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May. 3.
역시나 내가 일을 하기 시작하니 아이들도 바빠진다. 퇴근 후 7시쯤 집에 도착해보면 대부분 아이들이 먼저 와 있다. 길어야 20분 정도의 시간인데 아직 씻지도 않고 뭐했냐고 닥달을 시작한다. 그날 하루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고 싶어 쪼로록 달려온 아이에게 일단 씻고나서 말하라고 쫓아보낸다. 옷을 벗어던지고 저녁을 30분 내로 준비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먼저다. 간식도 제대로 챙겨먹지 않았을 아이들 주린 배가 더 걱정이고, 이야기야 밥을 먹으면서 천천히 해도 된다는 논리적인 생각에서였다. 아마도 이 습관을 버리고 아이들과 한가롭게 안아서 오늘의 이야기를 듣고 "그랬어! 그럼 남은 이야기는 씻고 밥먹으면서 할까?"라는 말하기는 쉽지 않을것 같다. 그래도 쌀쌀맞게 "모든 걸 씻고 얘기해!"라고 내뱉지는 말아야지. 그냥 "우리 얼른 씻고 밥 먹으면서 얘기할까? 배고플거 같아서...."라고 다정하게 이야기하면 아이도 하루종일 엄마와 떨어진 시간의 공백이 덜 느껴질 것이다.
말도 습관이다. 다정하게 말하는 습관을 들이다 보면, 내용을 떠나 말투로 인해 상처주고 오해하는 일은 적어도 훨씬 줄어 들 것 아닌가!
지난 토요일, 아침부터 분주하게 외출준비를 하는 내게 늦잠을 자고 일어나 이것저것 물어보는 남편에게 그냥 대답을 했다. 근데 이 남자가 뭔가 꽁하는게 느껴졌다. 그렇잖아도 복직 후 긴장 속에 하루하루 사는데, 집에서라도 충전할 수 있었으면 해서 "우리 싸우지 말자!"라고 했지만, 그의 말은 어째 퉁명하다. 서로 일도 힘들도, 다른 사람의 마음을 살펴주기엔 역부족인 상황이었나보다. 나 역시 얼마나 내가 짜증을 냈다고 그렇게 삐지는 건지, 평소에 내가 나름 마음 상하지 않게 하려고 노력하는지에 대한 부분을 생각하니 짜증이 나고 더이상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삼일 동안 서로 말한마디 하지 않고 투명인간 취급했다.
아버님 제사를 하루 앞두고, 계속 그런 상태로 지내기는 좀 불편하다 싶었는데 먼저 일정을 알리는 전화를 했다. 일정 얘기로 서로 눈을 마주치지 않고 말을 하기는 하는데 여전히 불편하고 마음 속 앙금이 다 가라앉지는 않은 기분이다. 내가 그 순간 화가 난 건, 그냥 말투 때문에 화가 났다고 얘기하는 그가 이기적이라 느껴져서 였다. 그는 나를 인정하고 존경하는 말투로 이야기 했었나? 복직하고 나서도 전업주부일때처럼 집안 살림에도 구멍을 최대한 내지 않으려고 고군분투하는 것이 버거웠을 거다. 머리로는 바쁜 거 끝내면 하겠지 싶으면서도 하필 또 복직하자마자 우연처럼 신랑도 바빠지니 충분히 이해하고 배려하고 싶은 여유가 없었던 모양이다
이런 저런 거 다 떠나서 평소 아이들에게도 짜증이 묻어나는 말투를 많이 쓴 내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회사에서는 가면을 쓰고 엄청 친절한 말투만 쓰는데 사랑하는 내 가족들에겐, 아마도 내가 더 많이 사랑을 베푼다는 알량한 마음때문에 짜증을 내는 것이 그렇게 당당한지도 모르겠다.
말투를 고치는 연습을 해야겠다. 다정하고 사랑을 담아 말을 하는 습관, 워킹맘이 아이들의 마음을 불안하지 않게 하는 첫걸음이 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