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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디정 Apr 11. 2020

바이러스, 아, 바이러스

43. 문과도 이해하는 과학이야기

바이러스란 무엇인가?


바이러스(Virus)는 동물, 식물, 세균 등 살아있는 세포에 기생하는 아주 작은 미생물입니다. 그 크기가 매우 작아서 박테리아(세균) 크기의 약 100분의 1 정도입니다. 러시아 식물학자 드미트리 이바노프스키(Dmitri Ivanovsky 1864~1920)가 담배의 질병을 연구하다가 1892년 처음으로 "담배모자이크바이러스Tobacco mosaic virus"라는 바이러스의 존재를 알게 됐습니다.


19세기 말에 바이러스의 존재를 알긴 했어도 직접 관찰할 수는 없었습니다. 너무 작았기 때문입니다. 바이러스를   있는 전자현미경이 발명될 때까지 기다려야 했지요. 우리 인류가 전지현미경으로 드디어 바이러스를 관찰하게  것이 1931년이고,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바이러스를 탐구하기 시작했습니다. 바이러스학(Virology) 최신 학문이라는 얘기지요. B 간염바이러스는 1963년에, C 간염바이러스는 1989년에 발견되었습니다. 숙주 세포 핵에 슬쩍 들어가서 자기복제를 하는 RNA 바이러스의 일종인 레트로바이러스(Retrovirus) 알게  것도 1970,  레트로바이러스의 일종으로 AIDS 질병을 일으키는 HIV 바이러스를 발견한 것도 불과 1983년의 일이었습니다.


오늘 우리의 관심사는 동식물이 아니라 인간 몸에 세들어 사는 바이러스입니다. 그러니까 이 글에서는 식물 바이러스, 동물 바이러스, 그리고 세균 바이러스(박테리오 파지)는 제외합니다.


바이러스는 애매한 미생물입니다. 어떤 면에서는 생물입니다. 그러나 또 어떤 면에서는 무생물입니다. 핵이 없고 세포막 등의 기관이 없습니다. 독립적인 효소도 없고 독립적인 물질대사도 못합니다. 핵이 없다니, 혼자서는 아무것도 아니라니, 이런 점에서는 무생물이지요. 게다가 숙주 세포 바깥에서는 비리온(virion)이라는 결정체로 존재합니다. 이 비리온이 숙주 세포 안으로 들어가면 비로소 생물이 됩니다. 숙주 세포의 효소를 이용해서 물질대사가 가능하고, 증식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이러스 복제Viral replication"입니다. 증식합니다. 그것도 대량으로요. 이게 문제이지요.


바이러스는 '결코' 스스로 복제하지 못합니다. 살아 있는 세포 바깥에서는 복제가 불가능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살아 있는 숙주 세포 안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살아 있는 세포 안에서 자기 복제를 합니다. 크게 세 가지 방법으로 합니다. 그에 따라 각각 DNA 바이러스, RNA 바이러스, 레트로바이러스라고 분류합니다.


이 세 가지 바이러스 복제 방법을 간단하게 이해하려면 우리 인체의 숙주 세포의 구조를 알아야겠지요. 전문적으로는, 그리고 정확하게는, 세포는 더 다양한 구성으로 되어 있지만, 여기에서는 딱 세 가지 요소만 간단하게 살펴보겠습니다. 세포막(Cell membrane), 세포핵(Nucleus), 세포질(Cytoplasm)입니다. 




바이러스에게는 저 세포막을 뚫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포유류를 감염시킬 수 있는 수십 만 개의 바이러스가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중 극히 일부만이 인간 세포의 세포막을 뚫을 수 있습니다. 특별한 수용체(Recepter)가 필요하기 때문에, 바이러스가 우리 몸에 들어와도 대부분은 숙주 세포의 세포막을 뚫지 못하고 몸 안에서 방황하다가 우리 몸을 지키는 면역세포에 체포되어 복제 한 번 못하고 죽습니다. 참고로 이번 코로나19의 수용체는 ACE2라는 수용체이며, 이 수용체를 갖고 있는 인체의 세포는 폐의 섬모세포입니다. 그래서 코로나19 감염이 폐렴으로 이어졌던 것이지요. 그래서 급성중증호흡기 질환입니다.


어쨌든 세포막을 뚫어낸 그 극히 일부의 바이러스 중에서,

(1) 세포핵까지 침입해서 세포핵 안에서 자기 증식을 하는 바이러스를 DNA 바이러스라고 합니다. 세포핵이 분열할 때 함께 바이러스도 분열돼서 복제가 됩니다.


