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Apr. 25.
도서관에서 아이들 글쓰기 지도하는 "학생문학상"에 두 아이가 참여한다. 작년에는 시부문에서 감동이는 우수상을 수상했고, 올해는 이어서 수필과 동화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년 2번의 대면지도와 온라인 지도 2회 이상을 받아야 문학상에 참가할 자격이 주어진다. 발대식에는 참가하지 못했지만 그동안 아이들이 썼던 온라인에 업로드했다. 아홉살 행복이는 소라껍데기를 보다가 한달음에 완성한 원고지 6매짜리 완성된 동화 한편을 올렸고, 열한 살 감동이는다리가 하나인 비둘기를 보고 착안해 진행 중인 동화와 수필 두편을 올랐다. 수필에는 지도 선생님의 댓글이 금방 달렸다. 감동이 글은 엄마의 100일 글쓰기를 보고 쓴 자신만의 100일 글쓰기에 대한 글 한편과 한참 친구문제로 힘들어하던 글 한편이었다. 비록 아이 글쓰기는 그렇게 순조롭게 이루어지지 않지만 아이 말대로 포기만 하지 않으면 언젠가 100편의 글이 완성되어 있을 거라 믿는다. 두번째 친구에 관한 글은, 감동이가 쓴 가장 솔직한 글이 었다.
감동이는 지난 해 합창단을 다녔다. 노래도 춤도 그다지 잘하지 않지만, 피아노와 음악, 무대를 좋아하는 아이가 합창단에서 노래 그 이상의 것을 얻으리라 확신이 있었다. 아이는 어디든 금방 적응을 잘했고, 어떤 곳에서는 쉽게 리더십을 발휘하기도 하던 아이라 노래도 차차 부르면서 나아질거라 별다른 걱정을 하지 않았다. 게다가 합창은 개인의 노래실력보다는 조화로운 화음이 아니던가! 그렇게 함께 목소리를 내어 하나되는 그 짜릿한 기분을 아이가 느끼기를 바랬고, 첫째인 아이가 합창단에선 막내이니 좋은 언니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받을 수 있기를 기대했다. 수요일 5~8시일요일 2~6시, 많은 시간을 그곳에 할애했고 픽업을 해야 하는 아빠는 힘들었지만 아이에게 분명 많은 것들을 남기는 소중한 기회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이는 결국 그곳에 적응하지 못하고, 유일했던 친구와 그 주위 몇몇의 언니와 불협화음으로 합창단을 그만두게 되었다. 처음 시작은 먹을 때 음식물이 자꾸 보여서 언니가 더럽다는 표현을 하고, 그래서 피하려고 하면 꼭 옆에 와서 먹으면서 훈수를 두고, 자기한테만 혼을 내는 한 언니 때문에 힘들다고 얘기했다. 지휘자 선생님이나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할까 하다가, 아이가 예민할 수도 있고 사실 내가 봐도 아이는 아직 많이 흘리고 음식을 먹는 모습이 그다지 호감은 아니었다. 그래서 아이의 먹는 모습을 고쳐보려 했고 덕분에 밥을 먹을 때마다 잔소리를 했지만 열살 습관은 그렇게 쉽게 고쳐지지 않았다. 그래도 그럭저럭 일년을 다 보내던 중 큰 공연을 앞두고 3박4일 캠프를 마치고 돌아온 날 아이가 펑펑울었다. 모두 자신이 하는 말은 무시하고, 힙한 친구만을 좋아하고 그 친구에게만 잘해준다고, 그 친구도 자기를 무시한다고....이런 아이를 달래며 속상했다. 그 친구는 오래도록 함께 그림책 수업을 해 온 친구였고, 그닥 큰 아이와 성향이 잘 맞지는 않아도 그 속에서는 둘이 의지하고 잘 지내리라 생각했는데....어찌보면 아이 혼자 질투하는 느낌도 나고, 아이가 예민한 것도 같고, 하지만 결국 아이가 얼마나 속상하고 외로웠을지를 생각하니 더이상 합창을 계속하라고 말할 수가 없었다. 고민 끝에 지휘자 선생님께 말씀드렸고, 지휘자 선생님은 언니들과 이야기를해서 아이에게 사과를 하도록 했다. 하지만 아이는 그게 더 불편하다고 했다. 어머님들은 아이가 중간에 그만두는 것이 아이 인생에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했지만 우리는 결국 그만두는 걸 선택했고, 나는 이제 무언가를 시작할 때 아이 의견과 성향을 잘 고려해서 결정해야 한다는 뼈저린 깨달음을 얻었다. 그렇게 마무리된 이야기가 아이 일기장에 고스란히 적혀있었고, 그 친구에 대한 믿음과 언젠가는 자신도 빛을 발하는 다이아몬드가 될 수 있다는 자족적인 마음이 담긴 이야기였다. 선생님은 "많이 속상했겠어요. 하지만 서로 생각하고 느끼는 게 다를 수 있으니 그 친구를 이해하고 따뜻하게 대해주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아요. 글은 한번 발표하고 나면 수정할 수 없어요. 넓은 마음으로 아량을 베풀고 선한 마음을 기르는 것도 중요해요!"라는 댓글을 달았다.
순간 '아차'했다. 이 글은 공식 온라인상에는 올리지 말았어야했다. 이 건 그냥 그때 아이 마음을 거르지 않고 표현한 마음을 위로 받는 글이었다. 시간이 흐르고 아이가 자라고 나면 '그땐 내가 어렸어'라고 이야기할 수 도 있는....그런데 또 내가 멋대로 섣부르게 글을 올려 버린 것이다. 글쓰기 선생님의 말이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 글에서 만큼은 아이에게 그렇게 하소연할만한 곳이 있어야 했을 뿐임을 잘 아는 나로선, 왠지 모르게 선생님 댓글이 속상했다. 올린 글에 삭제버튼을 눌렀다. 이제 선생님의 댓글만이 덩그라니 남았다. 아이가 힘들어하던 순간에도 '혹시 이 아이가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를 먼저 생각하던 엄마가 보였다.
설령 아이에게 어떤 잘못이 있더라도 이젠 무조건 믿고 사랑해보기로 했다. 아이도 분명 옳고그름을 스스로 찾아갈 만큼 성큼성큼 자라고 있으니 말이다. 믿고 사랑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