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가 2주 연장됐다. 코로나 19 란 생소했던 단어는 이미 익숙하게 들린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모습이 어색하다. 원탁의 테이블에 둘러앉아 나누던 대화는 사라진 지 오래다. 등 돌린 직원의 등이 쓸쓸하다. 내 등도 누군가에게는 그러할 테지.
출근을 했을 때였다. 여느 때처럼 요양원 거실에 치매를 않고 있는 노인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었다. 텔레비전에서는 코로나 19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을 소개하고 있었다. 노인들은 서로를 바라볼 뿐이다. 나는 힘차게 아침 인사를 전했다. 그리고 고개만 숙였다. 노인들이 내게로 손을 뻗었다. 나도 모르게 앞으로 나가던 손을 움츠렸다. '악수 금지'를 권하는 요즘 아닌가.
노인들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손 한 번 잡는 게 무에 그리 어려운 일이라고...."
할머니 한 분이 심드렁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저, 어르신. 그게 아니고 요즘 코로나 때문에 악수를 하지 말래요."
"그게 뭔데? 하이고, 이제 손도 안 잡아주는 구만. 그렇게 안 봤는데 서운하네 그려, 나 참."
다른 노인들도 그러면 못 쓴다고 혀를 찼다. 아무리 설명을 드려도 노인들은 요지부동.
"저기 T.V에 나오는 것처럼 요즘 전염병이 돌아서 그런 거예요. 악수를 하지 않는 건 저보다 어르신들을 위한 일이라니까요."
그러든지 말든지 할머니 표정은 내내 울그락불그락했다.
구석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할머니가 끼어들었다.
"우리를 위하기는. 지들만 살겠다고 마스크도 지들만 썼구먼."
"......"
사실 마스크를 드려도 금세 벗어던지는 어르신들이었다.
요즘 요양원은 면회 금지다. 그렇잖아도 가끔 보는 가족들을 두어 달 볼 수 없게 된 어르신들은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어째 애들이 코빼기도 안보이지."
"코로나 때문에 면회 금지예요."
"왜?"
"코로나... 그러니까 전염병 때문에요."
어르신은 도통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그럼 더 와봐야 하는 거 아냐?"
"어르신들이 아플까 봐 그래요."
할머니는 화까지 난 모양이다. 목소리가 커진다.
"병 무서워서 지 어미 죽고 나서야 올 모양이네. 하이고."
"그게 아니고....."
요양보호사 일은 어르신들과 몸을 밀착시켜야 한다. 2m를 떨어진 채 수저에 반찬을 올려드릴 수 없고, 기저귀를 교체할 수도, 목욕을 도울 수도 없다. 어르신을 이동할 때는 직원 두 명이 꼭 붙어서 어르신과 한 몸처럼 움직인다. 애초에 사회적 거리두기는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어르신들에게 인사를 드릴 때만 멀찍이 서서 고개를 숙이니 그분들 입장에서는 이해가 될 리 없었겠지. 시청에서 지침이 내려왔으니 뻔히 보이는 거실에서는 2m의 거리로, 방에서 노인의 이동을 도울 때는 노인들을 부둥켜안은 채 하루를 보낸다. 직원들은 2인 일조로 한 몸이 되어 일을 하다가도 식당에서는 섬처럼 흩어진다.
창밖에 벚꽃이 활짝 피었다. 창문은 닫혔고 블라인드는 반쯤 내려졌다. 그런데도 참 예쁘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는데, 그 사람들을 2m만큼 떨어져서 본다. 노인들은 서운한 마음에 화가 난 눈빛이다. 그런데도 참 귀하다. 그 사람들을 가까이에서 두 손 마주 잡고 인사할 수 있기를, 그 날에는 더 사랑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