(2) RNA 바이러스는 세포핵까지는 침입하지 않고 저 넓은 세포질에서 자기 복제를 합니다. 코로나바이러스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이런 종류의 RNA 바이러스입니다.


(3) 레트로바이러스는 (2)번처럼 일단 RNA 상태로 숙주 세포 안으로 들어온 다음에 DNA로 탈바꿈해서 숙주 “세포핵” 안으로 들어가고 세포핵 안에서 자기 복제를 합니다. 대표적으로 HIV 바이러스입니다.


이번 코로나바이러스(SARS-CoV-2: COVID-19)는 (2)번  RNA 바이러스입니다. 같은 (2)번 바이러스인 인플루엔자(흔히 말하는 독감 바이러스입니다)의 자기복제 과정을 살펴볼까요? 바이러스의 생애주기(life cycle: 생활사)입니다.


RNA 바이러스 생활사


먼저 바이러스가 우리 인간의 숙주 세포에 달라붙습니다(1번: Attachment). 아까도 말했지만, 아주 기적적인 일이지요. 숙주 세포 안으로 들어갈 자물쇠(수용체)에 바이러스 표면에 돌출한 열쇠(스파이크 단백질)가 딱맞아떨어졌습니다. 바이러스가 환호하면서 이렇게 외칩니다. 예스!


그다음 숙주 세포 안으로 들어갑니다(2번 Penetration). 그러고 나서 숙주 세포의 세포질 안에서 자기 몸을 해체합니다. 그러면서 바이러스의 유전체를 세포질로 방출합니다(3번: Uncoating). 방출된 바이러스의 유전체는 숙주 세포의 핵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던 유전자 발현 과정에 슬쩍 끼어듭니다. 그리고 자신의 유전체가 숙주 세포의 유전자 발현에 전사되도록 합니다(4번: Transcription/mRNA production). 그런 다음 다시 유전체를 합성해서 여러 개의 몸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복제된 입자 형태의 비리온들이 만들어졌습니다(5번: assembly). 이처럼 숙주 세포가 갖고 있던 자원을 이용해서 자기 자신을 복제한 바이러스는 숙주 세포 바깥으로 방출됩니다(6번: Release).  1개가 들어가서 1개가 나오는 게 아니라 아주 많이 나옵니다. (1개의 숙주 세포에서 얼마나 많이, 얼마나 빠르게 나오는지 수치적으로 설명하고 싶었으나 믿을 만한 자료를 찾지 못했습니다;;;)



숙주세포의 운명


침입한 바이러스에게 자신의 에너지와 자원을 빼앗기는 세포를 숙주 세포(host cell)라고 합니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숙주 세포는 어떻게 될까요?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면 자신의 에너지와 자원이 바이러스의 자기 복제에 빼앗기는 것이므로 정상적인 기능을 하지는 못하겠지요.


대체로 죽습니다. 위에서 (2)번으로 RNA 바이러스가 자신을 복제해서 다음 세대 바이러스들이 우수수 쏟아져나오다가 "이런, 이 숙주는 이제 쓸모없겠어."라고 판단할 때에는 숙주 세포 바깥으로, 숙주 세포를 터트리면서 나올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숙주 세포는 사망하는 것이지요. 이렇듯 선량한 정상 세포가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결국 터져죽을 운명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모든 바이러스가 정신없이 자기 자신을 복제하는 건 아닙니다. 어떤 바이러스들은 그다지 복제에 관심이 없어요. '아, 인간 세포가 이렇게나 따뜻하고 먹을 것도 많다니, 좋네..'. 이러면서 죽치고 있는 바이러스도 있습니다. 그러면 숙주 세포는 죽지 않고 바이러스와 동거동락합니다. 그러면서 세월아 네월아 하고 있다가, 인간이 피곤과 스트레스에 지쳐 약해져서 숙주 환경이 나빠지면 그때서야 바이러스가 "잠복"을 끝내고 활동하기 시작합니다. '이거 안 되겠네. 나가볼까' 하면서 말이지요. 그런 바이러스로 (1)번 DNA 바이러스인 헤르페스바이러스(Herpes virus)가 있습니다. 단순포진 바이러스입니다. 피곤할 때 입이 불어터지는 증상이 나타나지요.


그러나 코로나19는 인간 몸 속의 편안함을 아직 모르는 신참 바이러스이며, 너무 부지런히 일하면서 자기 복제에 열을 올리는 바이러스 같습니다. 그러면 숙주 세포는 몸이 터져 죽습니다. 몸이 터지기 전이라도 자기 에너지와 자원을 바이러스에 빼앗기고 있기 때문에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겠지요. 이런 세포들은 우리 몸을 지키는 '면역세포(immunocyte)'들이 가만히 두지 않습니다. 우리 몸의 면역 시스템은 대를 위해 소를 희생시키는 전략을 구사합니다. 어차피 정상기능을 못하고, 놨두면 바이러스만 늘어나니까 숙주 세포들을 죽여버립니다. 아, 불쌍한 것들. 어차피 이럴 바에야 자살하기도 합니다.


