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소리는 매일 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같은 시간에 들려왔다.
밤 10시가 되면 머리 위 천장을 뚫고 곰팡이처럼 스멀거리며 떨어지는 엉성한 악보들.
처음엔 어린아이가 장난치는 게다, 그러고 말겠지 여겼는데 상한 것이 틀림없는 검정 콩나물들은 한 달이 다되도록 밤만 되면 허공을 돌아다녔다.
한 달 동안 들려온 소음에 가까운 노래가 매번 같은 곡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건 그나마 다행이었다. 제법 적응이 되어 공중에 떠다니는 음표 몇 개를 붙잡아 입에 넣어보기도 하니 말이다.
그 노래는 익히 알고 있는 가수 인순이의 거위의 꿈이었다.
밤잠을 설치게 만든 소리는 음정, 박자 어느 것 하나 온전하지 않았는데, 시간이 지나도 나아지는 기미가 없었다.
- 낭~ 나 앙 꾸우미이 이~서~었~~조오~~
버려어~지이고 찢~~겨~
그 나알~을 위이에~
이~미 도리이키이일~ 수우 없느은~ 형시일이라고~~
그리고 문제의 부분이다. 여기까지만 해도 그럭저럭 참을만했는데 다음 부분에서 항상 목이 갈라진 소리가 났다.
- 언제엔가~까아아~ 나아 그 벼억그을 넘~고서어 저 하느으~을 노오피~이이이이 나를~ 수 있어요~~
나도 모르게 들려오는 소리에 신경을 집중하고 제발 저 부분을 무사히 넘어가기를 빌었다. 이번에도 음 이탈이다. 절로 한숨이 나왔다. 이사를 가야 할까 고민이 들었다.
소리가 시작된 지 한 달째였다. 어김없이 밤 10시가 되자 노래가 시작되었다.
이제 짜증 낼 힘도 내게는 남아있지 않았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어서 노래가 끝나기만 빌었다.
드디어 노래의 절정 부분이 들렸다. 이번에는 과연 어찌 될지 궁금하기도 했다.
언제엔가~~ 난 ~ 그 벽을~ 넘~ 고서~
엇! 이번엔 완전하지는 않았지만 제대로 넘어갔다.
나도 모르게 천장을 향해서 박수를 쳤다. 그러고는 내 모습에 허허 웃고 말았다.
늦은 아침에 눈을 떴다.
오늘은 야간 근무였기에 늦장을 부린 터였다. 담배가 떨어졌다.
새 두어 마리 살 것 같은 머리를 대강 털고 옆쪽으로 삼색 줄이 나란히 박힌 운동복에 두 다리를 끼웠다.
집 앞에 웬 청년과 아주머니 한 분이 서있었다.
'누구시지?'
처음 본 분이었다.
아주머니와 눈이 마주치자 우리는 서로 인사를 했다.
아주머니는 내가 살고 있는 2층 위에 3층으로 얼마 전 이사를 오셨다며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아주머니가 손을 잡고 있는 청년은 몸을 한시도 가만두지 않고 이리저리 움직였고 한 손을 들어 눈을 가렸다가 내렸다 하며 머리는 이리저리 흔들고 있었다.
몸은 엄마보다 훨씬 큰 청년인데 얼굴은 앳되어 보였다. 녀석은 엄마 손을 놓지 않고 있었다.
청년의 상태는 이상해 보였지만 요양원에서 달련된 내 시선을 오래 잡아 두지는 못했다.
간단한 인사를 하고는 담배를 사러 발걸음을 옮기는데, 차 한 대가 우리를 향해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아주머니가 스타렉스로 보이는 머스터드소스를 뿌린 듯이 색 바랜 노란 차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아이를 차에 태워 보낸 뒤에 아주머니가 내게 다시 머리를 숙였다.
밤마다 시끄럽게 해서 미안하다고 했다.
- 아니…… 괜찮은데…… 제가 잠귀가 어두워서…….
아이가 자폐증을 앓고 있는데 곧 다니는 학교에서 노래 발표가 있다고 했다.
- 네…… 정말…… 괜찮아요…… 들리지도 않아서 연습하는 것도 몰랐어요.
아이가 원래 노래를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이상하게 요즘 부르는 노래만은 좋아해서 피아노를 치며 연습을 한 것이라고 했다.
- 아이고~ 뭐 정말 괜찮아요. 거위의 꿈은 저도 좋아하는 노래예요.(이때 아주머니의 미소가 보였다.)
오늘이 발표일이라고 하시며 아주머니가 환하게 웃었다.
시끄럽다고 항의하지 않았던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몰랐다.
나는 그 녀석이 노래의 클라이맥스를 잘 넘어가길 바란다. 그러고 나서도 간혹 아주 가끔만 그 노래를 불러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