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카레우동집이...
2020년 1월 사촌형 가족이 우리집에 놀러와 난 일본 온 이후로 가장 바쁜 신년을 보냈다. 하루는 명문대학을 둘러보기(한국 부모들의 특징인지 모르겠지만) 위해 다같이 와세다대학으로 향했다. 난 학교를 둘러보고 K본부의 <요리인류> 취재때, 방문했던 산쵸안에 들러 주인장에게 인사도 드리고 사촌형에게 맛난 우동을 맛보게 해줄 생각이였는데 그 계획은 완전 망쳤다. 112년의 역사가 사라졌고 그 자리엔 편의점이 남아있을뿐이였다. 맘이 짠하는 순간이였다.
2013년 7월 K본부 <요리인류 향신료편>의 카레취재로 산쵸안을 찾았다. 이 가게는 1906년 창업한 와세다에서 가장 오래된 소바집이다. 와세다대학의 학생뿐만아니라 일본의 수많은 유명인사들에게 사랑을 받았고, 한국의 K대통령과 국회의원도 방문한 흔적이 남아있었다. 무엇보다 산쵸안은 <카레우동>과 <계란을 푼 돈까스덮밥>의 발상지로 유명하다.
카레우동은 당시 와세다대학 근처에 카레를 내놓는 가게가 많이 생겨나면서 산쵸안의 고객들이 많이 빠져나갔다. 주인장은 가게의 필사기로 카레우동을 개발했다. 돈까스덮밥은 1918년 연회를 위해 주문한 돈까스가 갑작스럽게 취소되어 대량으로 남게되었다. 어떻게 처리하면 좋을까 고민 중에 학생들이 계란을 풀어 얹어 먹으면 어떨까요라는 아디디어를 줬다.
5대주인장, 카토우상은 원래 샐러리맨이였는데 4대 아버님이 몸이 불편하면서 대를 잇기위해 40대에 U턴했다고 했다. 지금도 눈에 선한 건 배우 이병헌 팬이라며, 창업 당시 메뉴판 같은 귀중한 옛날 자료를 자세히 설명해주셨던 카토우상 어머니의 모습이다. 나이가 지긋히 드셨지만, 소녀같았는데..지금 생각하면 사진한장 찍어놓는건데 참 아쉽다.
기사에 따르면, 오랫동안 가게를 꾸려온 어머니의 몸이 안좋으셨고 일손 부족으로 가게를 운영하는 것이 힘들어 폐점(2018년 7월 31일)하게 되었다고 한다. 112년 산쵸안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고, 더 이상 산쵸안의 카레우동을 먹을수 없다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