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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빠도 처음 Jul 21. 2023

[가장 쉽게] 우리나라 우유가 가장 비싼 이유?

우리나라 우유값이 폭등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비싼 우유 나라가 되어가고 있어 과연 계속 마셔야 하는지 의문이 들 정도입니다. 


우유는 다양한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있어 완전식품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인데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물 87%, 지방 4%, 단백질 3.5%, 유당 5%, 미네랄 0.7% 정도이며 비타민 B군은 풍부하지만 비타민A, 비타민D, 비타민E는 극소량이며 비타민C는 원유 살균 과정에서 파괴됩니다.


칼슘이 많아 키 성장, 골다공증 예방에 좋기는 하지만 다른 식재료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준도 아니며 요즘은 별도의 영양 비타민을 섭취하기 때문에 식재료 자체가 영양분 섭취에 큰 도움이 되지는 않습니다. 


우유 영양소 대체재는 많아지는데 우유 가격은 눈치 없이 급상승하고 있습니다. 2023년 7월 현재 3대 편의점 기준 우유 500ml 가격은 2,000원, 맥주 테라 500ml는 2,800원으로 곧 맥주를 따라잡을 것 같네요.


[살균 vs 멸균 우유]

우리나라 마트 진열대에 놓여있는 삼각형 모양의 우유들은 파스퇴르가 개발한 초고온 살균 방식으로 130도에서 2초간 살균한 우유입니다. 이는 공정 시간이 짧아 대량생산이 가능합니다. 


최근 관세를 포함해도 30~40%나 저렴한 수입 멸균우유의 수입량이 급증하고 있는데요. 수입량은 3년간 7배, 5년간 10배로 올랐고 직구도 활발해졌습니다. 


국내 언론과 낙농업체들은 멸균 우유의 단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살균우유와 성분 차이가 거의 없습니다. 게다가 유통기한이 매우 길어 수입품이 많고 가격도 저렴합니다. 


단, 너무 오래 방치하면 유지방이 분리되 용기 벽면에 붙기 때문에 싱거워지므로 주기적으로 흔들어줘야 한다는 단점은 있으며 대부분 사각형 모양의 우유가 멸균 우유입니다.


[국산 우유가 비싼 이유?]

원유 가격을 높게 받고 싶은 사람은 젖소를 키우는 축산농가입니다. 젖소는 매일 젖을 짜주지 않으면 유방염이 생겨 젖이 나오지 않게 되고 결국 도축을 통해 싼값에 팔려나갑니다. 따라서 원유가 팔리든 안 팔리든 젖소에서 매일 젖을 짜야 합니다.  


2013년 정부는 낙농업계가 젖소를 안 키울까봐 '원유 가격연동제'를 시작했습니다. 


전년도 원유 가격에 “우유를 생산하기 위해 증가된 비용의 10%”를 더하고 거기에 유성분과 위생 등 옵션 사항에 따라 가격을 증가시켜 결정합니다. 


이렇게 원유 가격이 결정되면 1년 동안 가격이 고정되며 축산농가는 고정 수입을 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원유를 사서 가공을 해 팔아야 하는 유가공업체들은 죽을 맛입니다. 소비자들이 우유가 비싸 덜 사게 돼도 가공 업체는 원유 쿼터제로 인해 매년 사전에 계약된 분량을 의무적으로 사야 하기 때문입니다. 


시장경제 논리에서 벗어나게 된 축산 농가는 생산단가를 낮추려는 노력을 덜 해도 되고 인부를 늘여 생산 원가를 올려도 높은 가격에 팔 수 있습니다. 


이래서 한국의 원유값은 1kg당 1,051원으로 미국 477원, 유럽 456원에 비해 2배 이상 높아졌습니다. 


결국 품질 경쟁력은 떨어지고 가격이 올라간 국산 우유 시장은 2026년부터 유럽과 미국산 우유 무관세가 시행되어 더욱 미래가 어두워졌습니다. 


[살균 vs 멸균 우유]

유통기한이 길고 성분의 차이가 없는 유럽 낙농국가의 수입 멸균우유가 국내로 들어오자 소비자는 열광하기 시작합니다.  특히 유럽의 낙농 강국 폴란드, 독일, 호주의 멸균우유 수입량이 높습니다. 


비싼 살균 우유만 팔던 유가공 기업들과 일부 언론들은 멸균 우유의 단점을 강조하였고 동시에 멸균 우유를 출시하기 시작합니다. 


오늘 기준 서울우유의 멸균우유 1L는 1,780원이고 폴란드 믈레코비타 멸균 우유 1L는 1,650원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국산 살균 우유는 1L당 3,000원이네요. (사진출처 : 위메프 쇼핑몰)


국내 산업 보호를 위해서 한국인이 비싸게 사줘야 하는 시장은 쌀 시장, 우유 낙농시장, 자동차 시장 등인데요. 소비자의 희생으로 산업을 발전시켜 기업이 돈을 벌어야 하며 결국 그 기업이 고용을 촉진시킨다는 이유입니다.  


시장경제에서 벗어난 이런 시장의 특징은 생산자가 품질 개선을 하지 않아도 되고 소비자는 비싼 값에 사야 하며 결국 돈을 버는 사람은 개인이 아닌 기업입니다. 


하지만 공정하지 않다고 비판만 할 수는 없습니다. 축산농가에게 고정 수입을 주지 않는다면 더 이상 젖소를 키우지 않게 되어 우유는 100% 수입해서 먹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코로나 시대 각 나라들이 모든 식자재의 수출을 막아 자국민 먹거리를 저장하는 모습을 많이 보았기 때문입니다.  


우유값이 맥주값을 따라잡으려 하는 요즘, 원유 가격연동제가 비판받는 이유이며 조금 더 정밀하고 조금 더 공정한 정책의 변화가 요구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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