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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한나 Mar 03. 2020

삶의 스탑 사인

연결된 너와 나, 그래서 우리

모든 것이 정지된 요즘이다.

우리가 누리던 그 많은 자유에 대하여

감사하지 못했음을

뒤늦게 알게 된 요즘이다.

동네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러 가던

루틴한 일상도 어그러진지 오래고

지하철에서 책을 읽던 사소함마저 그리워지는,

'고등학생이 되기 싫어'를 입에 달고 살던 딸 아이의

'빨리 학교가고 싶다'를 하루에도 몇 번씩 듣게 되는

기이하고

예상치 못했던 시간들을 지나는 요즘이다.


바이러스가 온 대한민국을

두려움 속에 몰아넣은 요즈음

우리의 제약받은 일상 속에서

많은 것을 보게 됨이

한편으로

인생의 놀라운 반전이기도 하다


정신없던 일상,

늘 수면부족 상태로

그 날 닥친 일을 쳐내가며

쓰러질까 페달을 정신없이 밟던 자전거마냥

시간에 떠밀렸던 인생,

수많은 이들과의 영혼없는 대화 속에

잠식된 숱한 시간이

어느 

정지해 버렸다.

그리고 그제서야

진짜가 보이기 시작했다.

중요한 것,

꼭 필요한 것,

내 영혼의 빈 공간들,

소중한 관계들,

지칠 틈조차 허용치 않던 인생의  무게,

그러나 이제

진짜가 무엇인지 고민하는 나와

그 안에서 만난 우리 인생의 핵. 심.


우리는 어쩌면

인생의 많은 시간을

전혀 중요하지 않고

의미없는 것들을 위해

낭비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시간마다 스마트폰의 카톡을  확인하며

사람들과의 관계를 확인하고

정신을 빼놓을 만큼 현란한

미디어의 홍수에 떠밀려 왔고

주기적으로 골프동호회 모임 정도는 나가줘야

사회적인 관계망이 유지되는 줄 알던

껍데기의 삶은

많은 것들이 정지된 지금 돌아보니

그리 의미있는 것들이 아니었다.

자주

원치 않는 갈등관계에서의 소모적인 싸움도 했고

내 인생의 실패 앞에  

너무 오래 연민을 가지고 머무르기도 했다


그러나

삶과 죽음이라는

명백히 대조적인 현실 앞에 선 요즈음

나 자신에 관한 연민어린 묵상으로 낭비했던

인생의 많은 부분들을

덜어내도 되겠다는 것을 깨닫는다.


바이러스와 싸우는 최전방의 의료진들의 모습에

누구라도 존경과 감사를 느끼는 이유는

우리라는 존재는

보여지는 삶의 현란함만으로

혹은 가시적인 성취만으로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문이다.

우리는 영혼의 고결함을 가진 존재들이며

그 영혼은 어느덧

서로 연결되어 있기에

아프고 고된 누군가의 삶 앞에서

홀로 독야청청 즐길 수 없음이 당연하다.

누군가처럼

이 힘든 대한민국을 위해

금식하며 기도까지 하지는 못할지언정

내 자신의 자그마한 유익을 누리는 것을

그만두게 되는 요즘이다.

이는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아닐까

생각되는 요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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