있었다. 그 기운이 잠결에도 녹지 않고 나를 기다리듯 아침에 소리치며 나를 깨운 것이다. 


은은하게 조용해진 뒷 산의 나무들은 앙상함이 선명하지만 아직 잎사귀는 남아있다, 그냥 그렇게 멀뚱이 서있는 나무를 잠깐 보다 정신이 든 머리를 들고 나를 본다, 하루에 시작이 썩 춥기만 하다. 


겨울이면 향기에 분위기는 조금은 다른 모습으로 바뀌고 그것을 즐기기 위해 취향껏 준비하셨지요? 정말 다양한 타입의 향수들이 저마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마음에 드는 이야기로 선택하면 그 시간이 마냥 풍족한 거 같아요, 이런 마음으로 정한 저의 두 번째 이야기의 주제는 나무와 코끝 시린 공기 같은 향수입니다.


지난 밤늦게까지 온 눈은 아름답고 낭만적이지만 내일의 나에게는 힘든 출근길을 만들어주는 미운 존재이기도 하죠, 아직 어둑한 아침 단단히 챙겨서 조금은 덜 추운 나로 준비하고 시간 문을 열면 어느새 코 끝에 다가오는 메케한 향기는 새벽에 탄 듯한 나무 같기고, 모르는 집의 보일러의 향기 같기도 해요, 이러한 감촉은 그다지 향긋하지 않아서 실망스럽지만 또 묘한 끌림이 있어서 크게 드리 마시면 시원하면서도 텁텁한 공기가 폐 속 가득 돌다 나오죠, 바람이 더 강하게 이는 날이면 순간 쨍하게 보이는 향기는 덤이고요.   


이미 경험은 충분합니다, 작업실에 향료들은 준비를 마쳤고요, 내가 보는 겨울의 모습을 향기로 그리는 것만이 남았네요, 그 처음은 라임과 베르가모트 그리고 갈바넘 조화제로써 베르가못을 가볍게 터치하면서도 라임의 날카로운 인상을 더 진하게 연출하여서 차가움을 만들어요, 아직은 미완이지만 여기에 변조제로 갈바넘을 조금은 힘 있게 연출하여서 선명한 인상을 만들어요, 이번에는 달콤함 부드러움 은은함은 기대하지 마셔요.


미들 노트에 제라늄, 아이비, 파인우드와 윈터그린을 선택하여 탑의 아직은 미완성은 모습에 더 큰 볼륨감을 주어요, 중성적인 이미지의 제라늄으로 조금 더 드라이한 분위기를 만들고, 아이비와 파인우드로 조금은 허 한 느낌의 숲을 아니, 벌판에 외로이 보이는 그런 나무 같은 향기를 상상하며 비율을 설정해요. 멋있는 것이 아닌 무언가 선명하게 와 닿는 간결함으로요.


마지막 라스트에는 시더우드와 베티버 그리고 화이트 머스크로 우드의 느낌을 가장 많이 올릴 수 있도록 연출해요, 머스크의 쓰임은 우드를 더욱 단단히 고정하는 정도일 뿐 굳이 비율이 높아질 필요는 여기서 없어요, 전 일단 시더우드와 파인우드로 침엽수가 가진 운치를 손쉽게 쓰고 싶어요, 그래서 가장 많이 연출하면 좋을 거 같아요, 여기에 베티버의 강렬함으로 포인트를 주는 것이죠, 베티버와 갈바넘의 콜라보가 또 매력적이니까요, 이제 슬슬 마무리이군요, 10%도 안 되는 적은 비율의 머스키는 겨울의 화려하지 않지만 부족함 없는 향수를 완성해줄 것이에요, 탑의 미완성된 향기가 어느새 향수로써 완성된 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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