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쿠와 장인...
일본의 지하철 덕후인 쿠로다상과 일본의 기와장인으로 인간국보인 야마모토상이 세상을 떠나셨다는 비보를 접하고 한동안 마음이 허전했다. 다들 취재한게 엊그제 같았는데, 한사람은 암으로, 한사람은 고령으로 별세했다.
내가 쿠로다상을 만난건, 2013년 런던 지하철개통 150주년을 맞아 지하철다큐를 준비한 지역방송O본부의 취재때다. 그는 2004년 지상파 7번채널 “TV챔피언”의 도쿄 지하철 레져왕 선수권에 출연하여 준우승을 할 정도로 일본에서 지하철 포함한 철도 덕후로 유명한 인물이다. 취재팀은 그를 하루종일 따라다녔다. 가장 짧고 긴 환승코스, 급행으로 시속 100km를 달리는 노선, 시간대별 지하철의 차량모델 맞추기 등 잼나게 취재했다. 가장 압권은 그의 취미였다. 그는 전세계 약 180도시에 깔려있는 지하철을 타는 것이다. 한국은 물론이고, 당시 취재때 무려 99도시의 지하철을 타봤다고 했다. 서울의 2호선 노선표를 다 외우고 있었고, 역이름의 글자를 조합해서 한국어를 익혔다고 했다. 예를 들어, 노량진역, 문래역, 대방역의 글자를 조합해서 간판에 적혀있는 노래방이 뭐하는 곳인지를 알게되었다고 했다. 참 생각하는 것이 남달랐다. 인터뷰때 재치있는 그의 한마디는 잊을수가 없다.
담당피디: 런던은 벌써 다녀왔지요?
쿠로다: 아직요.
담당피디: 왜 아직인가요?
쿠로다: 프로그램 기획서처럼2013년 런던 지하철개통 150주년이에요. 런던이 지하철의 발상지라서 전세계 지하철을 다 타보고 마지막으로 방문할꺼에요.
담당피디: 덕후답네요. 그럼 언제쯤 갈수 있을것 같아요?
쿠로다: 아마 힘들것 같아요.
담당피디: 왜요?
쿠로다 : 현재 180도시에 지하철이 깔려있는데, 앞으로도 계속 지하를 파서 지하철이 건설되고 있어서 죽기전에는 못갈 것 같다.
우린 박장대소하며 한참 웃었다. 일본에서 덕후는 오타쿠라고 하는데, 예전에는 안좋은 이미지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들의 능력을 인정한다. 한 분야의 전문가 못지 않게 풍부한 지식을 가지고 한 문화산업을 확장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젠 그를 만날수 없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이름을 남긴다고 했기에 그의 영혼이 담긴 책으로 만나봐야겠다.
2013년 A본부의 기와 다큐멘터리로 일본의 기와장인으로 인간국보인 야마모토상을 만났다. 그는 1932년 출생으로 60년 넘게 기와 만들고 올리는 일을 해왔다. 기와장인의 4째 아들로 되어나 고등학교 졸업후 21세때부터 아버지 밑에서 기와 일을 배웠다. 일본 최고의 목조건축물인 호류지의 기와를 보면서 훌륭한 기와장인이 되고자 마음을 먹었다고 한다. 기와에 대한 그의 열정은 누구보다 강했기에 5년뒤 26세때 독립하며 기와의 결점을 보완하는 기와까지 만들어 특허까지 취득했다. 1994년에는 문부대신으로부터 기와보존기술보유자, 기와장인으로 인간국보로 지정되며 국가의 유산인 호류지, 마츠모토성, 히메지성, 토다이지대불전의 기와를 담당했다. 그의 손끝에서 역사가 계속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그는 대스승이 백제인이라고 했다. 기와의 기술은 백제인으로부터 배웠기에 한국에서 만들어진 모양으로 기와를 만들고 도구도 동일하다고 했다. 60년 넘게 한우물만 파고 있지만, 기와를 만드는 원칙은 첫째, 가마로 잘 구워야하고, 둘째 흙이 중요하며, 셋째 만드는 사람의 지극정성이라고 했다. 이것이 없다면 훌륭한 기와를 만들수 없다고 했다. 제자들에게는 엄격했지만, 취재팀에게는 아낌없이 모든 것을 보여주셨다. 그는 2018년 12월 12일 별세했고, 역사가 계속 살아숨쉬기 위해 기술과 장인을 키우기 위해 물심양면으로 노력했다고 한다. 이제 그가 없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