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난임 연대기 _두 번째이야기
음...
음.....
에이, 뭐 큰일 있겠어?
그렇게 가볍게 넘기려고 노력했지만
계속 아이가 생기지 않았기 때문에 걱정되기 시작했다.
난소 기능 저하가 난임의 주원인이 되진 않더라도
그래도 관계가 없지 않기 때문에 고민이 더 되었다.
생리주기가 23일이었던 그다음 달
26일, 25일, 27일, 26일, 25일, 24일...
와. 이건 아니지. 이건 아니야!
더 웃겼던 건
내가 받은 직장 내 스트레스 수치와
반비례하는 생리일수를 확인하는 순간들이었다.
흔들리는 주기에도 황당했지만, 24일이 뜨는 순간 아찔했다.
아. 진짜 너무!!!!! 답답해!!!!!! 하고
최고의 분노를 찍은 그 달에는
하필 24일이 뜬 것이다.
이후, 지인의 추천으로 난임 병원을 가게 되었다.
아 진짜. 내가 난임 병원을 가게 되는구나?
솔직히 남일 같았다.
그런데 내가 가게 되었다.
뭐, 갈 수도 있다.
요즘은 임신 준비를 시작할 때 난임 병원부터 찾기도 한다더라.
병원에서 기본검사를 진행하였고,
난소 나이와 호르몬 검사를 받았다.
난소 나이는 내 나이보다 4살이나 많게 나왔고,
유즙분비 호르몬이 높게 나왔다고 했다.
유즙분비 호르몬은 임신한 사람한테 나오는 호르몬으로
중복 임신이 되지 않도록 나오는 거라
이 수치가 높으면, 임신이 어렵다고 했다.
또한 지속 검사를 해서 확인해봐야 하는데,
수치가 이것보다 더 올라가게 되면,
뇌에 문제가 생긴 걸 의심해봐야 하며
뇌 검사를 해야 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리고 그 원인은 분명히 알 수 없으며,
대표적 원인들에는 내가 해당이 안 되고,
스트레스에만 해당이 되었다.
와.
진짜 황당하고 어이가 없어서 말이 안 나왔다.
난소 나이도 높게 나왔는데,
임신한 사람한테 높게 나오는 호르몬이
뇌 검사를 의심할 만큼 높게 나오다니...
또 손이 덜덜 떨렸다.
심장이 두근거렸다.
후.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따로 없었다.
스트레스 관리.
스트레스 관리뿐이었다.
가장 첫 번째,
기대를 바닥으로 내리자.
누군가에게 실망을 한다는 건
누군가의 역량에 화가 난다는 건
누군가에게 분노가 치민다는 건
다 기대 때문이라 생각했다.
내가 기대한 만큼 족하지 않으면
내가 그 사람으로부터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내가 그 사람의 역량을 봐야 하는데
내가 그 사람의 지위와 역할을 보았구나.
똑같은 지위와 역할을 지녀도
사람마다 역량이 다르기 때문에
다른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는데
내가 사람마다 역량이 다르다는 것을 간과하였구나.
아, 저 역할을 맡아도 저렇게 밖에 못할 수 있구나.
아, 저 지위에 있어도 저렇게 밖에 안 해도 되는구나.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10을 기대했었다면, 2 정도로 낮췄다.
당연히 해내야 된다 생각했던 것들을
그거라도 하는 게 어디냐라고 생각했고,
정말 어리석은 말이지만, 그 책임을 묻지 않고
정말 어리석은 결정이지만, 바로잡아주려 하지 않고
나와 먼 이야기, 잘못 들은 이야기로 생각하며 흘려버렸다.
자기가 당해보면 알겠지 하고 실패하게 둬버렸다.
내 사람들, 내 영역 안에서만
침범하는 것을 정화하는데 힘썼다.
10번 중 8번은 화가 났었는데,
10번 중 9번이 대단해 보였다.
9번 중 3번은 놀랍기까지 했다.
이야~ 2 정도인 사람도 5를 할 수 있구나!!!
경이로운 순간들도 있었다.
화를 낼 일은 줄어들었고,
놀랍고 신기한 일들이 많아졌다.
이렇게 한 달을 혼자 연습했고
다시 호르몬 검사를 받았다.
정상.
....
뇌 검사도 해봐야 하는 수치일 수 있다 했는데
한 달 동안 스트레스의 원인을 해소한다고
혼자 고민해서 연습했던 결과가
이렇게 고스란히 나타났다.
와! 다행이다!!!!!!
동시에, 진짜 허탈하고 황당함을 느꼈다.
내가, 이런 환경에서 일을 했구나.
피그말리온 효과도
정작 기대하는 사람에겐 해로울 수 있겠구나.
왜 그 생각을 못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