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어제 잠들기 직전부터 오늘 아침까지 감동이에게 화를 퍼붓고 말았다.
금쪽이 엄마 부활이었다. 왜 감동이에게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건지? 고백하자면 마음으로 행복이와 비교도 했다.
시간은 바야흐로 어젯밤 11시를 향해 가고 있었다. 영어학원을 가지 않은 덕분에 저녁을 먹고 여덟시가 되지 않아 집에 도착했고, 8시 40분쯤 수학숙제를 한다며 책상에 앉았다. 책상에 앉기 전부터 내일 1학년 학생들이 입학 100일 기념 파티를 하는데 선생님들께서 축하 인사를 해달라는 부탁을 갑작스럽게 해서 원고를 써야하는데 시간이 없다고 투덜거렸다. 수학문제는 37문제, 1시간 30분 정도 문제풀고, 넉넉하게 40~50분 정도 원고를 쓰면 부족하지 않을 시간이었다.
"우리 감동이는 배테랑이잖아! 걱정마! 할 수 있을거야."
가볍게 이야기를 하고, 나름 독서와 행복이의 영어학원 스피킹 대회와 학교에서 작가강연회 사회를 맡아 그 진행 연습을 봐주느라 시간을 보내니 어느새 시간은 10시 20분을 향해 가고 있었다. 이쯤엔 수학 숙제를 마무리하고 대본을 써야 할 시간이었다.
감동이가 공부하는 방문을 빼꼼 열고 말했다.
"숙제 아직 멀었어? 이제는 대본 써야 할 거 같은데."
"아직 한참 남았어요."
엥? 거의 1시간 40분 정도 문제를 풀었는데...게다가 학교에서 8문제 정도 풀어왔다고 했는데...
"문제가 어려워?"
"문제가 어려운 것도 아니고 딱히 집중이 안되는 것도 아닌데 그냥 잘 안 풀려요."
"뭐 그럴 수도 있지."
"그런 날이 많다는게 문제예요."
"그러게. 그게 문제네!"
거기에서 내 인내심은 바닥에 다다라 방문을 닫고 나왔다.
행복이가 혼자서 척척 활기차게 자기 할 일을 마치고 잘 준비를 하고있는데 감동이가 거실로 나왔다.
대본을 쓰려는 모양이었다. 폼새를 보니 영 진도가 나질 않는 것 같았다.
행복이와 저녁기도를 하고 잘자 인사를 한 뒤, 감동이 옆에 슬그머니 앉아 대본을 읽어보았다.
그리 길지 않지만 그럭저럭 평범하게 잘 썼다. 지난 1학년 입학식때 발표가 너무 마음에 들지 않아 약간 트라우마로 남을 것 같단 말에, 내가 너무 과도하게 참견한 부작용인가 싶어 이번엔 그냥 무조건 응원하리라 마음을 먹었고, 하루 전날 선생님께서 말씀하신걸로 봐선 간단히 축하 인사 정도면 될 것 같아 칭찬모드로 돌입했다.
"잘썼네. 이정도면 됐지. 이렇게 쓰면 돼지."
"근데 그 다음이 생각이 안 난다는 거예요."
"그냥 1학년 친구들 보고 느낀거 이야기 하면 돼지."
"1학년은 잘 몰라요."
"뭐? 그게 말이 돼? 잘 모르는 친구들을 왜 축하해? 그래도 너희 학교 학생인데 오며가며 행사 진행하면서도 봤을텐데 모른다고? 그런 마음으로 축하 인사를 왜 하는 거야? 너가 못하겠으면 못하겠다고 말을하지. 무조건 학생회장이라고 니가 해야 하는 건 아니지. 뭐든 긍정적인 마음으로 다정하게 축하인사 하면 되는 거지, 그런 마음으로 퍽이나 좋은 글이 나오겠다.........."
그 후로 마음은 극에 달했고, 신랑의 만류로 다시 행복이 옆에 누웠다. 행복이도 시끄러워 잠들지 못한 모양이었다. 행복이 손을 잡고 누으니 얼마 지나지 않아 쌔근쌔끈 잠든 숨소리가 들렸다.
다시 감동이 옆에 앉았다. 거의 마무리 하는 모양이었다.
"엄마 줄 간격 맞추는 거 어떻게 하는 거였어요?"
"어, 이거 이렇게 하는 거야."
말없이 마무를 돕고 감동이도 잘 준비를 마쳤다.
"엄마가 너무 과도하게 화를 낸 것 같긴한데, 감동이도 좀 긍정적으로 뭐든 했으면 좋겠어."
"네! 엄마 내일 6시 30분에 깨워주면 안돼요? 수학 숙제를 다 못했어요."
"알았어. 얼른 자!"
그시각 11시 30분을 막 지나가고 있었다.
늦게 잠든 아이는 6시 30분에 깨웠지만 40분이 지나 일어났고 50분쯤에야 책상에 앉았다. 눈뜨자마자 책상에 앉은 아이를 보니 또 안쓰러운 마음이 들어 과일을 까서 가져다 주었다. 감동이는 느지막히 일어나 7시 30분쯤 아침을 먹어야할 시간이 되었다. 처음엔 숙제를 다 못했다고 좀 있다 먹는다고 하더니, 금세 밥을 먹으러 나왔다. 평소와 다름없이 준비를 하고 8시10분 쯤이 되어서 집을 나서려는 모양이었다. 행복이는 벌써 학교에 간 뒤였다.
"엄마, 학교 다녀올게요."
"어, 수학숙제는?"
"못할거 같은데요."
"무슨소리야, 피아노를 못가더라도 가야지."
"콩쿨이 3일밖에 안 남았는데요."
"아니 어제 시간이 없는 것도 아니고, 지금 이시간까지 수학숙제를 못한게 말이 돼?"
날선 말이 아이를 할퀴고 있었다. 아이는 친구와 20분에 약속했다며 책상에 오분쯤 앉았다 집을 나섰다.
그냥 뒀어야 하나? 아니 그래도 영어학원도 안 다니고, 어제 학교 마치고 내내 시간이 있었을텐데 37문제를 다 못해가는게 말이 돼? 그 정도 숙제도 못해갈 바엔 학원을 안 다니는 게 낫지! 아이가 집을 나서고도 마음의 화는 가라앉지 않았다. 잘다녀오란 인사도 없이 아이를 보냈다.
출근길이 되어서야 또 후회가 밀려온다. 일단 아침엔 잘 이야기하고 보낸 뒤, 상의해서 시간을 조절해서 숙제를 할 수 있는 방향으로 잘 이끌어줄걸. 아직 사춘기이고 시간을 척척 효율적으로 사용할 나이는 아닌데, 너무 과도하게 화를 냈다. 이 일련의 과정에서 나의 잘못은, 네가 그렇게 하니깐 엄마가 화를 내는거야!라고 말을 한 것이다. 아이의 잘못은 화를 낼 이유는 아니다. 아이가 투덜댄다고 같이 투덜댄 꼴이다. 나는 어른이지 않은가! 그것도 불혹의 나이라는 마흔을 절반이나 지나온 어른!
아이가 좀 투덜대더라도 내 감정까지 얹어 쏟아붓지 말고, 지친 마음을 기댈 수 있는 어른이 되어 주어야 할 텐데. 다시 한숨 고르고, 오늘 주어진 하루에는 좀 더 어른다운 엄마가 되길 다짐해본다.
휴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