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을 두 달 앞둔 지금,
바로 이 순간,
새삼 내가 중년이 되었음을 깨달았다.
‘나는 왜 행복할까?’에 대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져 잠에 쉬이 들지 못했다.
‘이 정도면 행복한 거지.’라는 관념적인 행복이 아니라
마음속 깊숙한 샘에서 물방울이 퐁퐁 터져 나오는 듯한
찐행복이다.
갑자기 부자가 된 것도 아니고,
물려받을 재산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아들이 영재 소리를 듣는 것도 아니고,
내가 승진가도를 달리는 것도 아니고,
남편이 승승장구해서 사모님 소리 들을 팔자도 아니고,
정말 별 게 없는 데.
그 순간 어떤 생각이 번뜩였다.
별 일이 없어서 행복한 거구나!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아서 내 삶이 평온한 거다.
나는 더 이상 내 인생에 무슨 일이 벌어지기만을 바라는 청춘이 아니라는 깨달음이 동시에 찾아왔다.
이십 대에는 꿈을 좇았다.
삼십 대에는 안정적인 가정을 갖기를 원했다.
삶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길 간절히 바랐다.
간절함은 열정을 낳았고 불안을 동반했다.
그 감정들은 오랜 기간 나를 지탱하는 동력이었다.
지금은 모두가 무탈하기를, 평안하기를 바란다.
내게,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기를.
개인의 삶에서도, 사회에서도 변화를 꿈꾸던 진취적인 젊은이는 어느새 지키고 싶은 게 더 많아진 나이가 되었구나.
내 행복의 본질은 어쩌면 지키고 싶는 것들이 있는 삶을 이루었기 때문은 아닐까.
그건 지극히 개인적인 만족의 영역인지라, 남들 눈에 어떠하든 내게는 행복을 주기에 충분한 것들이다.
그리고 이 모든 건 언젠가는 사라진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 아닐까.
연로하신 부모님만이 아니다. 나도 남편도 아이도 언젠가는 모두 떠난다.
그래서 별 일 없이 이어지는 하루하루가 그저 감사하고 행복할 따름이다.
어떤 순간은 화내고 미워하고 걱정하며 보내기도 하지만 그 감정들은 금세 씻겨져 나가고 행복과 감사의 마은이 또다시 마음속 깊은 샘에서 퐁퐁 터져 나온다.
이 감정들이 마흔을 앞둔 내 삶의 동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