코로나 19에서 이런 불쌍한 숙주 세포가 폐세포입니다. 바이러스에 의해 터져 죽거나 아니면 면역세포에 의해 '읍참마속'당하거나 어느 쪽이건 정상 폐세포가 죽는 것이므로 아플 수밖에요. 아래 그림에서도 폐 세포가 터져 죽는다(burst)고 적혀 있네요.




제2형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코로나바이러스

(SARS-CoV-2: COVID19)


SARS-CoV-2는 지금 전 세계에서 21세기 최초로 팬데믹(Pandemic: 전세계 대유행)을 일으킨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학명입니다. RNA 바이러스입니다. 급속도로 복제합니다. 숙주세포를 터뜨려버립니다. 전염력이 엄청납니다. 2020년 4월 11일 현재 1,697,533만 명의 인류가 감염되었고 102,687명이 이 바이러스에 목숨을 잃었습니다. 학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2002년 겨울 중국에서 발생된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 SARS)와 아주 비슷한 바이러스입니다.


박쥐에 기생했던 바이러스가 종간의 벽을 넘어 사람으로 감염된 바이러스라는 점에서, 폐세포를 숙주 세포로 삼는다는 점에서, '어떤 사람들'에게는 매우 치명적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코로나바이러스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지요. 아래 그림에서 보듯이 메르스(중동호흡기중후군, 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 MERS)와도 계통이 같습니다. 



이 지긋지긋한 바이러스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붉게 튀어나온 놈을 스파이크(Spike protein)라고 하고, 세포막 안으로 들어가는 열쇠 역할을 합니다. 이것이 자물쇠 역할을 하는 폐세포의 ACE2(Angiotensin converting enzyme II) 수용체에 부착됩니다. 이리하여 SARS-CoV-2는 인간 폐세포를 숙주세포 삼아 그 안으로 들어갑니다. 이런 수용체가 없는 신체의 다른 세포에는 못 들어갑니다.



이 바이러스는 바이러스니까 숙주 세포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면 죽습니다. 잠시 동안 무생물처럼 살아있는 생물 바깥에서 머무를 수도 있습니다. 오래 살지는 못합니다. 그래도 이런 자료를 보니 손을 깨끗이 씻고 다녀야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아직 치료제가 없습니다. 백신도 없습니다. 참고로 계통이 같은 코로나바이러스인 2002년 사스와 2012년(2015년) 메르스의 경우에도 임상이 완료되어 공식적으로 사용되는 치료제와 백신은 아직 없는 것 같더군요. 그러면 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걸리면 죽는 건가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우리 몸이 그냥 당하고만 있지 않거든요. 감염자가 전세계 1,218,737 명이었을 때, 1,168,907명(96%)이 경증이거나 무증상이었습니다. 49,830명이 중증환자(4%)입니다. 물론 경증환자가 중증환자가 바뀔 수도 있지만, 어쨌든 대부분의 인류는 바이러스와 잘 싸우고 있습니다. 치료제도 백신도 없으면서 우리 인체는 어떻게 바이러스와 싸우고 있는 걸까요?



바이러스와 싸우는 면역 시스템


면역시스템(Immune system: 면역체계)은 우리 몸을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세포들이 서로 연계해서 아주 복잡하고 섬세하게 외부의 위험한 침입자들(바이러스, 세균, 곰팡이, 기생충, 암세포, 이식받은 장기와 조직 등)의 공격으로부터 우리 몸을 방어하는 메커니즘입니다. 이것을 설명하려면 매우 복잡해집니다. 마치 학창시절로 되돌아가서 다시 공부한다는 느낌이 드네요. "바이러스"에 대해서만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우리 면역시스템은 잘 짜인 군대조직이지요. 우리의 무장을 소개합니다. (더이상 자세한 설명은 생략합니다;;;)



바이러스가 사람 몸 안으로 들어오면(숙주세포 안으로 들어가면), 우리 면역시스템이 바이러스를 볼 수 없잖아요? 그래서 숙주세포가 감염되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합니다. 알아야 대응하잖아요? 신묘하게도 우리 몸의 모든 세포에는 주조직 적합성 복합체(Major Histocompatibility Complex: MHC) 클래스 1 단백질을 갖고 있습니다. 바이러스가 침입하면 숙주세포는 이 MHC 클래스 1 단백질 분자를 이용해서 "얘들아 큰일이야, 내 안에 이상한 놈이 들어왔어. 이 녀석이야"라고 이웃한 세포에게 알려줍니다. 바이러스의 단백질 조각을 세포 표면에 보여주는 것이지요. 어차피 바이러스한테 죽을 바에야 "고자질"하고 죽겠다는 겁니다.


