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육아를 병행하면서 운동을 함께 하는 것은 쉽지 않다. 적어도 첫째 하나 키울때는 아기가 잠을 자거나 주말에 짬을 내어 조금이라도 운동을 했다. 그러나 연년생 터울 두 아이를 키우다보니 출근, 퇴근, 하원, 육아, 취침, 새벽에 깨는 둘째 재우기의 사이클을 벗어날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1주일에 한번은 꼭 시도하는 운동이 마라톤이다.
마라톤을 꾸준히 5~6년 가량 해왔다. 장비를 사거나 별 다른 레슨이 특별히 필요한 것도 아니고 시간과 장소를 구애 받는 운동이 아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제일 좋은 건 뭐든지 내가 스스로 컨트롤 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다. 뛰다가 러너스 하이가 빨리 오면 템포를 낮춰 스스로 호흡을 조절하고 어느 정도 안정기에 접어들면 서서히 속도를 올려도 된다. 오롯이 내 정신과 신체가 접점을 맞춰 하나의 하모니를 구성하는 순간, 마라톤의 매력은 배가 된다.
90kg에 육박하는 몸이지만 일주일에 최소 3~4번은 10km를 50분 내외로 달릴 수 있었다. 그리고 날씨가 좋은 9,10월에는 항상 10km, 하프 등의 마라톤 대회에 참여했다. 대회에 참가하면 좋은 점은 객관적인 수치로 내 기록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대회 참가자들의 넘치는 기운과 열정을 발판삼아 신나고 재미있는 레이스를 펼칠 수 있다.
어찌보면 교직과 마라톤은 결이 비슷한 것 같다. 내 뜻대로 되지 않아 마음이 상할 때도 있고, 때론 너무 지치고 힘들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러한 과정을 극복하고 포기하지 않으면 완벽하진 않더라도 마무리를 지을 수 있고 또 다른 목표를 향해 전진할 수 있다. 지금 눈앞의 성공과 쟁취가 보이지 않지만 꾸준하게 한 곳을 향해 가는 것이다. 그 매력이 없이는 교직도 영위하기 힘들고 마라톤도 전혀 재미없는 운동이 될 것이다.
주변의 선생님, 특히 선배님들 중에 마라톤과 등산에 심취하신 분들이 많다. 그 중에는 매달 풀코스 대회에 참여하시는 분도 있고, 100대 명산을 1년이 채 되기도 전에 주파하시는 분도 있다. 어떻게 그렇게 걷고 뛰시냐 여쭤보니 꾸준히 무언가를 행할 때마다 자기 자신을 돌아볼 여유가 있어 좋다고 하신다.
지금은 내게 마음놓고 걷고 뛰며 나를 돌아볼 시간은 없다. 하지만 아이들이 조금 더 크면 서서히 등산도 시작하고 마라톤도 예전처럼 해보고 싶다. 그리고 아이들이 원하면 날씨 좋은 날 산에도 같이 가고 운동을 해보고 싶다. 아이들이 원하고 즐길수 있기만 하면 난 언제고 오케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날을 위해 살 더 찌지 말고 조금씩 몸과 마음을 다스리며 살고 있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