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때 동네 카페가 흔하지 않았다.
그러다 동네에 새로 생긴 카페라고
신나게 다녔던 곳이 있다.
오늘 괜히 그곳에 왔다.
벌써 10년은 훨씬 지난 카페,
그때 가격으로 그때 그 모습 그대로였다.
신기했다.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았고
보라색을 유난히 좋아했던 그때 나는
무거운 맥북 프로를 등에이고 다녔었다.
그리고 카페만이 주는 창의적 환경에 영감을 받으며
오롯이 집중했었다.
이번에도 등에 한가득이고 카페에 왔는데
메뉴를 시키니까 사장님이 언제 갈 거냐고 물어보셨다.
"어.. 왜요?"
나도 모르게 경계를 세웠다.
"아~ 공부하러 온 것 같아서, 저기 룸도 있으니까 쓰라고~"
아..
아니 이 말 하나에 왜 갑자기 내 마음을 치유하는가?
나도 모르게 당연하다며 경계를 세웠고
거기서 돌아온 친절과 배려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저기 룸에 불 켜드리고, 커피 가져다 드려~"
"네~!!"
사장님의 말이 끝나자마자
친절하게 아르바이트생의 안내를 받았다.
내가 애도 아니고..
그런데 너무 오랜만에 온 카페이고
룸에 불이 꺼져있어서 쓰면 안 되는 줄 알고
또 경계를 했던 나에게 필요한 말이었다.
이 아르바이트생은 또 뭐지?
사회에서 어설픈 서비스를 학습한 느낌도 아니고
그냥 참 잘 자란 젊은이를 보는 느낌이었다.
"불 켜드릴까요? 혹시 추우시면 난로에 불 켜셔도 됩니다. 커피 여기 있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너무 당연하게 했을 말이지만
그 말투와 억양과 표정과 태도에서
성실과 바름이 가득 느껴졌다.
이 아르바이트생은
"커피 나오셨습니다." 같은 이상한 존댓말은
안 쓸 것 같았다.
곧이어 사장님이 일을 하나씩 가르쳐주시는 게 들렸고,
말끝마다 "네~에!"하고 대답을 하였다.
이 역시 무조건 반사처럼 하는 대답도 아니었다.
정말 알겠다는 말처럼 들렸고
사장님이 듬직하시겠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늙었나......
이런 선한 젊은 영혼을 오랜만에 보다 보니
너무 훈훈하고 감동받아 울컥했다.
쪽지라도 쓸 수 있으면
응원과 칭찬을 담아 전하고 싶은데
괜히 또 오해할까 봐 차마 그러지 못하는 날 발견했다.
내가 학생들을 가르칠 때
이런 성인이 되길 바라며 가르쳤던 거 같다.
물론 부족했을 거고,
내가 선택한 방법이 꼭 정답도 아니었겠지만
그냥 내 제자들도 사회에 어느 순간에서든
이렇게 선한 영향력을 주는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소망을 마음속에 새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