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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도가와 J Jul 10. 2020

취재코디네이터의 수난시대

일본전국을 누비며 취재했던 내용은 나를 성장시켜줬고 좌충우돌한 에피소드는 나에게 웃음바이러스를 선사했지만, 악몽같은 날도 있었다.

                                         

때론 운전에서 해방되고 싶다.

인건비가 비싼 일본, 미주, 유럽에서 한국방송제작팀의 취재코디네이터는 절반이 운전업무라 체력이 생명이다. 도심에서 촬영하며 몇시간 이동은 별 문제가 되지 않지만, 하루종일 촬영하고 해질녘 지방으로 장시간 이동은 졸음운전을 피할수 없다. 솔직히 여러번 경험했다. 그때마다 심장이 요동칠 정도로 섬뜻한다. 나 혼자만이 아니라, 한순간의 실수로 취재팀과 그들의 가족들까지 불행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취재코디네이터 초창기때, 교토에서 취재팀과 헤어지고 혼자 운전해서 도쿄로 복귀한적 있다. 교토에서 도쿄까지는 대략 480km다. 하루종일 취재하고 복귀하는거라 많이 힘들었다. 중간중간 새우잠자며 12시간 걸려 집에 도착했다. 비용절약때문에 선택한 일이지만 비효율적이고 생명을 단축시키는 일이기에 난 다시는 이런식의 운전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현실은 녹록하지 않았다.


2019년 일본여행프로그램으로 스탭이 총 16명, 10인승 승합차 두대로 움직이면서 잼나게 취재했다. 솔직히 연예인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은 사전취재와 섭외가 마무리되면, 현지코디네이터가 현장에서 할 업무가 별로 없다. 섭외된 장소에서 연예인들이 알아서 다 진행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취재업무로 예능프로그램을 썩 좋아하진 않는다.


지금까지 운전으로 인한 사고는 한번도 없었는데, 드디어 터지고 말았다. 주행중 좌측앞바퀴에서 탁!탁!탁!하는 소리가 들렸는데 어느 순간 큰굉음의 소리가 났다. 속도를 줄여 갓길에 차를 세워서 보니 타이어펑크가 난 것이였다. 다들 무사했지만 큰사고로 이어질뻔했다. 촬영을 위한 선발대는 2호차량에 태워서 보내고, 난 사태수습을 마무리하고 후발대로 합류했다. 그런데 이게 전조현상이였는지 함께했던 코디가 비탈길에서 넘어져 손가락이 찢어졌다. 응급실에 실려가 간단한 시술을 받았지만, 상처가 깊어 완치되는데까지 꽤 시간이 걸렸다. 액담이라고 생각하기엔 연이어 일어난 사고라 한동안 운전하기가 무서웠다.



두 얼굴의 드론             

요즘은 촬영시 드론이 필수다. 예전 같으면 높은 빌딩을 찾아 부감을 찍곤 했는데, 지금은 드론으로 한방에 해결한다. 하지만 보물단지가 때론 애물단지가 될때가 있다. 드론 추락사고가 4번 있었다. 도심지역은 대부분 드론 금지구역이다. 허가를 받고 띄워야하는데 한국에서 가지고 오는 드론은 조건이 맞지 않기 때문에 국토교통성으로부터 사전허가를 받을수가 없다.


2016년 화산취재로 드론 사용이 필수였다. 일본의 상징인 후지산의 멋진 풍경을 찍고자 쇼핑몰 옥상에 올라갔다. 우린 당당하게 몰래 띄웠다. 이른 시각이라 옥상주차장에 사람이 없어서 조금 마음이 편했다. 비행동선을 확인하고 녹화버턴을 눌렀는데, 사고가 터졌다. 전파방해요소가 없는 곳이였는데 드론이 먹통이였다. 확인하니 솔개 같은 큰새가 공격해 기체가 추락한 것이였다. 우린 GPS를 추적해 그 현장을 목격했다. 주택가 지붕에 떨어져 몇장의 기와를 손상시키고, 드론이 길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나있었다. 근처 사시는 분들이 화들짝놀라 사고현장에 모여 사진을 찍으며 난리였다.


드론금지구역 벌금 50만엔, 경찰조사, 부서진 지붕의 수리와 보상 그리고 남은 촬영을 모두 접어야하는걸 생각하니 머리가 멍해졌다. 사태수습할 엄두가 나지않아 비겁하게 현장을 벗어났다. 지금 생각하면 도망친 것이 후회스럽고 피해를 입으신분께 정말 죄송한 마음이다.



