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짱고아빠 Jan 25. 2023

시작하는 사회복지사들을 위해

int. 이런 사회복지사가 되어주세요

사회복지사가 된 혹은 사회복지사가 되기로 하신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혹 사회복지사 자격증은 없지만, NGO활동가로써의 삶을 시작한 여러분도 환영합니다. 아, 엄밀히 따지면 사회복지와 NGO는 다른 영역입니다. 굳이 구분하자면 NGO가 조금 더 큰 의미를 담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 둘을 거의 같은 선상에서 두고 보고 있습니다. 물론 동물권을 옹호하거나 빈곤이 아닌 다른 이슈를 가지고 활동하는 NGO도 있습니다만 국내에서 활동하는 거의 대부분의 NGO라 불리는 단체는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돕기 위해 만들어졌고 지금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조금 불편하실 수 있지만 이 글에서는 NGO와 사회복지를 같은 용어로 사용하려 합니다.(물론 NPO란 용어도 있지만 대중적으로 쓰이는 NGO란 용어를 사용하도록 하겠습니다) 행여 용어의 사용에 너른 이해를 부탁드립니다.


저 역시 사회복지사이자 NGO활동가입니다. 사회복지사로 업을 시작했지만 지금은 NGO활동가 혹은 NGO마케터라고도 불리고 있습니다. 14년이란 시간 동안 어르신들을 만나며, 아동청소년들을 만나며, 장애인들과 부대끼며 또 크고 작은 후원자들과 함께하며 아직도 사람 사는 세상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는 중입니다. 그러던 중 기회가 있어 후배들과 여러 자리에서 이야기할 기회들이 있었고 그 자리에서 나눈 이야기들을 조금씩 글로 풀어보려 합니다. 대단찮은 글이지만 사회복지사로서, 모금가로써의 경험이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이 되길 바라봅니다. 


이야기로 돌아갑시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사회복지사가 되기까지 꽤 많은 경험을 쌓으셨을 것입니다. 어릴 적 누군가를 돕는 게 좋아서 사회복지를 선택하신 분도 계실 테고, 취업이 잘된다는 부모의 손에 이끌려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하신 분도 계실 겁니다. 대학에 다니며(혹은 사이버강의로) 42학점이나 되는 많은 과목을 들으셨고, 그 와중에는 한 달 동안 현장에 나가 실습도 경험하셨을 겁니다. 이 모든 경험을 마치고 사회복지사 1급 시험을 통과하신 분도 그렇지 않은 분도 아마 이 글을 읽고 계실 거라 생각합니다. 

저 또한 가능하면 1급이 있으셔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굳이 상관은 없습니다. 그런 것 없이도 여러분은 충분히 좋은 사회복지사가 될 수 있고, 또 되어야만 합니다. 지금부터 여러분이 하실 일은 여러분만을 위한 일이 아니라 여러분이 현장에서 만날 클라이언트, 즉 또 다른 사람을 위한 일이거든요.


먼저 부탁드립니다. 반드시 좋은 사회복지사가 되어주십시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순간에도 누군가의 손길이 필요한 이들이 있다는 걸 기억하시고 그들의 부름에 응답하는 사회복지사가 되어주십시오. 그 부름은 옆집 할아버지의 손톱을 깎는 것 같은 사소한 것부터 다음 달 밀린 생활비를 해결하는 것처럼 큰 일일수도 있습니다. 여러분이 현장에서 만날 일은 혼자선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은 큰일부터 마음만 먹으면 5분 안에도 끝낼 수 있는 작은 일까지 참으로 다양할 것입니다. 다시 한번 부탁드립니다. 그들을, 그 일들이 크던 어떻든 간에 당신이 만나는 이들을 마음으로 대해주십시오. 우리의 일은 그 목소리를 듣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사회복지는 결국 세상을 변화시키는 일입니다. 변화는 위에서부터도 일어나지만 아래에서부터도 일어납니다. 위로부터의 개혁은 제도를 바꾸지만, 아래로부터의 개혁은 문화와 삶을 바꿉니다. 우리는 아래로부터의 개혁을 꿈꾸는 사람들입니다. 빛이 없는 이에게 빛을 보여주고 희망이 없다고 말하는 이에게 희망을 이야기해 주어야 합니다. 아무것도 없다고 믿는 이들에게 아직 세상에는 당신을 믿고 지지하는 누군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그들은 변화할 것입니다. 우리가 그들을 믿어주고 일으켜 줄 그때 우리가 클라이언트라고 부르는 이들은 우리의 손을 잡고 한번 더 일어설 것입니다. 

그렇게 사람이 변화되고 그들의 삶 언젠가 놓아버렸던 자신의 삶을 다시 주체적으로 살아내기 시작할 때, 그런 이들이 하나가 되고 둘이 될 때 세상은 변할 것입니다. 누구는 할렘이라고 부르고, 누구는 혐오시설이라고 부르는 그 자리에서 생각지도 못한 꽃이 피어날 때, 그때 모두가 알게 될 것입니다. 사회복지가 어떤 일이며 사회복지사가 누구인지. 그리고 저와 당신이 하고 있는 이 일들이 얼마나 사랑스러운 일이며 존경받아야 하는 일인지. 


이 멋진 일에 함께하게 된 당신을 환영합니다. 

저 또한 이 글을 잘 마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언젠가 실습생들이 명함에 그려준 그림입니다. 가보처럼 내려오는 사진이죠 :)




매거진의 이전글 줘도 지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