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고 집에 들어가기 전에 잠깐 짬을 내어
산책을 했다.
저 멀리, 딱 봐도 건장한 남자 두 명이 손을 잡은 채
걷고 있었다.
잠시 뒤, 두 사람은 손을 놓고 걷기 시작했다.
한국에서는 보기 드문 광경에 호기심이 일었다.
그 두 사람의 걸음보다 내 걸음이 더 빨라
거리가 가까워졌다.
언뜻, 두 사람의 연배가 달라 보였다.
‘아버지와 아들인가?‘
아들이 내 또래 같아 보였다.
이 나이대에 아버지의 손을 다정하게 잡아주는 아들이라니, 이 또한 진귀한 광경 같았다.
거리는 점점 가까워졌다. 갈림길에서 초록색 신호등이 켜지자 아버지와 아들은 달리기 시작했다.
어딘가 달리는 폼이 엉성한 아들,
손을 내밀어 아들의 손을 꽉 붙잡고 함께 달리는 아버지.
맞잡은 손은 아무 소리 없이
질감과 온도를 전달한다.
따뜻하고 보드라운 아이의 손은
말캉말캉해서 언제나 기분이 좋다.
손가락 끝이 부딪힐 듯 말 듯 스치는
젊은 남녀의 손끝에선
미세한 진동이 쉼 없이 전해져서
온 신경이 그곳에 모여있는 듯하다.
연인의 손끝은,
온몸이 달아오를 만큼 뜨겁고 축축하다.
적당히 까끌까끌하고 적당히 데워진
남편의 손은 듬직하고 편안하다.
다 큰 아들의 손을 단단히 부여잡은
나이 든 아버지의 손바닥에서는
어떤 질감과 온도가 느껴질까?
문득 궁금해졌다.
거칠고 묵직한 질감 속에
변함없이 꺼지지 않는 단단한 사랑의 온도가
느껴지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