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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도가와 J Jun 11. 2020

역사 속으로 사라지다 1편

유일한 돌목욕이...

2013년 1월 E본부의 <목욕의 역사> 취재를 맡았다. 도쿄를 시작으로 나가노현, 아이치현, 교토, 나라현, 히로시마현을 거쳐 후쿠오카현까지 무려 1주일 동안 2,500KM를 달렸다.


일본의 목욕문화는 불교로부터 전파되었다. 사원에는 승려와 신분이 높은 환자를  치유하기 위한 목적으로 (湯堂) 또는 욕당(浴堂)이라고 불리는 시설을 만들 었다. 서민들 치료를 위해 지어진 곳은 나라현의 법화사가 유명하다. 당시 입욕은 뜨거운 물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고 약초 등을 넣고 뜨거운 물을 끓여  증기를 욕탕내에 내보내는 한증식이였다. 게이쵸견문록(1614) 따르면, 17세기초 마을마다 목욕탕이 생겼고, 하반신은 물로, 상반신은 증기로 데우는 형식이였다고 한다. 지금처럼 뜨거운 물에 들어가는 목욕문화는 17세기 말부터라고 한다.


취재 중 가장 기억남는 곳이 히로시마현 돌욕탕이다. 세토나이카이(瀨戶內海)의 연안에는 ‘돌욕탕(바위욕탕 또는 해수탕)’이라고 불리는 욕탕이 널리 분포해 있었다고 한다. 주인장 이나무라상은 취재팀을 반갑게 맞아줬다. 그는 아침부터 바빴다. 장작을 나르고 거머리말을 찜질방에 깔고 72세처럼 보이질 않을정도로 건강했다.



11시반 오픈하자말자, 단골손님이 하나 둘씩 들어왔다. 한 고객은 홋카이도에서 돌욕탕을 체험하기 위해 왔다고 했다. 속으로 이 왜진 곳에 돌목욕이 뭐그리 좋다고 오는걸까하며 혼잣말로 궁시렁거렸다. 하지만 그   궁금증도 온도 40-60도정도 되는 방에 들어가면 금새 땀이 주루룩 흘러내린다. 후끈 달아오른 몸으로 나오면 바닷 바람이 솔~~ 솔~~불어온다. 신선노름이 따로없다. 60도가 넘는 방은 왠만한 사람이 아니면 1분도 버티가 힘들정도로 피부에 통증을 느껴 뛰쳐나온다. 한국의 찜질방 매니아들이라면 좋아할 것 같았다.




2016년 9월에 돌목욕탕이 문을 닫는다는 기사를 접했다. 순간 맘이 찡하면서, 취재당시 이나무라상이 그만둘때가 얼마남지 않았어라고 한 말이 생각났다. 정말 그날이 오고말았다. 기사에 따르면, 세토나이카이의 거머리말이과 고령화로 인해 연료인 장작을 구하기가 어려워졌고, 어느덧 75세(지금은 79세)가 되니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었다고 한다. 옛것을 지켜나간다는 것이 어찌 쉬운일인가. 일본의 유일한 돌목욕이였는데 아쉽다. 오늘 전화한번 해봐야겠다~ 이나무라상 오겡키데스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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