우리 몸에는 T세포(T cell)이라고 불리는 특별한 순찰대들이 있습니다. 면역세포 군단의 주력이지요. 이중 세포독성 T세포(Cytotoxic T cell)라는 순찰대가 숙주세포의 표면에 나타난 고자질 단백질의 신호를 발견해서 감염된 세포를 독으로 죽여버립니다.


바이러스도 만만치 않아요. 임기응변이 만만치 않은 적이지요. T세포에 의한 식별을 피하기 위해 MHC 분자가 고자질 활동을 하지 못하도록 방해합니다. 그러면 T세포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분별해내지 못합니다. 그러면 어떻게 하지요? 숙주세포 안에서는 바이러스 증식이 계속 일어나고 있는데요? 이때 활동하는 또 다른 순찰대가 있습니다. 자연살해 세포(Natural Killer cell: NK cell)이라고 하는 면역세포입니다. 숙주세포들의 표면에서 MHC 고자질 단백질의 양이 적다면, "어, 이것 봐라, 이 세포 이상하네. 감염된 것 같은데?"라고 하면서 그 세포를 죽여버립니다.


면역세포들은 감염된 세포를 죽이기만 하지 않습니다. 다른 면역세포들을 싸움터로 끌어들여야 합니다. 바이러스와 전쟁에서 숫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 장병들을 대규모로 징용합니다. 사이토카인(Cytokine)이라고 불리는 단백질을 분비합니다. 일종의 소집령입니다. 손상되었거나 죽은 세포를 삼키는 대식세포(Macrophage)의 증식을 유도합니다. 사이토카인의 분비가 많아지면 온갖 면역세포들을 무장하며 바이러스와 싸울 태세를 갖춥니다.


사이토카인이 너무 많이 분비되면 사이토카인 폭풍(혹은 면역폭풍)이라고 해서 너무 많은 면역세포의 활동으로 정상세포까지 공격하는 참상이 발생합니다. 마치 민간인이 있는 도시를 폭격기가 융단폭격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지요. 우리 몸이 견디지 못하고 죽을 수도 있답니다. (바이러스가 신종이니까, 아니 신참이라서 서로를 몰라도 너무 모를 수도 있겠지요. 무지가 재앙을 낳는다고, <너 죽고 나 죽자> 식의 사태가 '피차' 발생합니다. 숙주와의 공존은커녕 너무 신나게 자기 복제에 신경쓴 나머지 바이러스의 폭주에 의해 사람이 죽을 수도 있지만, 새로운 위협에 과다하게 면역반응을 해서 그 부작용으로 다같이 죽을 수도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숙주세포를 죽이는 메커니즘입니다. 그렇게 해서라도 바이러스의 증식을 막겠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숙주세포를 죽이지 않고 바이러스의 증식 자체를 막는 방법은 없나요? 그것도 있습니다. 인터페론(interferon)이라는 단백질을 만들어서 감염된 세포 안으로 집어넣습니다. 그러면 인터페론이 바이러스의 복제를 방해합니다.


우리는 항원-항체 반응을 학창시절에 배웠습니다. B세포라고 불리는 면역세포가 나섭니다. 도움 T세포의 도움을 받아서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중화시키거나(비유해서 말하자면 더이상 자기 증식 못하도록 생식기를 없애거나), '어이 T세포, 이놈이야. 이놈을 죽이면 돼'라고 감염된 세포에 딱지를 붙여 알려줍니다. B세포가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다면 바이러스는 우리 면역시스템 의해 생존하기 어려워집니다.


여기까지가 바이러스에 맞서는 우리 몸의 면역시스템이 일하는 '대략적인' 개요입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의 면역시스템이 완벽하지는 않지요. 어떤 사람들은 병을 앓고 있어서 면역체계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지 않겠어요? 노인은 연약해졌고요. 그래서 우리 인간은 약을 발명했습니다. 치료제, 항바이러스제입니다.



항바이러스제(Antiviral Drug)


항바이러스제는 인체에 침입한 바이러스의 작용을 약화시키거나 또는 없애버림으로써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질환을 치료하는 약품입니다. 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하는 작용을 가지는 것이 목적이어서, 숙주 세포 안에서 '아 따뜻하고 좋네' 라면서 잠복하면서 자기복제에 관심이 없는 바이러스에게는 효과가 없습니다.


