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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쾌한 주용씨 Dec 17. 2023

가족과 함께 볼 만한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우리 아파트는 안전한가?

꽤 오래 전에 남편과 함께 흥미롭게 본 영화인데 넷플릭스에 올라온 걸 보고 이제야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에 대한 리뷰를 남긴다. 8월 여름에 개봉한 영화다. 암울한 미래 세계를 그린 디스토피아 영화라고 여겼는데 이런 영화의 장르를 포스트 아포칼립스라고 칭한다고 해서 찾아봤다. 아포칼립스 이후, 즉 세계멸망 이후를 뜻하는 단어란다. 현존하는 인류 문명이 붕괴하고 난 뒤를 다루는 세계관, 혹은 그러한 상황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픽션을 통틀어 칭하는 말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디스토피아와 어떻게 다른가? 포스트 아포칼립스는 인류 문명이 멸망한 후의 암울한 세계를 다루지만, 디스토피아는 인류 문명이 여전히 존재는 하지만 안 좋은 쪽으로(환경오염, 인구과밀, 전체주의, 빈부격차 양극화 등등) 흘러간 암울한 세계를 다룬다는 차이가 있다고 한다.(나무위키 참고) 아, 이제 알겠다.



영화 속 세상은 무너졌지만 작품으로서의 영화는 견고하게 잘 지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시 대부분 사람들이 살고 있는 아파트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 공감과 몰입이 더해진다. 자기 집 한 채 갖는 것이 일생의 목표인 것처럼 대한민국은 아파트를 욕망한다. 월세나 전세로 살고 있는 사람들은 자기 이름 박힌 집 문서를 원하고, 오래 되거나 작은 집에 사는 사람들은 신도시에 있는, 크고 새로 지은 고층 아파트 한 칸을 얻기 위해 악착같이 돈을 모으고 은행의 힘을 빌린다. 그리 크지 않은 나라 대한민국엔 아파트가 너무 많고 아파트에 대한 욕망은 너무 크다.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모두가 무너진 세상에 살아남은 황궁 아파트를 배경으로 한다. 재난이 닥친 상황은 모두에게 끔찍하지만 황궁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스스로 선택받았다는 것에 위안을 삼으며 어떻게든 살아남고자 가끔 협력하고 자주 싸우고 결국 민낯을 보인다. 사람들은 인간으로서의 생존에 대한 당연한 욕망뿐 아니라 각자 꼭 살아남아야 할 이유가 있다.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어서, 자식을 위해서, 놓치고 싶지 않은 것이 있어서, 드물게는 다른 이를 보호하기 위해 치열하게 싸우고 상처를 주고 받으며 살기 위해 몸부림친다. 인간성을 잃은 이들을 향해 어떻게 저럴 수 있냐며 야유를 뱉어내다가도 '만약 나라면?' 하고 스스로 물으면 나도 별수 없지 않을까 하며 풀이 죽는다.



이병헌의 연기는 역시 기대 이상이다. 나만 그렇게 생각한 것이 아니었다. 올해 청룡영화상과 대종상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대종상 영화제에서는 이 영화가 최우수작품상까지 거머줬다. 늦게나마 영화 리뷰를 써야할 이유가 더해졌다. 배우들의 연기가 탄탄하니 보는 재미가 있고 영화가 주는 메시지가 뚜렷해서 영화를 보고 나서도 여운이 남아 주제를 곱씹어 생각하게 한다. 영화가 해야 할 역할을 충분히 해냈다.  



흔히 욕심 많고 악착같은 사람이 잘 산다고 말한다. 그래서 내 자식이 너무 착하고 순하면 이 험한 세상 어떻게 사나 걱정하기도 한다. 그렇잖아도 인심 야박한 세상이라고 하는데 대지진으로 주위의 모든 것이 무너지고 소수만이 살아남은 상황이라면? 사랑하는 사람과 가족, 자식을 지키기 위해 누군들 독해지지 않겠는가. 그래서 <콘크리트 유토피아> 가 웰메이드 영화다. 선과 악을 쉽게 가를 수 없다.



아파트에 살고 있지만 나는 콘크리트에서 유토피아를 꿈꾸지 않는다. 신도시 고층 아파트 사이 학원가가 내 일터지만 그곳에 살고 싶다는 욕망은 다행히 없다. 집값이 너무 비싸다는 게 가장 큰 이유겠지만 난 30년 된 우리 집에 충분히 만족하고 있다. 그리고 머지 않은 때에 남편과 함께 아파트를 떠나 우리만의 소박한 삶을 살기로 했다. 집은 콘크리트 구조물이지만 그 안을 채우는 건 사람의 온기, 가족 간의 사랑이다. 오래된 우리 아파트의 안전은 우리 가족의  서로에 대한 사랑으로 지켜진다.



영화를 보고나면 우리 집, 내 가족이 새삼 소중해진다. 더불어 혼자 잘 살기보다는 함께 안전하고 평화롭게 사는 것에 마음이 더 가게 된다. 추워진 날씨 탓인지 영화 리뷰를 쓰는 내내 모든 사람이 포근한 집에서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놓쳤다면 따뜻한 집에서 가족과 함께 보기를 권한다. 볼 만한 좋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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