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큰 아이가 해냈다. 초등학교 입학하는 순간부터 꿈꾸던 학생회장에 당선된 것이다. 아이의 선거운동을 지켜보는 과정은 롤러코스터를 탄 것보다 울렁거리는 순간이 많았다.
우여곡절 끝에 팀(아이의 학교는 회장명, 5,6학년 부회장으로 팀을 꾸려야 학생회 후보로 등록할 수 있다.)을 꾸려서 학생회 후보로 등록을 하였으나, 아이가 꾸린 팀이 당선될 확률은 희박해보였다.
이미 작년 부회장을 역임하고, 초호화 인기학생으로 팀을 꾸린 1번 팀이 아이들이 환호할 만한 공약을 들고 출사표를 던진 것이다. 초등학교 선거에도 대세라는 것이 있었다. 처음부터 1번 팀은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아이가 속한 후보 2번팀은 회의에 열심히였다.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되기 전부터 회의가 시작되었다. 선거공약을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서, 선거운동을 하는 방법, 후보자 토론회를 어떤 식으로 할 것인지, 예상 질문을 뽑고 회의하고 또 회의했다. 그 회의 결과를 바탕으로 회장직을 자처한 아이는 집에 와서도 바빴다. 학원 숙제를 끝내고, 선거운동 물품을 만들고 토론회 대본을 쓰고 나면 11시를 넘기기 일쑤였다. 그 과정에도 아이 수면 시간 부족이 걱정되어 "언제 끝나?"를 연발하는 엄마 눈치를 보며 일상의 안부를 물을 틈도 없이 잠자리에 들어야했다.
선거운동이 시작되면서 기상시간은 7시, 8시부터 무조건 선거운동을 시작해야한다고 했다. 대부분의 학생은 8시 20분부터 등교인데...겨울이라 기온은 영하인데....엄마의 걱정을 뒤로한 채 아이는 선거부원들에게 "어디야?"라고 전화를 돌리면서 학교로 향했다.
그렇게 열심히였지만, 어느날 이제 4학년이 되어 막 유권자가 된 막내 딸의 여론 조사결과가 충격적이었다.
"엄마, 큰일났어요. 내 친구들 전부 1번 뽑는대요. 심지어 oo이와oo이도 (막내의 절친들)."
"왜?"
"OO이는 급식공약 때문에, OO이는 귀신체험때문에."
아뿔싸, 정신없이 토론회 준비를 하면서 고군분투하는 큰아이의 얼굴이 떠올랐다. 물론 아이도 어느정도 자신들의 팀이 어느 정도인지 느끼고는 있을터였다. 하지만 열심히 하면, 하다보면 자신들이 당선될 가능성이 있다는 희망까지는 놓지 않은 눈치였다.
신랑에게 한숨 섞어 이야기했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되지 않는 것이 있나봐!"
"안타깝지! 그런데 세상에 그런 일이 얼마나 많아. 일찍 겪는다고 생각해. 우리가 많이 위로해줘야지."
신랑은 그런 마음이 되는 가보다. 나는 곁에서 아이가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는 속속들이 본 나로서는 아이의실망하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찢어질 것만 같았다.
그랬던 분위기가, 기적적으로 역전을 맞았다.
매일 8시에 꼬박꼬박 나가서 한결같이 열심히 선거운동을 해도 뒤집어지지 않았는데, 후보자 토론회를 2차례 하면서 분위기가 반전 되었다. 여전히 1번도 인기가 많았지만, 2번도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아이는 처음부터 후보자 토론회를 아주 중요하게 생각했고, 철저하게 준비했다. 작년 부회장으로 출마해서 고배를 마신 경험치가 있어서 였을 것이다. 예상질문을 뽑고 대본을 쓰고 고치고 쓰고 고치면서 팀원들과 열심히 준비했다.
첫번째 후보자 토론회는 후보자들과 선관위만 모여서 영상으로 촬영하는 방식이었다. 아이는 자신의 팀에 질문이 많지는 않았지만 대답을 잘한 것 같다고 만족스러워했다. 이때만 해도 그걸로 대세를 거스를순 없을텐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며칠 후 여론조사원 막내가 교실에서 후보자 토론회 영상을 본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쟤 누구야? 말을 왜 이렇게 잘해?"
선생님의 말에 아이들은 입을모아 대답했다고 한다.
"행복이 언니요."
"정말이니 행복아?"
후보자 토론회를 보고나서 둘째의 절친들은 다시 2번으로 마음이 되돌아왔다고 했다. 다시 희망의 불씨가 되살아났다.
결전의 전체 후보자 토론회날, 후기를 들어보니 아이가 속한 팀에도 제법 질문이 들어왔고 그 질문이 오히려 도움이 되었다고 했다. 여기저기서 교감선생님 이하 몇몇 선생님들이 큰 아이에게 똑 부러진다는 칭찬을 했단 후일담이 들렸다.(사실 집에선 그런 모습을 잘 안보여주고, 요즘 사춘기에 접어들며 오히려 약간 내성적인 성향으로 돌아서고 있던 터라 그런 반응이 나올 줄은 몰랐다.)
드디어, 개표날 총 네개팀이 출마했고, 300여명의 유권자 중에 131표를 얻어서 아이의 팀이 2025년을 이끌어갈 학생회가 되었고 아이는 학생회장이 되었다.
그 이후에도, 아이는 집행부를 구성하기위한 부원들을 모집하고 면접을 준비하느라 또 바쁘다. 하지만 선거 때보다 훨씬 더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2025 학생회를 준비하고 있다.
엄마는 ' 아이들이 회장 말을 잘 따라줄까, 부드럽게 잘 이끌어서 끝난 뒤 잘했다고 칭찬받는 학생회가 될까 ' 앞선 걱정을 하고 있는데, 아이는 자신감이 넘쳐보인다.
물론 그 과정에 또 시련과 힘듦이 있을테지만, 끝까지 자신감을 잃지 않고 멋지게 학생회를 마무리 할 수 있도록 학생회 도전에 응원할 때보다 더 마음 모아 응원하고 격려해주려한다. 아이의 힘듦에 같이 낙담하고 흔들리지 않고 뚝심있고 지혜롭게 아이를 다독일 수 있는 괜찮은 엄마가 되어야할 2025년, 나에게 주문을 걸어본다.
"다 잘될거야!!! 아자! 아자!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