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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랄코튼 Nov 22. 2021

선한 젊은 영혼

대학생 때 동네 카페가 흔하지 않았다.

그러다 동네에 새로 생긴 카페라고
신나게 다녔던 곳이 있다.

오늘 괜히 그곳에 왔다.  


벌써 10년은 훨씬 지난 카페,
그때 가격으로 그때 그 모습 그대로였다.

신기했다.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았고

보라색을 유난히 좋아했던 그때 나는

무거운 맥북 프로를 등에이고 다녔었다.

그리고 카페만이 주는 창의적 환경에 영감을 받으며

오롯이 집중했었다.


이번에도 등에 한가득이고 카페에 왔는데

메뉴를 시키니까 사장님이 언제 갈 거냐고 물어보셨다.


"어.. 왜요?"


나도 모르게 경계를 세웠다.


"아~ 공부하러 온 것 같아서, 저기 룸도 있으니까 쓰라고~"


아..

아니 이 말 하나에 왜 갑자기 내 마음을 치유하는가?

나도 모르게 당연하다며 경계를 세웠고

거기서 돌아온 친절과 배려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저기 룸에 불 켜드리고, 커피 가져다 드려~"


"네~!!"


사장님의 말이 끝나자마자

친절하게 아르바이트생의 안내를 받았다.


내가 애도 아니고..

그런데 너무 오랜만에 온 카페이고

룸에 불이 꺼져있어서 쓰면 안 되는 줄 알고

또 경계를 했던 나에게 필요한 말이었다.


이 아르바이트생은 또 뭐지?

사회에서 어설픈 서비스를 학습한 느낌도 아니고

그냥 참 잘 자란 젊은이를 보는 느낌이었다.


"불 켜드릴까요? 혹시 추우시면 난로에 불 켜셔도 됩니다. 커피 여기 있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너무 당연하게 했을 말이지만

그 말투와 억양과 표정과 태도에서

성실과 바름이 가득 느껴졌다.

이 아르바이트생은

"커피 나오셨습니다." 같은 이상한 존댓말은

안 쓸 것 같았다.


곧이어 사장님이 일을 하나씩 가르쳐주시는 게 들렸고,

말끝마다 "네~에!"하고 대답을 하였다.

이 역시 무조건 반사처럼 하는 대답도 아니었다.

정말 알겠다는 말처럼 들렸고

사장님이 듬직하시겠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늙었나......
이런 선한 젊은 영혼을 오랜만에 보다 보니
너무 훈훈하고 감동받아 울컥했다.

쪽지라도 쓸 수 있으면

응원과 칭찬을 담아 전하고 싶은데

괜히 또 오해할까 봐 차마 그러지 못하는 날 발견했다.


내가 학생들을 가르칠 때

이런 성인이 되길 바라며 가르쳤던 거 같다.

물론 부족했을 거고,

내가 선택한 방법이 꼭 정답도 아니었겠지만

그냥 내 제자들도 사회에 어느 순간에서든

이렇게 선한 영향력을 주는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소망을 마음속에 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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