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달 간의 방학이 끝이 보인다. 급식을 싫어하던 두 딸은 매일 유부초밥이나 김치볶음밥 같은 간단한 요리로 직접 점심을 챙겨먹다보니 이제 급식을 먹을 수있는 날이 다가온다며 좋아한다.
드디어, 평일로 치면 이틀만 무사히 보내면 개학이다.
얼마 전 만난 큰아이 친구 엄마가 개학이 다가오니 심란하다는 말을 했다. 그때만해도 애들이 알아서 스스로 잘한건데 너무 걱정하지 말라며, 나는 별로 이번엔 걱정이 안된다며 큰소리쳤다. 그런데 개학이 코 앞으로 다가오니 어쩐지 마음이 부산스럽고 긴장된다. 아이들은 평온해보이는데...6학년 큰아이가 학생회장이란 중요 직책을 맡게 되어 부담감이 배가 되었다. 최대한 아이 스스로 할 수 있게 믿고 응원만하자고 다짐했건만, 쉽지 않다.
어제는 아이가 1학년 입학식에서 읽어야 한다는 편지와 1학년 신발장 지도를 일주일간 하는 문제로 저녁 시간 내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이는 선생님과 상의해서 이런저런 요건을 고려하여 학생회 집행부를 중심으로 신발장 지도를 할 조를 다 짜두었다고 했다. 그런데 엄마 눈에 보기엔 조편성이 몇가지 고려할 사항을 놓친 것 같아 훈수를 보탰다. 아이는 아이대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며 대화를 했다고 생각했는데, 신랑이 너무 참견이 길다는 식의 말을 했다.
순간, 신랑의 말이 억누르고 있던 나의 감정을 건드렸다. 나도 최대한 아이의 의견을 존중하고 그대로 하겠지만 서로 가장 좋은 방향을 도출하기 위해 의견을 나누는거고, 이렇게 이야기하고 생각하고 신경을 쏟는 것도 나로서는 힘든 일이지만,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하는 거라고 장황하게 나의 상황을 설명했다.
옆에서 아이도 엄마와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신랑은 신랑대로 막 뭐라한게 아니라, 내가 어느정도 개입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 전에 고민했는데 이야기가 좀 길어져서 잔소리처럼 들릴 수도 있겠다 싶어, 꼭 지금 이 순간은 아니지만 그럴수도 있을거 같아 가볍게 이야기한거랄 설명했다. 결국 저녁 시간의 대화는 서로 자기 입장 이야기만 하다가 끝이났다.
저녁을 먹고나서, 아이가 쓴 편지글을 읽었다. 무언가 내 맘에 쏙들지는 않았다.
"이 만하면 됐어. 뭐 꼭 다 잘써야하나...."
"별로예요?"
"그냥 평범해!"
며칠 간 수정한 글은 그냥 밋밋하고 평범한 편지글 같이 느껴져 건성을 대답했다. 뭐든 잘하고 싶은 아이는 표현을 하지는 않았지만 조금 시무룩해졌을 것이다.
뭣이 중헌디!!!!!
아이는 최선을 다하고 있고, 격려만해도 충분한데 또 선을 넘고 있었다.
문득 내모습이 잰 걸음으로 앞서 걸으며 자신의 보폭에 맞춰 걷고 있는 아이를 질질 끌고 걸으며 힘들어하는 엄마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는 자기 속도로 걸으면서도 꽃도 보고 나비도 보고 하늘도 보면서 넘어지고 일어서는 법도 배우면서 결국 자기가 갈 목적지에 도착할텐데.
그냥 옆에서 같이 걷기만 하면 된다. 차라리 뒤에서 아이가 지나간 발자국을 보는 편이 낫겠다. 다시, 내 속도로 아이를 끌고 가지 않기로 다짐한다. 믿고, 사랑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