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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쾌한 주용씨 Feb 20. 2024

불면의 밤, 엄마는 자식의 꿈이 생생하다!

마음 정리의 기술? 매일 브런치 글쓰기!

꿈이라는 단어를 좋아해서일까. 낮에는 미래의 내 모습을 꿈꾸며 게으름 피우지 않으려 애쓰고 밤에는 꿈속을 헤매느라 종아리가 뻐근하고 땀이 배어날 지경이다. 낮이고 밤이고 꿈을 꾼다. 3년 전 출간한 내 첫 책의 제목도 『일을 그만두니 설레는 꿈이 생겼다』이다.  50대가 되어서도 '평생 읽고 쓰는 삶'이라는 꿈을 갖고 더 많이 읽고 더 잘 쓰기 위해 노력 중이다. 하지만 매일 꿈을 위해서만 살 수는 없다. 현실이 더 급하고 돈벌이가 더 절박하다. 일상을 잘 살아내려면, 직업인으로 제 역할을 잘 해내려면, 밤에 숙면이 꼭 필요한 나이다. 전에는 새벽 기상을 고집했지만 요즘엔 7,8시간 푹 잘자는 게 우선이다. 그런데 꿈 때문에 두세 번씩 잠에서 깨어 화장실에 다녀오거나 물을 한 잔 마시고 어렵게 다시 잠을 청한다. 금방 잠이 들지 않아 스탠드 아래서 책을 보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다음날 할 일만 없다면 밤새 소설책을 읽는 것도 좋으련만 체력적으로 힘들어할 내일을 걱정하며 잠과 책 사이에서 갈팡질팡한다. 밤잠인데 쪽잠을 자듯 자다 깨다를 반복한다. 아침에 가뿐한 몸일 수가 없다. 어렴풋하게 남아 있는 꿈을 기억해내려다 포기하며 힘들게 몸을 일으킨다. 


다양한 꿈을 꾼다. 돌아가신 엄마아빠와 시부모님이 등장해서 반가울 때도 있고 두려울 때도 있다. 형제자매가 나와서 반가웠다가 내용이나 분위기가 그리 밝지 않아서 걱정이 남기도 한다. 남편과 여행을 다니기도 하고 자식 문제로 심각한 표정을 짓는 우리 부부가 보일 때도 있다. 두 아들이 함께 나오기도 하고 큰아들, 작은아들이 각각 등장해 현실에서보다 더 많은 대화를 나눌 때도 있다. 가끔 일과 관련된 학원, 사람들이 나올 때도 있다. 젊었을 때에는 꿈도 황당무개하고 행동 반경도 무척 넓었던 것 같은데 나이가 들면 꿈도 늙는 것인지 현실의 테두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소재만큼이나 장르도 대중없다. 가족 드라마, 시트콤, 액션, 호러, 로맨스, 스릴러 등 매일 밤 영화를 찍는 기분이다. 내가 감독이 되었다가 배우를 겸하기도 한다. 푹 자야 할 시간에 과한 역할이다 싶기는 하지만 피곤한 것 빼고는 꿈을 꾸는 시간이 싫지 않다. 가끔은 오늘 꿈은 무엇일까 기대하며 잠자리에 들기도 한다. 


2월에는 큰아들 전역에 재수생 작은아들 입시 결과 발표까지 겹쳐 있어서인지 유독 꿈에 두 아들이 자주 등장했다. 평소보다 길게 꿈이 이어졌고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서 잠결에 핸드폰 메모장에 기록까지 해두었다. 2월 13일 새벽, 꿈에 아장아장 걷는 둘째를 데리고 엄청 크고 복잡한 식당에 갔다. 결혼식장의 식당 같은데 특이하게 회집이다. 회세트처럼 한 접시 거하게 나왔는데 다 먹지를 못해서 남은 걸 포장해가기로 했다. 보통의 결혼식장이라면 음식을 싸오지는 않겠지만 그 식당 매니저 같은 사람이 친절하게 포장 가능이라고 해서 요구한 것이다. 아무튼 신발을 신고 나와서 포장을 기다리기로 했다. 아들의 신발을 신기고 있는데 강부자를 꼭 닮은 할머니가 우리 아이를 무척이나 예뻐하며 쓰다듬었다. 서빙 보는 사람들에게 중앙에 통문어 숙회가 남아 있는 접시를 주고 포장을 부탁했는데 다들 눈치보며 포장을 미룬다. 시간이 지날수록 기분이 나빠져 지배인 비슷한 사람을 찾아 원래 이 식당이 이런 곳이냐며 화를 버럭 내고 포장은 됐다고, 내가 블로그에 이곳에 대해 솔직하게 쓰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남자 지배인이 쩔쩔 매며 나를 뒤쫓아왔지만 나는 아들과 함께 바삐 그곳을 빠져나왔다. 아직 씩씩거리는 내 손을 잡은 어린 아들이 울먹이며 눈치를 본다. 나는 얼른 아들을 안고 화를 감추고 엘리베이터를 찾아간다. "아들, 얼른 1층으로 갈까요?"라며 리드미컬한 목소리로 안고 있던 아들을의 턱을 입으로 비벼가며 간지럼을 태운다. 아들은 금세 자지러지게 웃는데 그 표정이 가히 예술이다. 


