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머리를 감지 않았다.

추석 일기

by Celine

시골집으로 내려와 오늘까지 삼일 동안 머리를 감지 않았다. 귀찮음도 있었지만 나를 가만히 두고 싶어서였다. 양치만 한 채로 어제는 자는 딸을 깨워 엄마에게 다녀왔다. 감자는 온 산을 뛰어다니며 흥에 겨워 어쩔 줄 모르고 나를 반기는 부모님의 얼굴을 마주하며 세월의 무상함을 받아들여야 했다. 나의 나이 들어감은 느끼지 못하면서 부모님의 얼굴에 새겨진 세월의 흔적은 왜 그리 크게 다가오는 건지....

나의 할머니 산소 앞 아빠의 벗어놓으신 신발

집으로 돌아와 딸과 감자를 안고는 이른 저녁부터 잠이 들었다. 새벽에 눈을 떠 커피를 한 잔 들고 음악을 듣는다. 그리고 멀뚱이 앉아 새근히 잠들어 있는 감자를 보듬어 본다. 따듯하고 부드러운 감촉. 나의 손길이 닿자 감자는 휴~~~ 하고 한숨을 짓는다.

가끔은 나를 놓고 싶을 때가 있다. 작년 이맘때쯤에도 이런 감정들이 나를 감싸 안았건만 올해 또다시 그 녀석은 뱀처럼 내 몸을 스물스물 감싸고 있다. 명절이라고 해서 딱히 누군가를 만나지도 않는다. 어쩌다 집을 나서 돌아올 때면 늘 탈진이 되듯이 몸이 늘어지기 때문이다.


딸이 말한다. "엄마, 할머니를 만나면 온 몸의 기운이 없어져... 그 이유를 전엔 몰랐는데 오늘에야 알게 되었어. 우리 할머닌 말이 너무 많아. 누구도 듣지 않는데.. " ㅎㅎ 맞는 말이다. 나의 엄마는 80이 넘은 나이에도 소녀와 같은 감성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공감할 수 없는 이야기를 혼자 계속 이어가시기에 우리 가족은 엄마의 말을 흘려보낼 때가 많다. 그러나 아직도 자신만의 세상을 만들며 살아가시는 엄마가 참 이쁘고 사랑스럽다. 아빠와는 아직도 신혼부부처럼 투닥이면서도 집을 나설 땐 두 손을 꼭 잡고 다니신다.

엄마의 송편! 손솜씨는 누구도 따라 올 수가 없다.

연휴가 시작되던 날 아는 지인에게서 연락을 받았다. "명절 잘 보내세요. 아~ 그리고 지난번 아프다고 했던 그 친구 조금 전 세상을 떠났습니다. 맘이 씁쓸하네요."


그의 친구는 6개월 전 건강진단 시 매우 건강한 것으로 판명이 되었으나, 한 달 전쯤 몸에 이상이 생겨 병원에 찾았을 땐 이미 후두암이 생겨 온몸이 전이가 되었으며, 그것이 뼈까지 번져 더 이상 몸을 쓸 수 없었다고 한다. 그때 그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셀린, 삶이 이럴 때 참 무상해요. 나의 40년 지기 친구입니다. 대학부터 같은 직종의 일을 하며 늘 나에겐 술친구로 삶의 동반자로 함께 했던 녀석에게 이런 일이 생겼다는 것이 도무지 믿어지질 않아요. 그래서 나는 생각했어요. 돈도 명예도 나에겐 다 필요 없구나. 가족의 건강과 나의 행복 그것을 바라는 것이 가장 최우선이라는 것. 현재를 즐겨라 그런 말 있잖아요~ 하하하"

씁쓸히 웃으시던 목소리가 생각이 난다.

잠자리가 언제까지 자유로이 날수 있을까?


다들 말을 한다. 행복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을 위해 이러한 저러한 일을 하고 무엇을 해야 한다라는 교과서와 같은 말들 말이다. 사람은 경험으로 자신이 직접 체득하지 못한다면 쉽게 말해 누군가의 말과 글도 모두 ' 귀에 경 읽기'가 되는 법이다. 그러나 나는 적지 않은 심적 고통과 경험을 하였기에 독자들에게 조심스럽게 늘 나의 경험에 대해 말한다. 나의 지인이 느꼈던 그 현재를 즐겨라라는 말이 무엇인지 대해 말이다.

꽃 속에 감자.


추석 연휴가 막바지이다. 하늘은 푸르고 햇살은 따듯하며 공기는 맑다. 지금 이 글을 읽으며 문득 떠 오르는 이가 있다면 그에게 전화를 하여 목소리를 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한다. 인간의 삶 속에 가장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 바로 '사랑'이기 때문이다.

나는 나를 사랑하기 위해 다시 준비 중이다. 씻지도 않고 빈둥빈둥.... 나의 부모님이 가지고 계신 소년과 소녀 같은 그 눈을 갖기 위해서 말이다.





https://youtu.be/1LH4vnrM-Vs

노라 존스 Don't know w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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