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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쾌한 주용씨 Feb 27. 2024

4개월 동안 매일 브런치에 글을 썼다!

7개의 브런치북에 16화씩 글 112개가 차곡차곡!

<매일 브런치에 글을 쓰면> 17화입니다. 2023년 11월 7일, 그러니까 우리 부부의 25주년 결혼 기념일을 하루 앞둔 날이었습니다. 글쓰기에 게으른 내가 꽤 오랫동안 맘에 걸렸는데 그날 문득 다시, 매일, 글을 쓰자는 결심이 불끈 솟았습니다. 2017년에 일을 그만두고 블로그 글쓰기에 재미가 생기고, 2018년 가을 아빠가 돌아가시고 그 허전함을 매일 블로그 글쓰기로 달랬습니다. 거의 3년 가까이 매일 블로그 포스팅을 했으니 꽤 오래한 셈입니다. 물론 그때는 일을 하지 않을 때였으니 가능했고요. 덕분에 평생 읽고 쓰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고, 한 번에 브런치 작가가 되어 금방이라도 작가가 될 것처럼 설렜습니다. 그런데 정말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책을 쓰자고요. 출간 계약을 하고 드디어 2021년 6월에 제 첫 책 『일을 그만두니 설레는 꿈이 생겼다』 가 세상에 나왔습니다. 블로그 이웃들이 책이 나오는 과정을 함께하며 응원해주고 책이 출간되고 나서는 자기 일처럼 기뻐하며 리뷰를 전해주셨습니다. 


재취업이 된 것도 이유라면 이유겠지만 책이 출간되고 나서부터는 매일 글쓰기는커녕 글을 쓰는 게 두려워지더군요. 자꾸만 스스로 검열을 하는 겁니다. 이렇게 써도 될까, 도대체 내 글은 누구를 위한 것이지, 내 스타일이 뭔지 모르겠어, 내 글이 너무 재미가 없어, 과연 이런 글을 누가 읽기나 할까, 난 왜 글을 쓰려는 거지, 이토록 많은 의문들이 더 이상 글을 쓸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첫 책이 나오면 두 번째, 세 번째 책을 구상하며 작가로서의 삶을 꿈꿀 수 있을 거라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글을 더 못 쓰겠더라고요. 예전에는 여행가서도 사진 찍고 글을 올리고, 영화를 보고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평을 쓰고, 책의 좋은 문장에 내 경험이나 생각을 덧붙여 쓰고, 소소한 일상 이야기를 적는 것이 자연스러웠거든요. 그런데 그게 잘 안 되는 거예요. 블로그는 그나마 나아요. 브런치에는 어설픈 글을 올리는 게 어찌나 부끄러운지... 지금 생각해보면 책 한 권을 냈으니 일반 사람들보다 더 잘 써야한다는 부담감, 경력이 쟁쟁한 브런치 작가들에 대한 의식, 이런 것들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스스로 나를 가뒀습니다. 전에는 다른 사람 눈치 보지 않고 그저 내가 좋아서 글을 썼는데 어느 순간 기준, 기준을 갖다 붙이고 이래서 안돼, 저래서 이상해 하면서 글을 즐기지 못했던 겁니다. 그래서 어려운 길을 가기로 했습니다. 블로그도 아니고 브런치에, 그것도 일주일에 1회 발행도 아니고 매일 글을 쓰기로 결심한 거죠. 브런치북 연재를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일주일 요일에 따라 7개의 브런치북을 만들고 그것에 따라 요일별 연재를 시작했어요. 무모한 도전이지 않을까 걱정했습니다. 얼마 못 가 그만두게 될까봐 살짝 두렵기도 했고요. 그런데 4개월을 유지했습니다. 7개의 브런치북에 16화씩, 4개월 동안 글 112개가 차곡차곡 쌓였습니다. 글의 완성도는 차치하고 4개월을 하루도 거르지 않고 글을 발행했다는 것에 나의 성실함과 꾸준함을 칭찬하고 싶습니다. 


