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1841-1919)

by Celine

내가 실제 르누아르의 그림을 처음 마주 한 곳은 오래전 런던에서 잠시 생활할 당시 런던의 내셔널 갤러리에서였다. 화려하고 부드러우며 사랑이 가득한 붓칠은 마치 루벤스의 신화 속 여신들의 몸에서 느낄 수 있는 살 냄새와 같은 그것이었다. 돌아보니 그때의 나는 젊음과 아이들에 대한 사랑 그리고 용기가 가득했었다. 나이가 한 살씩 들어가며 봄날의 바람 냄새 그리고 떨어지는 벚꽃 잎을 차마 밟을 수 없어 길을 돌고 돌아가는 그런 사람이 되어 버렸다. 요즘 봄날의 햇살은 싱그럽기만 하다. 아니 온화하기까지 하다. 모든 것이 평화로울 수 있는 상황에서 오늘 이 그림을 보자 선택이라는 단어가 떠 오르며 정체를 숨긴 무엇인가로 인해 콧등이 찡해져 온다.


그림은 벽을 장식하기 위한 것이고,
아름다워야 한다.


<앙브루야즈 볼라드의 초상/oil on canvas/67cmx74cm/1908>

이 그림은 프랑스의 유명한 화상이자 르누아르의 친구인 앙브루아즈 볼라르(Ambroise Vollard 1868-1939)가 르누아르의 조각을 살펴보고 있는 중이다. 전체적인 느낌은 매우 차분하지만 르누아르만의 부드러운 붓칠은 여전히 강하게 남아있다. 또한 세잔의 영향으로 강렬하면서도 어두운 그러면서도 힘의 중심을 잃지 않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르누아르의 그림 대부분이 선을 사용하지 않고 색을 이용하여 면으로만 분할하여 대상을 묘사한다. 이 그림 역시 같은 특징을 보이고 있다. 마치 파스텔을 이용한 듯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퍼지는 색들의 결정체! 볼라르는 지금 여성의 조각을 손에 넣은 채 가만히 그것도 아주 집중하여 감상하고 있다. 볼라르는 법을 공부했으나 그림과 화가들을 사랑하여 평생 화상으로 활동하였다. 성격은 매우 차분하며 이해심이 깊어 인상파 화가들을 위한 갤러리를 운영했을 뿐만 아니라 피카소와 같은 화가들을 도왔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볼라르의 초상화는 르누아르만이 그린 것 아니다. 당시 유명했던 많은 화가들이 각기 자신의 화풍으로 그려내여 그것을 감상하는 일도 매우 흥미로울 것이라 생각된다. 그래서인지 볼라라는 매우 신중해 보인다. 부드럽고 자상한 모습으로. 지금 작품은 선택이 될 것인가? 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저 부드러움 속에서 아슬한 찰나의 경계를 지켜본다는 사실이 이렇게 마음이 아려오는 것인지 몰랐다.


르누아르는 산업화가 막 시작된 후 근로자들이 휴무날 한껏 치장을 한 후 카페나 바에서 유흥을 즐기는 모습을 매우 아름답게 표현한 화가 중 한 사람이다. 그의 그림에 등장하는 인물들에는 상류나 부르주아 계층도 있었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신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대부분의 모습들은 근로 여성들의 여가를 표현한 그림들이라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라 생각된다. 즉 그러한 대중장소에서 자신의 아름다움이나 화술을 이용하여 신분상승을 꿈꾸기도 하며 진정한 사랑을 찾기 위해 선택하였던 시간들을 화폭에 담아낸 것이다. 우리는 선택을 하기도 하고, 당하기도 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선택에는 책임이 따르고 그 무게로 인해 때론 짓눌리기도 한다. 그 무게가 때로는 감당하기 힘들 만큼 클 때가 있다. 그 무게를 견디는 자. 자신을 이겨낼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말년의 르누아르가 심한 관절염으로 더 이상 모든 관절을 사용할 수 없게 되자 자신의 손에 붓을 묶은 채 그림을 그렸던 열정처럼 말이다.




모딜리아니와 피카소의 볼라드 초상화
보나르의 볼라드의 초상화
세잔의 볼라드의 초상화




https://youtu.be/NWHfK4KQZdU

<카를라 브루니- Perfect day>

나의 전화기 배경화면이기도 한 카를라 브루니. 그녀의 목소리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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