드론은 이시대에 필수적인 것이지만, 기계이기 때문에 완벽하지않다. 취재팀의 요구에 타협하지만, 무사히 비행마칠때까지 살얼음판이다. 언제쯤 이런 고통에서 벗어날수 있을까~


경찰을 부르다

일본에서 신호위반이나 차선위반으로 경찰과 실랑이를 벌인적은 있으나, 내가 직접 경찰을 부르긴 처음이었다. 2019년 여행프로로 키타큐슈시 모지항을 찾았다. 스탭이 많아 두명의 코디네이터가 현장을 진행했는데 내가 없는 사이에 관광객과 카메라팀사이에 시비가 붙었다. 관광객은 스탭에게 거칠게 항의하며 흥분해있었다.


난 자초지종을 파악하고자 그에게


김코디: 무슨 일이신가요?

관광객: 너네들 어디서 왔어? 여기 촬영허가 받은거야?

김코디: 허가 받았습니다.

관광객: 촬영허가증 내나봐.

김코디: 그걸 왜 보여드려야하나요?

관광객: 없나보지.


그는 내 감정을 슬슬건드렸다. 스탭들은 그에게 미안하다고 했는데 막무가내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김코디: 저희쪽에서 사과를 했다고 하니 조용히 정리하시죠.

관광객:사과? 무슨 사과를 해. 매너도 없는 놈들, 조센진 카에레(한국인 꺼져).


난 그의 헤이트피치에 참을수가 없었다.


김코디: 당신 뭐라고 했어?

관광객 아내: 여보 그만해요.

관광객 남편: 이 새끼가 달려들잖아.

김코디: 이 새끼?(코노쿠소가키, このクソガキ).


거의 한판 붙을태세였다. 그때 출연자가 영어로 미안합니다. 그만하시고 서로 정리하시죠라며 우리 둘사이로 들어와 말렸다. 그런데 갑자기 그가 옆차기로 나의 왼쪽엉덩이 아래부분을 찼다. 넘지말아야할 선을 넘은 것이다.  


난 스탭들에게 쵤영지시를 내리고, 그에게 외쳤다.

김코디: 당신 폭행했어. 경찰부를테니 도망가지말고 기다려.


그도 욱하는 감정을 누르지못하고 저지른 행동에 대해서 놀란 눈치였고, 아내는 한숨을 푹푹 쉬고 있었다.


경찰은 5분도 채되지 않아서 달려왔다.

경찰: 무슨 일이신가요?

김코디: 이 사람이 절 폭행했어요.

경찰: 맞나요?

관광객남편: 네 맞아요.

경찰: 무슨 일로 그러셨나요?

관관객남편: 이 벤치에 제가 들고온 카메라의 부품이 떨어져 찾고있었는데, 촬영팀이 아무런 양해도 구하지않고 카메라장비를 올려놓은거에요. 그냥 화가 났어요

경찰: 촬영팀은 사과하셨나요?

김코디: 저희 스탭이 했다고 하는데, 저 양반이 들은적 없다며, 한국인 꺼져라며 저를 몰아부쳤지요.

경찰: 서로 감정폭발로 인해 우발적으로 일어난 일 갔습니다만, 폭행을 해선 안됩니다. 어떻게 하시겠어요? 처벌 원하시나요?

관광객남자: 해이트스피치와 폭행을 한건 제 잘못이에요. 해서는 안될일을 해버렸어요. 미안합니다. 무릎꿇어서 사죄를 할까요 하며 무릎을 꿇을 타세였다김코디: 괜찮아요. 그렇게까지 할 필요없습니다


솔직히 그에게 폭행을 당한 것에 대해선 참을수가 없었지만, 그의 옆에서 처량하게 있는 아내의 모습이 신경쓰였다. 도쿄에서 1000키로가 되는 먼곳에까지 여행왔는데, 남편 기준에 맞지 않는 행동이 있을때마다 큰소리치며 시비를 거는 그를 포기한듯했다.


경찰: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으시니 이것으로 마무리 지겠습니다. 다만 가해자 신원조회를 해야하니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경찰은 그가 상습범인지 아닌지를 조사하는 듯했다.   결과는 쌍방합의에 의해 종결되었다.


앞으로 취재현장에 몇살까지 나갈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사건사고가 안일어난다는 보장이 없다. 옛말에 돌다리도 두드리며 건너라고 했다. 서두르지말고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취재업무에 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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