항바이러스제는 두 가지 종류입니다.

(1) 바이러스 부착 및 침투 억제제와

(2) 바이러스 증식 저해제


(1)번의 약리작용은 이렇습니다.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보통 바이러스는 인간세포의 세포막을 통과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예외적으로  바이러스의 표면에 있는 특정 단백질이 특이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숙주세포 표면의 특정 분자에 부착하는 데 성공하면 숙주 세포 안으로 들어갈 수 있지요. 이어서 침투와 탈피 과정을 거쳐 바이러스의 핵산이 숙주세포 내로 들어가면 바이러스의 증식이 시작되는 겁니다. 바이러스 부착 및 침투 억제제는 바이러스의 숙주세포 부착 및 침투를 억제함으로써 바이러스 증식의 초기 단계를 저해하는 약제입니다. 이런 항바이러스제로는 에이즈 치료제가 있습니다.


(2) 바이러스의 증식과정은 새로운 유전자를 복제하는 과정과 새로운 단백질을 만드는 과정이 단계적으로 이루어집니다. 이 과정에서 바이러스 증식에 필요한 여러 종류의 효소들이 생성되는데, 이 효소들을 저해하는 약품을 사용하지요. 대부분의 항바이러스제들이 이에 속합니다.


하지만 SARS-CoV-2 코로나바이러스 치료제를 개발하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같은 혈통의 사스나 메르스도 치료제가 아직 개발되지 않았으니까요. 다만, 시장성이 작았던 사스나 메르스와 달리 대유행을 일으킨 이 코로나19는 시장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전세계 제약회사들과 연구자들이 달려들겠지요. 전문가들이 전력을 기울이면서 함께한다면 치료제 개발도 성공할 수 있지 않을까요? 치료제가 개발되기 전까지는? 전적으로 우리 몸의 면역시스템에 의존해야 합니다.



다시 코로나19


그런데 우리 몸의 면역시스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인 SARS-CoV-2에 대해 상당히 성공적으로 방어하고 있기는 합니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감염자 중 96%가 경증이거나 무증상입니다. 이것은 우리 인류의 면역시스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꽤나 잘 맞서고 있다는 증거이지요. 그러나 완벽하지 못합니다. 벌써 102,687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목숨을 잃었습니다. 8.78%는 실패하고 있다는 말씀입니다. 특히 나이가 많거나 평소 질환이 있는 사람에게는 면역시스템이 잘 작동하지 않아서 치명적입니다.



위 그래프는 한국 질본 자료입니다. 나이가 많을수록 면역시스템이 자주 실패합니다.80대 이상이 20% 이상의 치명율입니다. 40대 이하의 젊은 사람들은 웬만해서는 바이러스에 목숨을 빼앗기지 않습니다.


그런데 전염성은 굉장하지요. 젊은 사람들이 마음을 놓고 자유롭게 돌아다녀서 감염되면 면역시스템이 좋은 그들은 괜찮겠지만 그 사람들의 부모와 조부모가 죽을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자유롭게 돌아다니면 아래처럼 한 달만에 400명 넘게 감염시킬 수가 있다고 합니다. 격리 생활을 하면 이웃을 지킬 수 있고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에 맞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세 가지입니다. 아마도 앞으로 우리 사회의 "뉴노멀"로 자리잡지 않을까요?


첫째,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는 것입니다. 바이러스가 우리 몸 안으로 들어오는 곳을 원천봉쇄하는 겁니다. 손을 깨끗이 씻어야 합니다. 낙관적으로 생각하면 코로나19 덕분에 우리 인류의 손이 무척 깨끗해질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가급적 얼굴과 눈을 만지지 않는 것입니다. 위생과 소독이 특히 중요하며, 이것이 곧 가장 효과적인 면역활동이지요.


둘째, 우리 몸의 면역시스템이 건강하게 작동하도록 평소 건강에 유의해야 합니다.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믿을 수 있는 것은 우리 면역시스템밖에만 의존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의 조언을 조사해 보니, (1) 잠을 잘 잘 것, (2)스트레스를 줄일 것, (3) 건강한 음식을 충분히 먹을 것, (4) 비타민D를 충분히 섭취할 것 등등이었습니다.


셋째, 함부로 군중을 이루며 돌아다니지 않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는 것입니다.


여러분의 건강을 응원합니다.
안전하세요.




참고: 바이러스와 세균의 차이점에 대해서는

https://brunch.co.kr/@jwsvddk/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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