오늘은 천안에서 글을 쓰고 있습니다. 다음 주에 다른 항암 치료에 들어가는 큰언니를 보러 왔습니다. 점심 시간에 서울에서 오는 작은언니랑 큰언니 집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차 막히는 시간을 피해 새벽에 출발했습니다. 9시에 출발하면 2시간 30분 걸리는데 새벽 5시에 일어나 6시 전에 출발하니 1시간 20분도 안 걸리네요. 날이 밝지 않은 고속도로를 달리는 기분도 좋았습니다. 천안 터미널 근처 스타벅스에서 밀크 티 한 잔에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중입니다. 책도 읽고 글도 쓰고 다이어리에 오늘의 기분을 적기도 합니다. 3월 논술 프로그램을 완성하고 수업 준비도 좀 하려고 바리바리 챙겨왔습니다. 집에 갈 때도 퇴근 시간을 피해 카페에 혼자 있다가 저녁 늦게 출발하려고요. 새벽부터 가족, 집에서 벗어나 밤까지 혼자 지낼 생각을 하니 좀 설레기도 합니다. 물론 언니들과 약속이 있어서 왔지만 말이에요. 그만큼 아내, 엄마로 살면서 가족들과 거리를 두고 온전히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게 어렵다는 거죠. 그래서 이토록 간절한가 봅니다. 



체중이 20kg 가까이 빠진 몸으로 암과 싸우고 있는 큰언니를 만나로 오는 길이라 『아침의 피아노 를 챙겨와 읽습니다. '철학자 김진영의 애도 일기'라는 부제가 붙어 있습니다. 이 책은 고 김진영 철학자가 간암으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적었던 메모장을 엮은 거예요. 메타포라 수업을 할 때 은유 작가가 언급한 적도 있고 이번에 은유의 신간『해방의 밤 에도 나오길래 구입해 읽고 있는데 참 좋아요. 2년 가까이 암과 함께하며 자주 죽음이라는 단어를 떠올렸을 큰언니를 생각하며 이 책을 읽습니다. 죽음에 가까워지고 있는 사람의 글인데 이상하게 삶에 대해 더 생각하게 되고 세상 모든 것들이 귀하게 느껴집니다. '모두들 모든 것들이 영원히 살 것처럼 살아간다.' (p.77)라는 문장을 읽으면 이 짧은 인생, 정신 바짝 차리고 제대로 살아야지 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냥 놔둬, 놔두고 하던 일 해"(p.93)라는 문장은 집안일과 자식 걱정 내려놓고 카페에서 책 읽고 글 쓰는 나를 응원하는 것 같고요. "날마다 오늘이 첫 날이고 마지막 날이야."(p.95)라는 문장은 다시는 오지 않을 오늘을 사는 태도가 숙연해집니다. 


4개월째 매일 브런치에 글을 쓰는 기분을 이야기하려고 했는데 다른 이야기로 샜네요. 항상 이래요. 하나의 주제로 글을 써야 한다고 배우고 가르치면서 정작 글을 쓰다보면 순간의 기분을 적게 돼요. 아무튼 매일 브런치에 글을 쓰는 지금이 참 좋다는 얘기입니다. 그리고 조금씩 욕심도 생깁니다. 그냥 매일 쓰는 것에만 만족하지 말고 책으로 엮을 만한 큰 주제를 생각해보자고요. 지금까지는 내 속 편하자고, 내 맘 가는 대로 썼다면 이제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글,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글을 써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겨울이라 하기에는 너무 푹한 날씨 탓인지, 3월이 가까워져서인지 제 맘에도 움이 트는 것 같습니다. 물론 아직은 꽃을 피우기에 너무 이릅니다. 제가 준비가 덜 되었어요. 하지만 봄에만 꽃이 피는 건 아니잖아요. 봄에 피는 진달래, 개나리가 아니어도 여름에 피는 색깔 진하고 송이 큰 하와이안 무궁화도 있고, 성숙한 누님 같은 가을꽃 국화도 있습니다. 겨울에 빨갛게 자신을 불태우는 동백꽃도 너무 예쁘지요. 꾸준히 글을 쓰며 나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꽃을 키워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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