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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한나 Feb 21. 2020

여성학도 딸 정치인 엄마를 다시 생각한다

마흔 일곱 일흔일곱

딱 삼십년. 그 세월의 간격만큼이다.

너무 다른 서로이지만  

여성으로 분투하며 살아간다는 점에서

화해하게 되기까지 힘 빼기가 걸린 시간

혹은 서로의 잘못이 아닌

다른 어떤 이유들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기까지 걸린 시간.

그 누구의 잘못이 아님에도

서로에게 비난의 목소리를 높인 시간

그 소중한 시간들 안에  쏘아 올린

허공을 향한 분노. 회한. 절망. 낙심. 배신감 등

우리는 모두 속았던 거다

'대한민국에서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 안에는 이미

갈등이라는 삶의 방식을 내포하고 있음을

진작에 알았어야 했는데.

그 싸움을 일으키는 당사자는 서로가 아닌

여성에게 요구하는 정형화된

여성성 내지는 모성이라는

관념들이었을  뿐이었는데.

자기 일을 가진 엄마는

딸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지만

똑같이

그 딸을 신경 쓸 겨를이 없는 아버지보다

더 큰 비난이 예고되어 있던 현실

그것이 우리를 서로에게서 멀어지게 했다는 사실을

깨닫기까지 걸린 지난한 세월 삼십 년.

우리의 나이만큼의 간격이다

따라가기만도 숨 가쁜

삶의 속도에 지친 부모는

위로마저 말라버린 세상 속에

자녀들의 성장과정 속 원망과 분노를

고스란히 받아내야 했다

때로 더  이상 수용할 수 없는 지경에서는

성질 급한 수용성 제로의 어미로

혹은 이기적인 자기 성취 지향의 어미로

비난을 견뎌야 했다

딸은 그 어미를 미워하고 밀어내느라

그 세월의 에너지를 낭비하였고

그 어미 또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딸을 포기하며 살았던 숱한 세월.


이제 이 싸움을 거둬야 할 때.

여성들을 갈등케 하는 이 고단한 삶의 환경을

이제는 거두고

서로를 위로해야 할 때,

'힘들었지:'

한마디를 건네야 할 때,

주저하지 말자

바로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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