자식에 대한 엄마의 태도를 생각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자식 앞에서 환하게 웃을 줄 아는 엄마, 그런 엄마에게 자식도 안심하며 세상에서 가장 예쁜 표정으로 화답한다. 다른 거 뭘 더 바라나, 우리 자식이 이렇게 내 앞에서 건강하게 웃고 있는데... 이런 마음으로 꿈에서 깼다. 그때가 우리 둘째의 입시 결과가 발표되고 일주일쯤 지났을 때였다. 아마 내 맘속에 둘째의 미래에 대한 걱정이 많이 차지하고 있었던가 보다. 다른 사람은 쉽게도 대학에 보내는 것 같은데 나는 두 아들 다 왜 이렇게 힘들고 안되나 싶어 나 스스로에게 화가 나 있었나 보다. 나는 아들에게 최대한 부담주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아들은 말없이 내 눈치를 보고 있는 지도 모른다. 남은 음식에 대한 욕심을 버리듯이 이미 지난 것에 대한 미련은 훌훌 털어버리라고, 내 기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이에게 안정을 주는 것이라고, 꿈이 나에게 이야기하는 듯했다. 


바로 오늘 새벽의 꿈이다. 큰아들이 자기 방에서 베개를 들고 나오며 툴툴거린다. "왜? 방이 너무 더워? 선풍기 틀어 줄까?" 했더니 "아니, 그게 아니야." 라며 손으로 휘휘 내저어 몸주변을 털어내는 시늉을 한다. 평소 먼지에 민감하고 벌레나 곤충에 예민했던 아들이라 그런 모습이 영 낯설지는 않았다. "방에 뭐가 있어?" 했더니 "어, 막 윙윙거려서 잠을 잘 수가 없어." 하며 거실 내 잠자리 끝에 베개를 놓고 어설프게 눕는다. 둘째와는 달리 10대 후반부터는 내 옆에 눕는 경우가 전혀 없는 애라 좀 이상했다. 저녁부터 베란다에서도 평소와는 달리 뭐가 날아다니는 것 같았다. 얼른 일어나 홈키파를 여기저기 려대는데 큰아들이 주섬주섬 일어나더니 "그래서 말인데, 엄마!" 하며 입을 뗀다. 내 눈치를 보는 듯하다. 그런데 나는 아들이 할 말을 단박에 눈치챈다. "집 나가 자취하고 싶다는 거지?" 아들이 흠칫 놀란다. "아니, 그게... 우리 집이 좀... 아니, 내 방에 먼지도 좀 많고... 내가 비염이 좀 심하잖아..." 아들과의 대화는 여기까지였다. 꿈속에서 이제 아들을 내품에서 떠나 보내야 할 때가 되었구나 생각하며 복잡한 마음이었다. 


너무 생생한 꿈이었다. 아들과 실제로 이런 대화를 나눈 듯했다. 잠에서 깨고도 한참 멍하니 앉아 지금 당장 아들을 내보낼 수 있는 형편인가를 생각했다. 아, 꿈이었구나 정신을 차리니 큰아들의 잠자는 숨소리가 방문 틈에서 새어나온다. 전역한 후로 갑자기 어른이 돼버린 것 같은 아들, 부모와 대화하는 것보다 혼자 생각하는 시간이 더 늘어났다. 당연하다 생각하면서도 가끔은 낯설다. 이렇게 거리가 멀어지고 이렇게 각자의 인생을 살고 언젠가 남편과 나는 이 세상에 아들을 둔 채 떠나겠지, 생각하다보니 부모와 자식의 연이라는 게 질긴 것 같으면서도 좀 허망한 것 같아 씁쓸해졌다. 요즘 다시 아들들 생각으로 마음이 복잡하다. 그나마 이렇게 매일 브런치에 글로 마음을 풀어낼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 마음 정리의 기술이 바로 글쓰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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