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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희선 Jul 03. 2021

시가 머무는 곳

누드김밮

인터넷사진



누드김밥



김밥을 사려는데


내가 좋아하는 참치김밥도


네가 좋아하는 멸치 김밥도


다 팔리고


부끄럽게 누드김밥이 그릇에 하얗게 누워 있었지




참, 저런 김밥도 세상 구경을 하는데


너희들의 사랑은 무슨 죄를 지었길래


햇빛마저 가려진 지하 속에 갇혔니


그냥 마음끼리 기대고 싶었을 뿐인데


그렇게 시린 구석에 입김을 불어넣으려고 했을 뿐인데


허락되는 공간 하나 변변치 못해서


 뜨겁던 태양  그대 열기를


달빛과 별빛에 하사하는 밤이면


짧아서 숨이 넘어갈 것 같아


영원히 죽음 같은 길을 건너야 할 것 같아


새벽달에 걸린 맹세는 시간에 쫓겨


아선 사랑을 해서


늘 목마름 휘청거리네



달빛 아래 달맞이 꽃은 눈부시다고


속은 까맣게 타서 쪼그라들어도


허기진 배를 달래기에는 족할


한 조각으로 굶주린 마음을


집었다 놓았다 망설이는 사이


새날이 퍼렇게 들어설랑


어서 깨어나야지 그런 부끄러운  음식으로는


니들 지고지순한 사랑 얼룩지게 할 순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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