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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de Jan 26. 2024

워킹맘의 하루

지난 이틀 동안 자꾸 혼내고 잔소리를 많이 한 거 같아 출근하는 동안 마음이 좀 무거웠다. 게다가 아침에도 늦을까 봐 계속 아이를 닦달하고 겨우 유치원에 넣어놓고(?) 나온 터였다. 버스에서 한숨 돌리고 나니, 엄마 손에 이끌려 급하게 유치원으로 들어가는 아이의 얼굴이 떠올랐다.

퇴근하고 나면 또 어제 같은 상황이 반복되겠지? 6시쯤 하원을 하면, 씻기고 밥 준비하고 치우고… 조금 종이접기를 하다가 잘 시간이 되겠지? 순조롭게 지나가면 최고겠지만, 종이접기 하다가(유튜브에서 본 어려운 것만 접어달라고 하는 아이 때문에 종이접기 할 때마다 꼭 한 번씩 사달이 나곤 한다…) 둘 중 누군가는 폭발할지 모른다. 종이접기를 무사히 지나갔더라도 씻기 귀찮아서 뭉그적거리는 아이에게 화난 감정을 퍼부을지도 모른다. 나보다 성질이 급해서 항상 닦달하는 우리 아부지를 점점 닮아가는지, 출근 시간뿐만 아니라 아이가 자야 하는 시간이 다가오면 압박을 받는다. 뭉그적거리는 아이를 보는 게 참을 수 없이 괴롭고 결국 큰소리가 난다. 남편의 출장이 잦은 요즘은, 퇴근하고 와서 잠시도 쉴 틈 없이 이어지는 일과에 짜증이 가중된다. 그때는 내 감정만 보여서 아이에게 호되게 퍼부어놓고 꼭 이렇게 혼자 있는 시간이 찾아오면 미안함과 죄책감이 고개를 내민다. 진작 떠올랐다면 좋았을 텐데…. 아이를 키우는 일은, 한 사람이 성숙해져 가는 과정이라 생각하면서도, 아직 나의 성숙은 멀었나 보다. 며칠 걸러 한 번씩 꼭 후회를 하는 걸 보면…


오늘은 조금 다른, 특별한 하루를 만들 수 없을까 생각하다 유치원 하원하고 산책을 해야겠다 생각했다. 아이의 감기도 많이 좋아졌고 날씨도 좋았으며 미세먼지도 견딜만한 수준이 이었다. 문제는 퇴근 시간인데…. 택시를 타고 가면 40분 정도는 빨리 갈 수 있었다. 아이와의 소중한 시간을 위해 까짓 택시비 한 번 내지 머!

집에 들러 킥보드를 들고 유치원에 데리러 갔더니 얼굴이 환해진 아이! 편의점에 들러 각자 먹고 싶은 음료수도 하나씩 샀다. 킥보드 타고 산책하다 먹기로 했는데 목이 마르다며 놀이터에서 바로 개봉해 버린 아드님! 놀이터에서 그네도 타고 숨바꼭질도 하고 놀다 보니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산 뒤로 넘어가고 있었다. 노을 보고 싶다며 서둘러 호수 주변 산책로로 달려가는 아이를 뒤따라 나도 전속력으로 뛰었다. 사진도 찍어달라며 포즈를 잡는 모습이 얼마나 사랑스럽던지! 점점 어두워져서 한 바퀴 다 돌지는 못하고 아쉬워하는 아이를 달래 집으로 돌아왔다. 오늘은 시간이 없어서 종이접기도 평화롭게 패스하고, 일찍 책을 읽고 잠자리에 들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물어보았다.

“언제 엄마가 너를 사랑한다고 느껴?”

“엄마가 친절하고 부드럽게 말해줄 때.”

“그럼 언제 엄마가 너를 사랑하지 않는 거 같아?”

“화내고 사납게 말할 때.”

아이가 사랑받는다고 느끼게 하는 건 어쩌면 이토록 간단한 일인데… 그걸 해주지 못해 매일 밤 잠든 아이의 얼굴을 보며 그제야 애틋해하고 미안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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