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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쾌한 주용씨 Dec 24. 2023

고레에다 히로카즈 영화 <괴물>

누가 괴물인가?

군대에서 휴가나온 큰아들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영화 <괴물>을 보고왔다. 우선 고레에다의 작품이니 믿고 보는 점도 있고 5개월 만에 보는 큰아들이 엄마랑 같이 보고 싶은 영화라고 제안하니 고민할 필요없이 나섰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는 2018년에 처음 <아무도 모른다>를 시작으로 <바닷마을 다이어리>,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원더풀 라이프>, <어느 가족>, <걸어도 걸어도>까지 꽤 많은 작품을 공감하며 감탄하며 감상했다. 이번 신작 <괴물>은 평점도 높은 편이라 더욱 기대가 되었다. 영화가 시작되기 전 아들은 진짜 기대된다며, 영화가 좋았으면 좋겠다고 들뜬 표정을 지었다. 


영화의 내용을 모르고 간 터라 영화의 포스터와 제목만으로 평범한 아이가 괴물로 변하는 이야기 정도로 예상했다. 좀 무서울 수도 있고 어쩌면 잔인한 장면이 한두 개 포함되어 있을 수도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영화 <괴물>에는 괴물이 나오지 않는다. 머리에 뿔이 달리고 우리와 피부색이 다르고 괴성을 지르며 사람을 공격하는, 그런 괴물은 없다. 영화가 끝날 때까지 영화의 제목이 왜 '괴물'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집에서는 아빠에게 맞고 학교에서는 아이들에게 집단 괴롭힘을 당하는 아이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뉴스나 시사 프로그램을 통해 자주 접하는 일이라 그리 놀라울 건 없다. 사실 이렇게 생각하는 게 놀라운 일이다. 어린 아이가 폭력을 당하는 것이 흔하디 흔한 사건이 되어버린 현실이 정상은 아니지 않은가. 아이를 보호해야 할 어른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나? 학교에서 벌어지는 폭력에 대해 엄마는, 담임 선생님은, 그리고 교장 선생님은 어떻게 대처하는 게 맞을까? 각각의 입장이 되어본다. 



영화 초반에는 선인과 악인이 분명해 보였다. 폭력을 가하는 사람은 당연히 나쁜 사람이고 폭력 피해 아동의 엄마는 피해자이며, 아이의 폭력을 방관한 선생님은 또 다른 가해자가 확실했다. 학교를 이끌어가야 할 교장 선생의 무책임한 행동은 손가락질을 받아 마땅하다고 단정지었다. 그런데 영화가 뒤로 갈수록 내가 아는 게 다가 아닐 수 있다고, 보여지는 것만이 진실은 아닐 수도 있다고 이야기한다. 사람마다 속사정이 있고 어떤 사건이나 사람의 태도는 어떤 각도에서 어떤 관점으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알고는 있지만 살면서 쉽게 간과하게 되는 그 점을 고레에다는 영화 속 인물들을 통해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괴물은 누구인가? 인간의 마음이란 게 있는가? 영화 <괴물>이 우리에게 던지는 이 질문은 꽤나 철학적이며 쉽게 답할 수 없는 질문이다. 우리가 괴물이라고 생각했던 대상이 사실은 우리처럼 너무나 평범한 사람일 수도 있고, 평범하고 정상적으로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우리가 사실은 누군가를 할퀴고 넘어뜨리는 괴물일 수도 있다. 



아이들의 세상은 맑고 순수하고 넓디 넓다. 어른들의 잣대로 그 세상을 규정짓고 기준을 만들어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그러다보니 어른들이 생각하는 아이들의 세상은 좁디 좁다.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좁은 세상에서 아이들은 마음껏 뛰어놀 수도 없고 진심을 표현할 수도 없다. 그래서 자기의 세상을 알아주는 친구와 함께 어른들이 찾지 못하는 곳으로 숨어버린다. 영화를 보면서 우리 두 아들은 어린 시절 어떤 마음을 품었을까. 엄마는 도저히 알 수 없는 그 아이들의 세상엔 무엇이 있었을까. 무척이나 궁금해졌다. 



아이들의 웃음은 언제나 옳다. 아이들을 마음껏 뛰어놀게 하고 환하게 웃게 하는 세상이 정의로운 사회다. 논술 수업을 하는 작은 내 강의실에서 아이들과 함께 웃고 떠들었던 올해 1년을 되짚어봤다. 내 생각을 주입하기보다는 아이들이 품고 있는 것들을 끌어내주는 역할이 논술 선생님으로서의 내 역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년 논술 수업을 계획하고 준비하면서 나와 함께 아이들이 더 자주 웃기를, 말과 글로 자신의 생각을 마음껏 표출하기를, 그리고 마침내 행복해지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많은 생각이 뒤따르는, 영화 <괴물>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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